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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오 Feb 12. 2024

뱃살빼는 가장 쉬운 방법

세 달 전 쯤 다이어트를 자주 검색하던 나에게 유튜브 알고리즘은 

'뱃살빼는 스트레칭 영상'을 매우 많이 추천해주었습니다. 덕분에 하루에도 대여섯 편의 유튜브 영상을 

<누워서> 시청한 기억이 납니다. 결코 운동으로 따라하게 되지는 않더군요. 


그러던 중 약 두 달 전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니면 작년에 잘 입었던 바지의 허리 단추가 안 맞는 모습을 보고 드디어 결심이 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영상 중 하나를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상은 의외로 간단해보였습니다. 다리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동작이었기 때문에 힘도 크게 들지 않았고 하다보니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 영상을 열심히 보면서 따라하는데 어느날 숏츠가 하나 추천 영상으로 뜨더군요. '다리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그 운동을 할 때의 주의사항' 이라는 영상에는 제가 하던 방법이 아닌 더욱 힘든 방법으로 운동해야 뱃살을 타파할 수 있다는 내용이 가득했습니다. 그 영상을 보고 나니, 부작용이 생겨버렸습니다. 잘 따라하던 스트레칭 영상을 더 이상 따라하지 않게 된 거였습니다. 


처음에는 주의사항에 맞춰 운동을 해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하다보니 다리에 힘을 주는 게 아니라 배에 힘을 줘야 한다는데, 그게 너무 어렵기도 하고 힘이 들어가는지 잘 모르겠기도 하더군요. 제일 큰 문제는 바로 운동이 되는건지 안 되고 있는건지 효과를 알 수가 없었다는 거였습니다. 효과가 보이지 않으니 하기가 싫어져서 점점 운동영상은 저의 유튜브 영상 알고리즘으로 뜨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몇 주가 흘렀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 유튜브 알고리즘은 저에게 새로운 영상 하나를 띄워주었습니다. 바로 '뱃살 빼는 괄사 마사지'라는 거였습니다. 처음에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뱃살이 운동을 하기도 귀찮은데 무슨 괄사 마사지 까지 해주겠냐고. 이런 것까지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영상 속 진행자가 다른 영상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연예인들은 다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 말에 집안 어딘가를 굴러다니던 괄사를 찾아냈습니다. 괄사를 찾는데에도 한 2시간 걸린 듯합니다. 어디에 넣어두었었는지 영 생각이 안 났었거든요. 결국 괄사를 찾긴 찾아서 그걸로 배에 바디오일을 바르고 영상 처럼 문질문질 해보았습니다. 마사지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아 끝이 났고, 쉽고 간단한 방법 덕분에 괄사 마사지를 2주나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랬는데 이게 왠일입니까. 허리둘레를 재보니 마사지 전보다 2인치가 줄어들어 있는 게 아닙니까!

너무 놀라서 제 줄자가 늘어난 건 아닐까, 의심을 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는 눈을 의심해서 또 재보고 또 재보고를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허리둘레는 얇아져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혼자 좋아하면 됐지 뭘 이렇게 브런치에 자랑글을 올리고 있느냐고 물어보실 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좋은 것을 알고 나면 바로 공유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지라 급하게 브런치에 접속해 들어왔습니다. 뱃살이 안 빠져서 고민이신 분들이나 변비로 고생하시는 분들도 모두 '뱃살 괄사'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2주 체험해본 제가 장담하는데 정말 뱃살이 빠지더군요. 


그리고 그 다음 2주가 또 흘렀습니다. 뒤의 2주 동안에는 괄사 마사지를 전혀 해주지 않았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긴 했지만 허리 둘레가 얇아졌으니, 이제 괄사 마사지를 안 해줘도 허리둘레가 식이만 조절하면 유지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 몸에 직접 해본 이 실험의 결과는 아쉽게도 실패 였습니다. 


오늘 재어보니 허리 둘레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고 쉽게 뺀 살은 찔때도 금방 도로 원위치가 되나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뱃살을 빼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하나봅니다. 아니면 제가 사용한 치트키인 뱃살 괄사 마사지를 평생 해주거나 해야겠지요. 선택은 자유이니 저는 이제라도 정석대로 운동으로 살을 빼보려 합니다. 2월이지만 구정이 지났으니 진짜 새해라고 믿고 새해 다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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