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되지 못한 글들

발행할 적절한 시기를 놓치긴 했다.

by 구슬붕이

브런치를 휴대폰 메모장 대신 쓰기 시작한 지 12개월이 조금 지났다.

3월이 오기 전 보복소음 관련 트라우마로 힘들기도 했고, 앞뒤 생각 안 하는 무모한 청소년들의 괴롭힘에 분개하던 시절, 작년부터 쓰던 이야기를 브런치북 하나로 만들었다. 생각날 때마다 쓴 메모들이 '내 서랍'에 하나 둘 제대로 들어앉기 시작했다. 섣불리 발행을 누르기 보다 생각이란 걸 해 봤고, 감정적으로 세상에 내놓는 '발행' 후에는 글 삭제를 위해서 브런치북 자체를 지워야 했다.


2025년 12월을 열흘 남짓 남기고 구독자 없는 비정기 간행물인 '여름방학 잠자리채'를 내년 여름방학까지 두는 게 맞을까 고민해 본다.

7월, 나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삭제했던, 아이러니하게도 그 글이라도 썼기에 억울한 내 심정을 다독였던 글들은 지워야 했다. 뒤돌아 생각해 보니 그 아픔의 시기도 잠시였다.


2025년도 하반기 시간들은 앞선 고통을 잊어버리게 할 만큼 크고, 깊은 심해 같아 계속된 헤엄 없이는 빠져나오기 힘든 만큼 암담해서일까, 내 마음은 브런치 메모로도 담을 수 없을 만큼 깨진 항아리에 부은 물 같았다. 콩쥐가 아니어서일까 큰 두꺼비는 없었지만, 글 발행을 못하던 시기에도 안부를 물어봐 주신 작가님들의 방문이 깨진 물독을 막는 두꺼비 같은 은인이 되어 주셨다.


마음 그릇이 깨진다는 게 이런 걸까? 무언가를 계획하고 나아가기에는 손발이 무거운 순간이다. 매 순간 내 힘으로 지켜야 하는 가정, 사랑이라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애증 어린 시선과 마음이지만 챙겨야 하는 고향 가족을 위해 써야 하는 에너지도 충전해야 한다.

잠깐이지만 옆의 아들이 혼자 있는 시간, 음악을 들으면서는 무엇이 불만인지 발을 쿵쿵 굴러댄다.

현실로,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충직한 집사인 엄마로 돌아오라는 신호다. 멀리 갔던 생각, 흘러내리고 심해 속으로 가라앉던 마음이 수면 위로 올라와 고래처럼, 해녀처럼 숨비소리를 뿜는다.


내 서랍 속, 미처 발행되지 못한 글들도 언젠가는 빛을 볼 날이 찾아오겠지. 세수하고 얼굴에 화장한 후, 나오는 아침 출근을 위한 발걸음처럼, 조금은 단정해진 모습으로 세상에 나오는 글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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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