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배움에서 얻는 즐거움은 크다. 어른의 공부에서 재미를 추구한다.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 늙지 않는다는 말에 백 프로 공감한다.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하면서 젊음도 유지한다. 나는 늙을 틈이 없다.
피터 드러커는 평생 공부를 놓지 않았다. 3년마다 한 가지 분야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공부했다는데, 경영학, 경제학, 사회학, 정치학, 통계학, 소설, 아시아 역사, 미술 등 평생 16개가 넘는 분야를 연구했다고 한다. <프로페셔널 스튜던트>의 저자 김용섭은 급변하는 뉴 노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수적으로 필요한 공부가 테크놀로지(Technology), 돈(Money), 트렌드(Trend), 예술(Art), 생존력(Survival)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의 배움의 대상이 특정 주제로 좁혀져 있는 듯하다. AI, 비트코인, 메타버스, NTF 등과 같은 테크놀로지, 그리고 주식, 부동산, 경제 등 돈 공부가 가장 인기 있는 공부인 듯하다. 그 외에도 마케팅, 글쓰기에 대한 공부도 인기 있어 보인다. 개인마다 재미를 느끼는 분야가 다르다. 스스로 성장하고 싶은 영역은 사람마다 상이하다. 남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진정 배우고 싶은 분야를 찾아서 꾸준히 공부한다. 죽기 직전까지 젊음을 유지하며…
( 공부 설렘 )
중·고등학생 때 입시를 위한 공부, 대학생 때 중간·기말고사와 취업을 위한 공부, 유학 준비, 행정고시, 승진을 위한 공부 등 인생을 살면서 수없이 많은 공부를 해 봤다. 대부분 시험을 잘 볼 자신은 있었지만 모든 공부가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다. 좋아했던 과목(수학, 물리...ㅋㅋ)이라면 몰입해서 공부하던 그 자체만으로 좋았지만, 어쩔 수 없이 공부하고 암기해야 하는 공부들이 더 많았다. 결과적으로 점수의 높고 낮음은 내가 공부를 통해 얻는 지혜의 양과 전혀 무관했다.
공부(工夫)의 사전적 의미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이다. 나는 그동안 공부하면서 무엇을 배우고 익혔나. 생각을 해보니 배우고 익히는 것에 목적을 두지 못했던 듯하다. 시험 볼 때, 답을 맞히고 지면을 채워낼 수준으로 나를 단련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였다.
그렇게 마지못해 했던 '공부'인데.. 어른이 되고 나니 다시 '공부'하고 싶어 졌다.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 주제들에 대해서 진정 배우고 익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학창 시절의 공부에 이어, 이제는 새로운 재미를 느끼며 공부해 보고 싶다.
어른이 되어서야 중요한 걸 알게 된 국어 혹은 글쓰기, 학창 시절 너무 암기만 했던 한국사와 세계사, 지적인 흥분을 경험했으나 최악의 선생님을 만난 이후로 포기했던 물리, 항상 좋아했던 수학, 대학생 때 유일하게 재수강했던 교양과목 한문(그만큼 시간 투자가 많았음), 어른이 돼서야 진정한 실용성을 알게 된 철학 등을 다시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다.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에 따르면 인간의 놀이는 다섯 가지 특징으로 요약된다. 첫째, 비실재적이다. 둘째, 놀이는 ‘내적 동기’에서 출발한다. 셋째, 놀이는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넷째, 놀이는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놀이의 특징은 즐거움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요즘 내가 하고 싶은 공부가 바로 이 다섯 가지 특징을 보이는 게 아닌가. 어른이 되고 나니 공부가 놀이가 되어 버렸다! 내가 스스로 선택한 대상을 알아가고 탐구하면서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는 것. 이게 바로 놀이이고 재미이다.
학창 시절 공부했던 과목들을 그냥 입시 공부로만 끝내버리고 싶지 않다. 나에겐 ‘물리’와 ‘수학’에 대한 애정이 아직도 남아있다. 순수한 배움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 물리와 수학을 공부하며 학창 시절 느꼈던 성취감과 깨달음의 재미를 추구한다. 나이가 드니 역사 공부도 재미있다. 세계사와 한국사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는다. 또한 글쓰기 공부는 평생 해도 모자란다고 생각하며 조급하지 않게 꾸준히 익힌다. 그 외에도 책을 통해 심리학, 철학, 정치, 사회, 예술에 대한 배움도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한다.
“배우고 또 배우니 즐겁지 아니한가!!”
( 물리학 공부 )
고등학생 시절 내가 좋아했던 물리. 물리를 다시 배워보고 싶다. 고르고 골라서 꽤 괜찮은 책을 구입했다. 바로 <세상을 바꾼 물리>
역사가 함께한 물리는 나에게 신선한 자극과 새로운 배움을 건넸다. 물리 이론들이 나오게 된 시대적 배경과 관련 주요 연구 대상들, 그리고 수많은 논쟁을 통해 과학계에 인정을 받게 되는 과정들이 함께 소개되는데, 하나하나 모든 내용이 나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딱딱하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교과서적으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철도국 특허를 담당하던 아인슈타인이 기차역마다의 시간 동기화와 관련된 수많은 특허 신청건을 보며 시간과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함께 소개한다.
고등학교 물리 교과서에 배우는 내용은 거의 다 다루는 듯하다. 예전에 재미있게 공부했던 내용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우리의 교육이 단지 결과만을 가르쳐 주고 문제를 제대로 풀어내는 능력만을 판단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배우는 과학 이론이 수많은 논쟁과 토론 끝에 탄생했음을 안다면 ‘내가 왜 이런 공부를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머릿속에 항상 가두고 살지는 않았을 텐데.
어른이 되고 나서야, 즐겁게 물리를 공부한다. <세상을 바꾼 물리>를 읽고 내용을 복기한다.
(1. 물체는 왜 아래로 떨어질까? | 자유낙하 법칙의 발견)
갈릴레오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운동에 관한 중세의 논의들을 종합해 중요한 역학 개념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수학화함으로써 근대 역학의 기틀을 다졌다.
(2. 갈릴레오, 새로운 우주관을 찾아 나서다 | 관성과 근대 역학의 시작)
갈릴레오는 자신이 정립한 여러 역학 개념을 토대로 코페르니쿠스의 천문학이 던진 문제들을 하나씩 수학적으로 해결해 나갔다. 교황청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갈릴레오의 업적을 인정했다. 1992년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코페르니쿠스 우주 체계를 인정하고 갈릴레오에 대한 재판이 잘못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시인했다. 관성과 운동의 상대성, 운동의 합성은 운동을 분석하는 기초적인 방식이다. 갈릴레오가 정립한 운동 개념들은 역학을 뛰어넘어 태양 중심의 우주 체계를 증명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3. 뉴턴, 달과 사과를 잡아당기는 힘을 밝히다 | 중력과 과학 혁명의 완성)
16세기부터 17세기까지에 유럽에서 일어난 근대 과학의 탄생 과정을 과학 혁명이라고 부른다. 과학 혁명은 일반적으로 코페르니쿠스가 시작해 뉴턴이 마무리했다고 여겨진다. 뉴턴은 계산식을 완성한 것에 머무르지 않고 약 18개월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으면서 우주와 물체의 운동에 관한 법칙들을 정리해 책으로 엮었다. 물론 케플러의 법칙에 대한 증명도 함께 실었다. 이 책이 바로 과학사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프린키피아>이다.
(4. 무지개를 만드는 빛의 정체를 찾아라! | 빛의 성질과 광학)
20세기 초에 과학자들은 빛만이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을 가진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 역시 빛처럼 이중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냈다. 전자도 입자의 성질과 파동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생각, 이는 20세기 과학에 가장 혁명적인 사건을 예고하는 아이디어였다. 바로 양자역학의 등장이다.
(5. 자석과 번개가 같은 현상이라고? | 전자기 유도 법칙과 전자기학)
맥스웰은 자신의 방정식을 이용해 전자기파의 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는 319,740km/s로, 당시 알려져 있던 빛의 속도와 같았다. 이는 빛의 성질이 전자기파의 성질과 같음을 의미했다. 맥스웰은 빛이 곧 전자기파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었다. 맥스웰은 1873년에 그간의 연구를 종합해 <전기와 자기에 관한 논고>를 출판했다. 이 책은 아직까지도 읽히며, 물리 역사상 뉴턴의 <프린키피아> 다음으로 큰 영향을 끼친 책이 되었다.
(6. 증기가 기계를 움직일 수 있다니! | 에너지 보존 법칙과 열역학)
19세기 들어 열, 빛, 전기, 자기, 소리 등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점차 자신들의 연구 분야를 역학과 동일한 분야로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2가지 요소가 작용했다. 첫째, 전혀 달라 보였던 두 분야는 수학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둘째, 다양한 현상을 에너지라는 통일된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역학, 열, 빛, 전기, 자기, 소리를 다루는 과학자들이 자신들이 모두 한 분야에 속한다고 인식하자 마침내 `물리학`이라는 통합된 학문 분야가 형성되었다.
(7. 상자 속의 고양이는 살았을까, 죽었을까? | 코펜하겐 해석과 양자역학)
슈뢰딩거의 방정식을 위치 확률 방정식으로 보는 해석 방식을 `코펜하겐 해석`이라고 한다. 당시 물리학계의 거장이었던 보어의 이론 물리 연구소가 코펜하겐에 있었고, 그의 연구소 출신 과학자들이 이 해석을 지지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반면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 드브로이 등의 유명한 과학자들이 코펜하겐 해석에 반대했다. 하지만 결국 코펜하겐 해석은 오늘날 양자역학에 대한 표준 해석으로 자리 잡았다.
(8. 시간과 공간의 비밀을 밝혀라! | 상대성 이론)
특수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은 느려지고, 질량은 늘어나며, 길이는 짧아진다. 일반상대성 이론은 특수 상대성 이론과는 달리 가속 운동이 일어날 때의 중력 변화를 다룬다. 물체의 중력이 강해 공간이 많이 휠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반대로 중력이 약할수록 시간은 빨리 흐른다.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시간과 공간은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함께 늘거나 줄어든다.
( 세계사 공부 )
어른이 되고 나서 다행인 것 중 하나는 이제 죽도록 암기 안 해도 된다는 사실이다. 내 방식대로, 알고 싶은 내용을 골라서 공부할 수 있는 자유로움은 어른만의 특권이다. 이런 장점은 누려야 한다. 세계사를 좀 더 공부해 보고 싶다.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면 좋을까.
<세계문학여행, 소설로 읽는 세계사>를 읽었다. 소설을 통해 세계사 공부를 한다. 총 2권짜리 책이다. 근대의 시작부터 찬찬히 세계사의 흐름과 세계 지도를 따라가며, 세계사라는 큰 맥락을 이해하기에 쉬운 소설들을 제안하고 설명을 곁들인다. 로빈슨 크루스를 소개하는 첫 장인 '새로운 모험의 시작'에서부터 설렘은 시작된다. 이 책을 읽을 때의 설렘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소설의 재미, 좋은 책을 찾는 재미, 좋은 책을 읽기 전에 선수과목을 듣는 듯한 재미, 역사를 이해하는 재미,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 각지를 여행하는 재미가 가득하다. 역사 속 팩트를 목격하고 가슴 아파하며, 소설 속 가공인물들의 감정을 함께 느끼며, 읽고 싶은 책 목록이 한가득 쌓여간다.
<교양으로 읽는 용 선생 세계사>를 읽는 것은 제대로 된 세계사 공부다. 두툼한 양장본 12권짜리 <용 선생 세계사>를 들였다. 재미와 감동을 함께 주는 이 책은 풍부한 삽화와 사진, 지도 그리고 다양한 설명자료들이 담겨있다. 이보다 더 친절한 세계사 책이 있을까. 이 책을 편집하느라 참고한 자료들만으로도 어마어마하다. 그만큼 정성이 느껴진다. 내용도 쉬워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단, 분량이 방대하다는 사실. 재미있게 읽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앞에 읽었던 내용을 까먹을 수 있다. 그래도 이 책이라면 즐겁게 다시 읽어야지. 1년에 한 번씩 세계사 전집 읽기를 계획한다.
(한국사 공부)
이번에는 만화로 조선의 역사를 훑어본다. 얕은 지식이긴 하겠지만, 없는 것보다 낮다. 웹툰으로 소개된 무적핑크의 <조선왕조 실톡>이다.
가볍게 쓰인 책이 아닐까 의구심을 가지며 1권부터 시작한다. 어.. 재밌다.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역시 만화의 효과가 크다. 1권은 고려말 이성계가 원명 교체기라는 대외 정세 속에서 위화도 회군을 감행하고, 셋째 아들 방원이의 지원 속에서 조선을 건국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워~~~~~언~~~~며~~~~~엉 교체기!! ㅋㅋㅋ 아직도 책 속에 그려진 이 문구가 지워지지 않는다. 이뿐이겠는가? 왕들의 가계도와 그 속에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와 암투들이 그림으로 그려져 쏙쏙 머릿속에 들어온다.
만화로만 그려졌다고 결코 내용이 부실하지 않다. 중간중간 <실록 돋보기>라는 상세한 해설 페이지가 빽빽이 자리 잡고 있고 <실록에 기록된 것>에 요약정보도 담고 있다. 여기에는 어느 글밥 많은 책만큼이나 풍풍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충만한 느낌이 사라지는 게 아쉬워서, 노트를 꺼낸다. 나만의 스타일로 조선왕들을 하나씩 기록해본다. 정리가 엉망이다. 하지만 느낌 그대로 그냥 적는다. 이 노트는 조선을 이해하기 위해 방문하는 나만의 놀이터다! 이 책을 읽은 후 확실히 조선에 대한 이해가 무척 높아졌다.
( 글쓰기 공부 )
학창 시절 가장 싫어했던 과목이 ‘국어’였고, 독후감 쓰기를 무지무지 싫어했다. 대학만 가면 글쓰기는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며 좋아했는데, 정작 직장에 들어가니 글쓰기가 나의 발목을 잡았다. 싫지만 평생 해야 하는 공부가 바로 ‘글쓰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글쓰기’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직장에서의 필요에 의해 시작되었다. 애초에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글쓰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강의 중에 ‘글쓰기’와 관련된 강의를 찾아들었고, ‘글쓰기’와 관련된 책에는 자동으로 눈이 갔다. 출퇴근하면서 네이버 오디오 클립을 들어볼까 싶어 채널을 탐색하던 중, ‘돈. 말. 글’이 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왔다. 나에겐 ‘글’이 제일 크게 보였다. 그래서 한창 정은길 아나운서의 ‘돈. 말. 글’을 들으며 다녔다.
그렇게 ‘글’에 대한 탐구들이 좋았다. 내가 왜 진즉 ‘글쓰기’를 그렇게 등한시했을까 후회했다. 김만교 교수님의 <개구리를 위한 글쓰기 공작소> 강연을 들을 때가 기억난다. 김만교 교수님은 글쓰기 교주였고, 나는 열렬 신도였다. 어떤 종교냐면 ‘이만’ 교.. ㅋㅋㅋ 아파트 단지 내를 걸으며 강연이 너무 좋아 충만했던 때를 잊을 수가 없다.
자기가 평소에 사용하는 언어를 새롭게 하는 게 바로 성장이다. 습관적인 언어 사용은 성장 없이 고여있는 상태이다. 일상적인 통념을 벗어나 자기의 가치를 스스로 자긍 하는 각도로 자기의 느낌과 자기의 삶을 서술해 나가야 한다. 이게 바로 글쓰기의 기본적인 재미이며 의미이다.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최우선 조건이 바로 자신의 언어를 새롭게 하기다. 이 사실을 마음속 깊이 새기며 오늘도 글쓰기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