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마다 엄마와 언니 나 동생은 목욕탕에 갔다. 육교 건너편 기다란 굴뚝에서 나는 뿌연 연기는 새벽 깜깜한 하늘 위로 뭉게뭉게 피워 올랐다.
물이 가장 깨끗한 시간에 목욕을 가야 한다는 항간의 이야기에 한겨울에도 엄마는 동이 트기 전에 우리를 깨웠다.
언니를 한번 나를 한번 동생을 한번 부르고 일어나라고 큰소리로 우리 셋의 이름을 한꺼번에 불렀다. 마지못해 일어난 우리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빗지도 않고. 내복 위에 바지와 윗도리를 겹쳐 입었다. 맨발로 운동화를 구겨 신고 한 손에는 미미인형을 꼭 쥐고 엄마를 따라나섰다. 드레스를 입은 늘씬한 미미는 발걸음에 따라 머리채를 흔들었다.
엄마 손에 들린 목욕 바구니에는 샴푸 린스가 하나인 하나로가 덜거덕거렸고, 초록색 때수건 두 개도 포개져 있었다. 200ml짜리 서울우유와 로션, 스킨, 베이비로션이 부딪히며 아무도 없는 골목길에서 챙챙 거렸다.
목욕탕에는 머리를 자물쇠 키로 묶은 여자들이 바가지에 물을 퍼서 연신 몸에 끼얹었다. 우리는 온탕의 뜨거움을 이기지 못하고 들락날락거렸다. 때가 불어야 잘 밀린다는 엄마 말에 못 이겨 온탕에 몸을 담갔다가 빼고 냉탕을 헤엄쳐 다녔다. 사우나에서 막 나온 아줌마가 냉탕에 머리까지 담그자 증기가 하얗게 피어올랐다.
엄마는 우리의 몸을 순서대로 밀었다. 첫째, 둘째, 셋째. 딸 셋을 씻기는 동안 엄마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물인지 땀인지 귀밑머리로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조금은 따끔거리고. 조금은 맨질맨질해진 몸으로 우리는 미미의 머리를 감기고 비누칠을 해서 씻겼다. 엄마가 사우나를 들락거리는 동안 우리 셋은 미미와 함께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피부가 쩌릿해져 오는 걸 즐겼다.
마지막으로 사우나를 다녀온 엄마가 우유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르면서 탕 밖으로 나가라는 손짓을 하면, 우리 셋은 목욕탕의 유리문을 밀고 차가운 공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우리 셋의 몸에서 똑같은 냄새가 났다. 발가벗은 몸으로 빨대 꽂은 요구르트를 쪽 빨아들이며 엄마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나무 평상에 앉아 목욕탕 유리문에서 나오는 여자들을 구경했다. 여자들의 배꼽 아래에는 출산의 흔적이, 하얗게 튼 살이 가로로 세로로 나 있었다.
욕탕에서 나온 여자들은 스킨을 몸에 착착 소리 나게 발랐다. 싸하고 독한 냄새가 탈의실에 진동했다. 그 옆에서 배꼽이 움푹 들어간 매끈매끈한 배를 가진 여자가 드라이어기에 동전을 넣고 머리를 말렸다.
엄마가 로션을 바르는 동안 미미의 옷을 입히고, 옷을 챙겨 입었다. 젖은 머리로 목욕탕을 나서면 머리카락이 얼어붙어 하얗게 성에가 쓸었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 사이로 붉고 커다란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