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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 bam Dec 27. 2023

누구나 기적을 꿈꾼다

피렌체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피렌체(Florence)에 가보는 것을 꿈꿔 보았을 것이다. 놀라운 것은 영화가 개봉되었던 2001년의 피렌체는 지금까지 전혀 변하지 않았단 것이다. 그렇기에 과거에 이곳을 방문해서 좋을 추억을 가진 사람들은 현재 사랑하는 사람과 그대로 그 기억을 나눌 수 있다. 피렌체는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기적을 가진 곳이다.


두오모 성당

나 역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언젠가 피렌체를 함께 하기를 꿈꾼다. 누군가와의 미래를 그리게 될 때 어떠한 위시리스트도 없다는 것만큼 불행한 것은 없다. 과거에 아프고 우울했던 것은 앞으로 펼쳐질 세상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기적을 꿈꿀 수 있고, 꿈꿔야만 한다.


미켈란젤로 언덕

피렌체에서 기적에 가장 가까운 장소는 미켈란젤로 언덕이다. 피렌체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실제로 어떤 커플이 이곳에서 프러포즈를 하는 것도 목격했다. 시간이 지나 석양에 물든 피렌체의 모습은 가히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경이롭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남녀 주인공은 10년 후 두오모 성당을 같이 올라가기로 약속한다. 한낱 가벼운 약속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만큼 비현실적인 기약은 없다. 영화에서는 영화답게 다소 인위적으로 다시 두오모에서 만나게 되는 기적을 보인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피렌체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기적이 일어났다는 조건에 충족된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현실이라는 벽을 뛰어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이 맞아야 하고 시간적 제약도 피해 가야 한다. 그렇기에 그것을 이루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 칭할 수 있다.


베키오 다리
아르노강




여행은 단순히 현실을 도피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 속 특정 장소에서 그때만 누릴 수 있는 기억을 선사한다. 그렇게 생긴 특별한 기억은 시간이 지나며 추억이 되고 그 순간을 우리는 늘 그리워한다. 우리가 살면서 그리운 순간이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행복한 기억이 우리의 인생을 채우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Photo by B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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