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는 높이 높이 날아오르고, 흙에서는 쌉싸름한 맛이 났다
유치원을 마치고 담벼락에 흐드러진 장미 꽃잎을 만지며, 바닥에 떨어진 장미 꽃잎을 샌들 끝으로 짓이겼다. 시멘트 바닥에 검붉은 상처가 생겨났다. 집에 가는 길에 있는 담벼락이란 담벼락을 모두 손끝으로 쓸며 집으로 왔다. 파란색 대문을 열자 강아지가 꼬리를 치며 짖었다. 현관문은 늘 그렇듯 열려 있었다. 현관에서 흰나비 모양 샌들을 벗으며 엄마를 불렀다.
소리가 없는 고요한 집안. 방문을 하나씩 열어보았다. 텅 빈 집에서는 가구들이 쿵쿵 내려앉는 소리가 들렸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노란 가방을 거실에 내려놓고 언덕 위에 있는 놀이터로 향했다.
뽀얀 먼지가 걷는 걸음마다 피어났다. 놀이터에는 서너 명의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제일 좋아하는 그네로 가서 발을 굴렀다. 다리가 접히고 펼 때마다 그네는 높이 올라갔다. 구름에 발끝이 닿을 것처럼 높이 높이 올라갔다. 그넷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가 내려올 때 철커덩 소리를 냈다.
쇠사슬 줄을 꽉 잡고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다리를 구부렸다 폈다. 구름이 빠른 속도로 흘러갔다. 뒷산 꼭대기에 노란띠가 붉어질 때쯤 발을 땅에 비벼 그네를 멈췄다. 아이들이 하나둘 놀이터를 떠나고 새로 온 아이들이 얼음땡을 하고 놀았다.
미끄럼틀을 올라가다가 계단에서 넘어질 뻔하자 놀이터가 시시해졌다. 타박타박 언덕 아래로 내려왔다. 미희네 집 앞에서 미희를 부르려다 뉘엿뉘엿 해가 언덕 위에서 지는 것을 보았다.
그대로 쪼그리고 앉아 개미가 개미굴로 들어가는 걸 내려다보았다. 입에 아이들이 먹다 흘린 과자를 쪼개 물고 개미들이 굴로 하나 둘 사라졌다.
나는 개미들이 지나가는 길을 막고 흙을 찍어 먹었다. 모래 알갱이가 이에 닿아 서걱서걱 씹였다. 또 찍어 먹고 또 찍어 먹고. 흙에서 씁쓸한 맛이 났다.
집 집마다 불이 켜지고 저녁밥 냄새가 골목에 피어올랐다. 자리에서 일어나 언덕 아래로 걸어갔다. 몸이 앞으로 기울면서 걸음이 빨라졌다. 멀리서 불 켜진 집이 보였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마당을 빙돌아 뒤편의 부엌 창을 살폈다. 창문에 어른어른 그림자가 비쳤다. 그제야 나는 마당을 뛰어 현관문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자 현관 가득 아무렇게나 놓인 신발들이 보였다. 나는 샌들을 벗어 가지런히 놓아두고 불이 켜진 주방으로 뛰어갔다. 된장찌개 냄새가 콧속으로 진하게 들어왔다. 엄마의 뒷모습이 보였다.
엄마하고 길게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