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은 파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도라 Feb 14. 2023

남자화장실에 끌려가서 맞은 이야기 2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었다.


본인의 교과서 4권, 공책 2권 정도를 저보다 약한 여자애한테 찢긴 삼진이는 정말 억울했나 보다. 눈물이 고인 채로 교실을 나갔다. 그 뒤를 그의 친구들이 '삼진아.' '삼진!' 외치며 같이 따라나갔다.


나는 남자애들이 나가고 나서야 현실로 돌아왔다. 조금 걱정이 되었다. 우리 엄마한테 이를까 봐.


'엄마가 이번에도 선생님한테 전화 오면 종아리 때린다고 했는데...'


장난기가 매우 넘쳤던 막내딸을 둔 우리 엄마는 032로 시작하는 전화번호가 뜨면 받기가 두렵다고 했다.


'교무실일까? 행정실일까? 설마 교장실일까?'




여하튼 이 사건은 엄마한테 알려지면 지난 사건들과는 비교도 안되게 일이 커질 것 같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업종이 울렸고 나는 태연한 척 내 책상에 앉았다. 삼진이와 그의 수하들도 교실에 들어왔다. 씩씩거리는 소리와 째려보는 눈빛을 눈치챘지만 나는 칠판만 바라보았다.


40분의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이 교실 밖으로 나가자, 삼진이가 실내화를 쿵쿵거리면서 내 자리로 오더니


'야 밖으로 나와.'


라고 목소리를 깔며 내게 말했다. 지금 같으면 절대 안나갔겠지만, 그때의 나도 삼진이만큼 가오가 몸을 지배했기 때문에


'여기서 멋지게 밖으로 나가서 다시 혼쭐을 내주자.'

라는 생각으로 교실을 나섰다.


'복도에서 싸우자는 거 아닌가?'


삼진이는 복도를 지나 남자화장실 앞으로 갔다. 그러더니 나보고 남자화장실에 들어가라고 했다. 가오가 몸을 지배하다 못해 몸 그 자체가 되어버렸는지 나는 남자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남자화장실에 일진, 이진, 사진, 오진이가 한꺼번에 들어왔다.


그때 처음으로 무서웠다.


그리고 수업종이 울릴 때까지 나는 그 5인방에게 둘러싸여서 팔과 다리를 맞았다. '구타'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려나. 처음에는 어깨를 손바닥으로 툭툭 치더니 주먹으로 바뀌었고 후반부에는 한 명이 발로 내 다리를 차니 다른 애들도 발을 들어 마구 찼다.


'언제 끝나지?'


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 차올랐다. 수업종이 치고 5인방은 각자의 교실로 흩어졌고 나는 화장실 바닥에 앉아서 잠시 생각을 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쉽게도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생각 정리를 끝내고 아무도 없는 남자화장실을 나와 여자화장실로 갔다. 여자화장실 거울 앞에서 옷을 들춰봤다. 팔과 다리는 살갗이 살짝 까져있었고 어떤 곳은 빨개져만 있었다.


나는 바로 교무실로 갔다.


Image by Michal Jarmoluk from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남자화장실에 끌려가서 맞은 이야기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