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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건 May 06. 2024

식물

헛소문

선반에 놓인 화분이 성내는 소리

우리는 초록 아니면 다 좋아

그런데 어째서 초록이야?     


선반에 놓인 화분 셋이서 떠드는 주제

생존, 개성, 죽음

어째서 인간은 우리를 죽이려 드는가

어째서 인간은

우리를 죽이려

죽이려 드는가     


3달 전에 있던 그 장미

빨간 꽃을 피웠더니

그대로 꺾여 죽었어

너희는 절대 꽃을 피우지 마

꽃은 곧 끝이야

죽음

끝이야     


화분에 우리를 가둔 거인

화분은 두려움이다

거인은 거대한 것을 숭상한다

우리의 한계는 작다

터전의 크기는 곧 나의 크기다

한계다     


손을 대면 죽어버리는 초록이 아쉬워서

그럼에도 이 방에 그 선반 위에는 초록이 어울려서

초록의 무덤 위에 다른 초록을 잔인하게 올려두고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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