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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 bam Dec 06. 2023

류이치 사카모토와 그 쓸쓸함에 대하여

어려서부터 류이치 사카모토를 좋아했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토록 갈망했던 그 천재성을 쫓은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음악을 열렬히 사랑했다. 그리고 겨울을 사랑했다. 그 둘이 만나는 시기는 내게 고독에게 마저 버려진듯한 쓸쓸함이 찾아왔다. 매년 겨울 일본을 홀로 가고 사카모토의 음악을 들으며 정처 없이 걸었다. 그 걸음의 끝에 내가 머물렀던 작은 공원이 이번 글의 주제이기도 하다.


시바공원 4번지 (Shiba Park 4th block)

도쿄에 있는 시바공원 4번지이다. 이곳은 어쩌면 명소일지도 모른다. 도쿄타워를 가장 멋들어지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A Flower Is Not A Flower>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난 단명에 대해서 고민했었다.


찰나의 순간 위풍당당한 도쿄타워와 아름답게 펼쳐진 가을 끝물의 단풍은 나를 만류하는 듯 세상이 여전히 아름답다고 전했다. 단풍잎이 떨어지더라도 새로운 잎사귀가 다시 날 것임을 약속하는 듯이.



2022년 사카모토는 시한부 상태임을 대중에게 알리면서 한 말이 있다.


"남은 시간 속에서 음악을 자유롭게 하며 내 인생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


그는 현대음악이 낳은 천재이자, 세계가 존경하는 음악인이다. 그에게 남겨진 6개월이라는 삶에서조차 그는 음악을 자유롭게 하겠다 선포했다. 무엇하나 나로부터 남겨지지 않은 이 세상에서 난 사라질 수 없었다. 아니, 사라지는 것만큼 무책임한 것은 없다.



내가 작곡하는 모든 곡은 슬픔이 묻어져 있다. 세상에 내면을 공유하는 것이 내게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이 그리 나쁜 영향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러 풍파 속에서도 사카모토는 음악 활동 외 환경 보호와 같은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자신의 철학을 실천했다.


내가 품고 있던 어린아이의 푸념은 잠시 뒤로한 채, 세상에 태어난 만큼 그 작은 책임감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카모토는 그가 겪었을 방대한 쓸쓸함에 대해 인위적 부재를 만들었고, 그것은 대중이 보이지 않는 곳에 두어졌다. 그저 그의 음악에만 그 부재에 대한 향이 남아 있을 뿐이다. 10대 시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고 세계가 그리 각박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다짐이 떠올랐다. 내가 고민해야 할 것은 단명이 아니라 "세상의 따듯함을 전하자"였던 것이다. 그게 내가 여행 크리에이터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은 내 감정의 계절에 취해 늘어놓았던 것을 그저 아무 대가 없이 받아주었던 이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어지는 날이다.


Photo by B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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