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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 Oct 05. 2022

감각을 키우고 호기심을 가지니 삶이 재미로 가득 차다

항상 즐거움을 도모하라. 즐거움은 도처에 널려 있다.

재미는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것이다. 나는 재미를 느끼지만 상대방은 지루해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아들은 닌텐도 스위치 게임을 무척 좋아한다. 너무도 재미있기에 엄마를 그 즐거움의 세계로 끌어들이려고 꼬시지만 난 요지부동이다. 난 게임이 재미없다. 아들은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각자 재미를 느끼는 분야가 다른 걸 어쩌겠는가.


재미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감각을 키우고 항시 호기심을 유지하려는 노력 말이다. 작은 신호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작은 변화나 신호를 붙들고 생각하고 연결하다 보면 큰 기쁨을 느낀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재미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열심히 일할 때를 제외하면 항상 재미있는 것들을 도모했다. 조그마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생각이나 행동들이 내 인생에 큰 즐거움을 주는 경험들로 이어진다. 하나하나 쌓이다 보니 매 순간이 즐거움으로 가득 찬다.




( 백수 동경 )


고미숙의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라는 책을 읽고 나서 '백수 동경'이라는 단어를 마음속에 담았다. '백수 동경.' 가끔씩 몰래몰래 이 단어를 끄집어내어 음미하면 스스로 짜릿함을 느낀다.


이 책은 겉으로는 훌륭한 백수가 되기 위한 지침이지만, 정말 백수기 되라는 말은 아니리라.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다. 직정을 다니지만.... 백수를 동경하며... 내 가슴속에 백수를 위한 동경을 품는다.

1. 슈퍼 타임 리치까지는 되지 못하겠지만, 짬짬이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현명한 타임 리치가 된다. 매 순간순간을 느끼며 슬기로운 백수 아니 직장인이 된다.

2. 감히 알려고 한다. 타임 슈퍼 리치도 의지가 없으면 무용지물. 백수는 100권의 책을 읽는다. 나도 100권의 책을 읽으며 백수를 동경해야지.

(단 이때 백이라는 숫자는 완전수다. 자신을 지키고 완성할 때까지 읽는다)

3. 여행 많이 다니고, 진실한 우정을 찾자.

4. 책에서 제시한 청년 과제를 나만의 중년 과제로 받이 들인다.


<청년 과제>

과제 1. 노동에서 활동으로 : 자기 삶의 매니저가 되자!

과제 2. 고립에서 공감으로 : 우정의 기예를 연마하자!

과제 3. 방황에서 탈주로 : 노마디즘으로 무장하자!

과제 4: 반복에서 생성으로 : 지혜의 파동에 접속하자!




( 우아한 관찰 주의자가 되자 )


보는 법은 중요하다. 보는 법을 제대로 배우게 된다면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이 바뀌고 인생이 변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내가 찾으려는 세계를 한정하지 않는다면 더 넓고 다이내믹한  세계를 볼 수 있다. 소로는 말했다. “우리는 스스로 찾으려는 세계만 발견한”고.


<월든>을 읽을 때, 가장 생소하게 느낀 부분은 겨울의 월든 호수에 관한 장이었다. 소로는 호수를 다양한 관점으로 관찰하고 다양한 놀이를 시도한다. 그러한 관찰과 놀이는 사색으로 이어지고 그의 삶은 결코 지루할 틈이 없다. 걸어서 호수 둘레를 재고, 직접 물속에 들어가 깊이를 재고 그리고 호수의 도면도 손수 만든다. 호수 색의 변화를 감지하고 겨울이 지나는 동안 얼음의 변화를 흥미롭게 관찰한다. 사실 독자에게는 크게 유익하지 않은 장일 수 있지만, 호수는 소로에게는 세상 제일 재미있는 놀이 대상이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그의 관찰력이었다.


우리의 뇌는 최고로 효율적인 방법으로 감각기관에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 중 핵심만 취하고 나머지는 버린다. 이러한 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뇌를 훈련할 수 있다. 다양한 감각을 활용할 수 있지만 특히 시각이 아주 좋은 훈련 수단이 된다. 세상을 보다 섬세하고 촘촘하게 볼수록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재미는 확장된다. 습관, 권태, 게으름, 과도한 자극 등 우리가 집중하지 못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이런 이유들로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친다. 하지만 우리는 우아한 관찰주의자가 되는 순간 매 순간순간을 재미로 채울 수 있다.


내 방에 작은 식물을 들였다. 초설 마삭이라는 식물로 빛을 받으면 잎사귀 색깔이 예쁜 붉은빛을 띠고, 햇빛을 보지 않으면 푸른빛을 띠는 덩굴설 여러 해 살이 풀이다. 택배로 배달된 식물은 처음엔 풍성하고 이뻤지만, 분갈이 앓이를 하는 건지 점점 줄기가 메말라 가고 잎들이 시들어 떨어진다. 하루하루 식물의 상태를 관찰하며 물을 줘야 할지 영양분을 공급해야 할지 노심초사한다. 말라서 떨어지는 잎사귀는 핀셋으로 고이 들어내고 새로 올라오는 잎과 줄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말라비틀어진 잎사귀도 정리해 준다. 조금씩 활기를 찾아가는 식물을 보며 나도 같이 기분이 좋아진다. 화장대 바로 옆 협탁에 올려둔 나의 식물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나의 애정 어린 관찰을 받으며 조금씩 생명의 활력을 되찾고 있다. 간간히 딸아이의 방에 마련해준 아기 식물 파키라도 힐끔힐끔 관찰한다. 이 친구는 쨍한 초록색을 띄고, 새로 나온 잎사귀들이 하루 만에 쑤욱 올라온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건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우아한 관찰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내 삶을 재미로 가득 채운다는 뜻이다. 작은 식물도 좋고, 미술 작품 감상도 좋고, 음악도 좋다. 지금 나는 ‘우아한 관찰 주의자’인가 수시로 점검해 본다.




( 자투리 시간을 몰래몰래 )


내가 다닌 직장에는 독특한 점심 문화가 있었다. 매일매일 점심 약속을 잡아햐 한다. 타 부서 직원, 타 팀 직원, 동기들 등 다양한 직원들과 그날그날 점심을 같이할 약속을 잡는다. 같은 팀 직원이라도 돌아가면서 점심 약속을 잡는다. 점심 약속이 없는 직원은 같이 밥 먹을 사람 없이, 혼자 덩그러니 남겨질지도 모른다. 이러다보니 가끔은 회사에 점심 약속 잡으러 오는 건가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점심시간에 밥만 먹기 아까웠다. 출근해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1시간인데, 가끔은 온전히 나를 위해서 그 시간을 활용하기로 했다. 점심 약속은 애써 잡지 않았다.


우선 서점을 주기적으로 방문했다. 적당한 거리에 위치한 서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시청역 근처에서 근무할 때면,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다녔다. 역삼역 근처에 근무할 때면, 강남역 알라딘에 다녔다. 여유가 있으면 일주일에 한 번, 일이 너무 바빠도 한 달에 한 번은 가려고 노력했다. '서점'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업무에서 스위치 오프가 되고 나는 온전히 평온한 상태가 되었다. 오롯이 나 자신과 이 공간에 몰입했다. 새로 출간된 책들을 보며 호기심을 가지고 목차를 훑는다. 가슴 떨리게 하는 제목의 책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구입한다. 


두 번째는 도서관을 방문했다. 사내 도서관이 있지만 일부러 외부 도서관을 이용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 하니까. 몰래하는 즐거움이 크니까. 평소에 읽고 있던 책을 들고 가서 열람실에서 읽기도 했다. 서가에 비치된 책들을 보다가 눈에 띄는 책이 있으면 바로 대출해온다. 


이렇게 점심시간을 활용하면서부터 회사 업무로부터 스트레스를 덜 받았다. 점심시간에 서점이나 도서관에 갔다가 사무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점심시간 1시간 동안 서점과 도서관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다녀온 날은 오후 근무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고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쳤다. 예전에는 업무의 연속 그리고 중간에 점심시간 혹은 퇴근했다 출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왠지 이런 날에는 휴식 시간 사이에 잠시 업무를 본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점심시간 활용에서 시작한 나의 재미 찾기는 점점 그 범위와 대상을 확대해 나갔다.




( 좋은 사람들과 휴가 내고 놀기 )


남이 일할 때 노는 즐거움이 최고로 짜릿하다. 가족여행도 즐겁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휴식과 여행을 도모하는 것은 무척 즐겁다.


친한 동료들과 함께 오후 휴가를 내고 부암동 나들이를 한다. 오후 2시에 만나 택시를 타고 커피프린스 1호점 촬영지인 부암동 카페 산모퉁이에 갔다. 야외 테라스에서 햇살을 받으며 부암동 전경을 바라보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시간은 힐링 그 자체다. 나와 이 시간, 이 여유로운 시간을 함께 해주는 동료이자 언니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특히, 다른 직원들이 일할 때 우리는 논다는 사실 자체가 그렇게 힐링일 수가 없다. 열심히 일하는 동료들에게는 죄송. 카페에서 나와서 부암동 길을 걷는다. 이 길이, 이 순간이 너무 좋다. 다음번에도 이런 여행을 오자며 우리끼리 작당을 하며 수다를 떨며 그렇게 즐거움을 만끽한다. 그날 있었던 수다의 내용은 우리끼리의 비밀이다. 동네책방인 '역사 책방'에 들른다. 오늘 여행의 마지막 코스다. 감성적인 공간을 만끽하고 책을 한 권 구입한다. 지적 여행의 결정판이다!


두 번째 여행도 도모했다. 이번 코스는 남산이다. 우리는 어김없이 오후 반차를 내고 남산 카페 피크닉에 갔다. 전시관과 카페, 편집숍이 함께 있는 이곳은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이다. 아쉽게도 코로나로 전시회 입장인원을 제한하고 있고, 미리 예매를 못했기에 카페만 들른다. 직장인인 우리는 커피와 테이블만 있으면 쉼 없이 수다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전시회를 못 본 게 그리 아쉽지는 않았다. 감성적인 공간에서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늦은 오후에 남산길을 걷는다. 참 좋다. 이 시간이, 그리고 언니들이. 저녁은 핫플인 '코요테 살룬'에서 피맥을 한다. 맥주와 피자가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 거야???? 그렇게 우리의 두 번째 몰래 여행도 행복하게 마무리되었다.


함께 책을 읽는 친한 동료 언니들과 북 스테이를 도전했다. 가족들과 방문한 적이 있던 양평의 '산책하는 고래'라는 북 스테이에서 하루를 함께 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오후 반차를 냈다. 금요일 오후 반차는 행복이다. 책을 좋아하는 우리는 그 감성적인 공간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사진을 어떻게 찍어도 이쁘게 나온다. 책을 소재로 우리의 대화와 수다는 그날 밤늦게까지 계속되었다. 다음날 아침 용문사 방문까지 1박 2일이지만 너무도 알찬 행복한 여행이었다.


오후 반차 내고 놀기는 어렵지 않다. 실천으로 이어지냐 마냐는 내 작은 의지 하나만 있으면 된다. '가자!'라고 말할 의지만 있으면 내 삶을 풍요롭게 채워줄 즐거움 하나를 언제든지 만들 수 있다. 항상 즐거움을 도모하라. 즐거움은 도처에 널려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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