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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 bam Nov 29. 2023

음악이 흐르는 튈르리 정원에서

You're mine, You!

운이 좋게 파리를 여러 번 방문하게 되면서 장소 한 곳, 한 곳을 가슴속에 더 깊게 새기는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중 가장 깊이 새겨진 장소는 튈르리 정원(Jardin des Tuileries)이었다. 사람마다 여행 스타일이 다르지만, 특히 홀로 오래 여행하는 나로서는 음악이 최고의 동반자가 된다. 그 음악과 함께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공간이 바로 튈르리 정원이었다.


Jardin des Tuileries, Paris

튈르리 정원은 루브르 박물관과 튈르리 궁전 사이에 위치해 있다. 베르사유 궁전 조경을 담당했던 르 노트르가 설계했으며, 1564년 만들어졌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1667년에 개원되었다. 소수의 계층만 누릴 수 있었던 정원이라는 공간을 프랑스혁명 이후에 공공 공원으로 개원되면서 파리 시민들이 모두 튈르리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튈르리 정원은 파리지엥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가 되었다.


Jardin des Tuileries in September

완연한 가을이 오기 전 9월의 튈르리는 선명한 붉은 단풍을 볼 수 없지만, 야외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최적의 온도가 함께한다.



선배드(Sunbed)가 있다면 그냥 지나친 적이 없고, 여지없이 그곳에서 음악과 함께 낮잠을 청했다. 파리에서만 생기는 패션에 대한 무모한 자신감의 결과물인 빨간 바지가 사진에 묻어 나온다.





여행을 하다 보면 어떤 장소는 언젠가 내가 다시 찾아올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곳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마음이 가장 커진다. 그리고 그 약속의 길을 거닐 때면, 어떤 음악을 들을지 심오하게 고민한 후 선곡하게 된다.


당시 튈르리에서 들었던 노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Chet Baker의 <You're mine, you!>라는 노래였다. 가사를 읊어보면 "난 너를 소유해", "넌 내 사랑의 노예인걸", "모든 면에서 넌 내 거야" 등 상대방에 대한 강한 소유욕을 드러내는 문장으로 가득하다. 로맨틱한 멜로디 속 왜 이렇게 지독한 집착을 보였을까. 정원을 한 바퀴 다 돌았을 즈음, 이 노래는 상대방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에 대한 노래가 아닌,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혼잣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I need you night and day


Photo by B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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