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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 Aug 28. 2022

당신은 지금 어디에 미쳐있나요

영혼의 기쁨을 누리는 게 이 현대 사회를 잘 살아가는 방법이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무언가에 미쳐있다. 정도의 차이일 뿐. 당신은 지금 어디에 미쳐있나? 이 질문에 당당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를 충실히 잘 살아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럼 나는 지금 어디에 미쳐있나? 나는 현재 책 읽기에 미쳐있고, 운동에 미쳐있고, 새로운 도전에 미쳐있다. 열정을 가지고 무언가에 몰입하는 것이 미친 거다. 열정이 있는 삶, 무언가에 미쳐있는 삶이 제대로 된 삶이다.


이 세상 나를 자극하는 것들이 넘쳐날 때 <돈키호테>를 만났다. 돈키호테는 '당신은 지금 어디에 미쳐있나요?'라는 질문을 내 인생에 던졌다. 덕분에 내 인생에 던지는 진지한 질문 하나를 건졌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미쳐있나요?"





( 미치지 않고 사는 삶이 미친 삶이다 )


"'아아!' 산초가 울면서 대답했다. '나리, 돌아가시지 마세요, 제발. 제 충고 좀 들으시고 오래오래 사시라고요. 이 세상에 살면서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고의 미친 짓은 생각 없이 그냥 죽어 버리는 겁니다요. " <돈키호테>


'기사'에 미쳐있던 돈키호테가 정상(?)으로 돌아와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간다. 그런 돈키호테에게 산초가 마지막 울부짖는다. 미치광이었던 돈키호테에게 아니 그를 비웃었던 세상을 향해 외친다. 무언가에 미쳐서 살았던, 생각을 가지고 살았던 돈키호테가 미친 게 아니라 생각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진정 미친 거라고. 산초의 울부짖음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로 향해야 한다.


나는 과연 어디에 미쳐 있는가? 돈키호테를 읽으며 계속 이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어딘가에 미쳐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어딘가에 미쳐 있지 않은 사람의 삶은 무미건조하고, 목적 없이 방황하는 삶이다.


문요한 박사는 <오티움>에서 영혼의 기쁨에 대해 이야기한다. “’ 당신은 어떤 활동을 할 때 영혼의 기쁨을 느끼는가?’ 이는 행복을 원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핵심 질문이다. 행복의 핵심은 ‘좋은 경험’에 있다. 좋은 경험의 특징은 빠져든다는 사실이다. 자신도 모르게 그 활동 속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몰입하게 된다”

돈키호테는 ‘기사 되기’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몰입이 되었고, 이는 돈키호테에게는 영혼의 기쁨이았다. 영혼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게 이 현대 사회를 잘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 미치다의 정의 )


사실 '미쳤다'라는 표현은 두 가지 의미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어딘가 몰입해 있음을 일컫는다. 덕후나 오타쿠와 같은 맥락이다. 두 번째는 현실의 부정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관으로 삶을 사는 사람이다.


책 속 돈키호테는 표면적으로는 첫 번째로 그려졌지만, 두 번째 의미를 담고 있다. 현실이 제대로 된 현실이 아니라면, 미쳐있다는 돈키호테를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삶에 대한 자세와 관점은 변함없는데 그가 속한 사회에 따라 그 사람을 미쳤다고 보거나 평범하다 볼 수도 있다. <달과 6펜스>에서 찰스 스트릭랜드가 프랑스라는 문명사회 속에서는 미친 사람이었지만, 타히티 섬에 들어가서는 사람들과 너무나 잘 지내지 않았던가.


여하튼 '미쳤다'라는 이 두 가지 의미 중 돈키호테는 둘다를 아우른다. 두 가지 의미는 연결되어 있다. 연결된 관점에서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미쳐있다. 사람들이 모두 겉으로 첫 번째 관점의 미친 부분을 가지고 있고 이는 겉으로 표현된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두 번째 의미의 미침도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가진다. 사람은 다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두 가지의 모든 미침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정도가 큰 사람들을 보고 우리는 경외감을 느낀다. 반대로, 미친 부분이 없는 사람, 즉 흥미를 가지고 빠져들어 즐기는 대상이 없고 사회에서 적당히 타협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측은하게 여긴다.




( 상대방에게 던지는 최고의 질문 )


"당신은 요즘 어디에 미쳐 있나요?"라는 질문은 낯선 누군가에게 던질 수 있는 최고의 질문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많다.


첫째, 상대방의 진실된 모습을 알 수 있다. 직업, 나이, 가족관계, 학교, 사는 곳 등 우리는 겉모습에 해당되는 무의미한 질문들을 서로 주고받는다. 그런 질문을 중단하고 "당신은 요즘 어디에 미쳐 있나요?"라고 물어라. 상대방의 진실된 모습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대화가 즐겁다. 사람들은 자신이 미쳐있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눈빛이 빛나고 적극적이 어진다. 내가 가장 장 알고 있는 영역이 내가 미쳐있는 영역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 말할 것들도 많다. 그런 사람과의 대화는 즐겁다.




( 딸아이의 덕질 )


딸아이의 덕질 라이프를 관찰하는 재미가 솔솔 하다. 내 관점에서 볼 때, 최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항상 빠져있는, 즉 미쳐있는 대상이 존재한다. 대상이 마를 날이 없다. 매일이 행복한 아이다. 작년엔 학교 선생님에게 미쳐있었다. 재작년은 코로나로 등교를 거의 하지 못했다. 다행히 다음 해엔 2/3는 등교를 했다. 아이는 학교에서 직접 선생님들을 만난다는 즐거움으로 충만했다. 담임 선생님을 비롯하여 딸아이가 빠져 있는 선생님은 한 두 분이 아니다. 물상 선생님, 기술 선생님, 수학 선생님, 영어 선생님. 연예인 덕질 저리 가라다.


"엄마, 오늘 정말 환상의 날이야~ 물상 선생님, 영어 선생님, 기술 선생님을 모두 볼 수 있어~ 꺄~" 봉사 수업으로 대체라도 되는 날에는 딸아이의 얼굴이 울상이 된다. "너무한 거 아냐? 쌤을 못 봐. 도대체 왜?? 너무 슬퍼..."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하는 첫마디는 "엄마, 벌써부터 쌤들이 보고 싶어. 내일 아침까지 어떻게 참고 기다리지?"


딸아이와의 대화도 많아졌다. 딸이 거실로 나오는 횟수가 늘고, 선생님 덕질을 이어간다. "엄마, 오늘 작년 영어쌤을 보긴 했는데, 인사를 못했어. 아쉽게도.. 아 계단 2계단만 먼저 갔어도 인사를 하는 건데, 작년 영어쌤 너무 좋아~ 꺄~" 그런 딸아이를 보며 흐뭇해한다. 선생님 덕질에 미쳐있는 우리 딸아이의 삶이 너무도 행복해 보인다.


작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딸아이의 덕질 대상이 바뀌었다.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의 광팬인 딸아이는 OFD(모니카 쌤의 댄스 학원) 다니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최대 선생님은 다영쌤인 케이데이 언니이다. 딸아이의 케이데이 언니 사랑을 읊으려면 밤을 새우고도 모자란다. 오렌지 추리닝 복으로 무장하고 우드락에 응원 문구를 꾸며서 신년 콘서트에 다녀온다. 언니의 OFD 수업을 듣기 위해 몸치와 관절염을 극복했다. 댄스 연습을 위해 혼자서 연습장을 예약해 다니기도 한다.


다만, 대학 입학 전까진 공부도 소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엄마, 아빠의 바람을 알아주길 바랄 뿐이다. ‘그 열정으로 공부를 한다면..’ 엄마인 내가 혼자서 생각만 해본다. 공부에 그 아이가 빠지는 게 상상이 안된다. 케이데이 언니, 프라우드먼 언니들이기에 딸은 힘들지만 덕질을 하는 거니까. 그녀의 삶이 진정 행복해 보이고 부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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