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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 bam Jan 03. 2024

로마를 한눈에 담다

아벤티노 언덕

로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로마에 있는 여러 명소들에 대한 데이터는 이미 많이 퍼져있다. 하지만 로컬 민박 아주머니의 추천으로 비교적 덜 알려진 언덕을 하나 발견했다. 그곳은 아벤티노 언덕(Aventino Hill, Aventine Hill)이었다.


특히 아주머니는 그곳을 올라가면 열쇠구멍이 있으니 꼭 확인하라고 강조하셨다. 어차피 가기로 마음먹었기에 아벤티노 언덕에 대한 추가 리써치를 하지 않고 출발했다.


이탈리아 소나무 (Stone Pine)

언덕을 향해 가는 길에 이태리에 무수히 많은 Stone Pine(지중해 연안 및 남유럽 소나무)을 거쳤다. 여전히 파란 하늘과 가장 잘 어울리는 짙은 초록 자태를 풍긴다.


오렌지 나무 정원 (Orange Garden)


아벤티노 언덕을 오르면 소나무와 오렌지나무가 가득한 넓은 정원이 나온다. 이곳은 바로 오렌지 나무 정원이라고 불리는 로마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로마의 도시 전경과 티베르 강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정원의 역사는 12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타 사비나 대성당(The Basilica of Saint Sabina) 옆에 위치하며 사벨리 가문에 의해 지어졌다.

 

로마 전경


정원을 나와 조금만 걸어가면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곳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 모두 열쇠구멍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기다리는 것이다. 구멍 안에 뭐가 보이는지 알 수 없었기에, 궁금증은 점차 증폭되었다. 그렇다고 엄청난 것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줄은 길지 않았고 10여분의 기다림 끝에 그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Buco della serratura dell’Ordine di Malta (로마 열쇠구멍)

혹여나 이 글을 보고 정말 로마에 방문해서 열쇠구멍을 보실 분들에게 스포가 될 수 있기에, 답을 가려서 적으려 한다. 그 열쇠구멍 끝에 보이는 것은 성 베드로 성당의 쿠폴라 지붕이었다. *마우스 드래그시 보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그 열쇠구멍 끝에 있는 그 모습은 나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것을 의도하고 지었을까, 아니면 짓고 나니 우연히 그것이 보였던 것일까. 후자라면, 열쇠구멍을 누군가 들여다보았을 테고 그 첫 발견으로 인해 얼마나 큰 전율을 가져다주었을까. 하지만 나의 낭만적 상상과 달리 현실적으로 성당의 지붕이 보이게 지어진 것은 의도적인 설계 결과일 확률이 높다. 신앙적 경이로움을 종교적 의미와 예술적 표현을 결합하여 건축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Collegio Sant'Anselmo 속 Cafe

열쇠구멍 바로 앞에 있는 San'Anselmo 대학교에 무작정 들어가 보았다. 그 속에 작지만 아름다운 카페가 있었고, 커피와 함께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아벤티노 언덕 일정을 마무리했다.




로마에는 총 7가지의 언덕이 있으며, 아벤티노는 그중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다. 현재는 로마 부유층이 거주하며, 아름다운 주택이 가득하다. 언덕을 내려오면 UN 경제사회처(UN DESA)가 있을 정도로 안전하고 깨끗한 지역이다. 아벤티노 언덕 근처에서만큼은 로마의 위험한 치안에 대해서 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관광객이 크게 붐비지 않는 만큼, 그들을 타깃으로 하는 집시 또한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유럽을 가면 치안 걱정에 거리를 마음 편히 다니기 쉽지 않다. 특히 로마는 가장 치안이 좋지 않은 도시로 손꼽힌다. 그렇기에 진정한 로마의 휴일을 즐기고 싶다면 평안한 아벤티노 언덕을 추천한다.


Photo by B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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