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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층간소감 05화

층간소감 4

-부동산 다녀왔습니다(2편)

by 구슬붕이

※ 이번 편은 29세 이상의 성인이고, 부모가 되어보신 어른들만 보시기 바랍니다. 자녀 중 딸만 있으신 분들은 이해하기 힘드실 수 있습니다.


<May 02.2024. 재수정>

중고등학생들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나 보다. 이들은 미성년자라 법적인 처벌이 쉽지 않고, 부모가 어느 정도 말리는 시늉만 했어도 형이 감해지거나 성립되지 않는다.


알 수 없는 두통, 식욕부진, 소화불량에 시달린 지 몇 해가 되었다. 거실에만 있으면 온몸이 떨리는 것이 내 몸에 이상이 생겼거나 기력이 쇠해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최근 인터넷검색으로 층간소음 보복소음, 우퍼 사용, 골전도스피커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신혼부부가 6개월 만에 보복소음으로 불안, 우울증세로 병원을 다니고, 집을 나와 월세를 얻어 생활한 이야기에 공감하고 다행히 3천만 원 위자료를 받은 것을 보니 안도감이 든다.


유튜브를 보면 보복소음 할 때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변호사가 나와서 설명하고, 반대로 보복소음으로 처벌받은 판례를 다른 동영상에 다른 변호사가 나와서 설명한다. 보복소음 하다가는 이렇게 된다는 것. 이래서 보복소음은 하면 안 된다고 설명한다.

꽤 유명한 아나운서도 보복소음을 위한 용품을 설명하는데 동참하고 유명 연예인도 층간소음 가해자 거나 보복으로 뉴스 지면에 나온다.

층간소음의 문제가 서울시나 지자체, 건설에 대한 법규를 만드는 사람들의 의식에만 의존할 문제가 아니다. 나라도 반복되는 소음에 의심되는 아랫집을 찾아가고 윗집에 올라가 보는 마당에 어찌할까를 고민하는 대한민국의 국민들, 특히 아파트나 공동주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빈번한 생활밀착형, 고질적인 문제이리라.


우리 집의 경우 중증의 자폐성장애인 자녀가 있기에 어느 정도 보호 장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요원하고, 우리 아파트단지의 경우 관리사무소도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자원 재활용시설의 분담금을 받아 관리비를 안 내도 되는 반면, 내 돈 받아서 월급 받지 않는 경우라 대처는 소극적이기만 하다.

오죽하면 관리사무소나 경찰까지도 나와 아들의 고충에 대해 이야기하면, 대화로 잘 풀어보라 하고, 자제해 달라고 아랫집과 이야기를 잘해 보라 그럴까?


아랫집 아이들 시험 기간이라 조심해 달라는 부탁에, 새벽에 일어나면 바깥에서 시간을 보낸 후 등교 직전 가방만 가져 나가고 저녁이면 수없이 동네를 돌다 들어오는 일상이지만 이건 당연한 거지 내가 노력하는 게 아닌 것으로 느끼나 보다.


아들이 아프다고 누워있어도 아래층 딸내미의 두드림은 계속되었고, 자기 엄마의 만류에 단순히 싫다는 소리, 짜증 내는 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아들의 자위에 치를 떨고-애당초 아들은 2~3세 정도의 지능이기에 2~3세 아기 수준의 성기 비비기 수준이다. 두터운 알집매트 위에서 이불을 깔고 움직이는 소리가 어떻게 들리는 건가 이해가 안 된다. 이 또한 내가 알게 된 건 아랫집 아저씨가 자기 아들을 안방으로 끌고 가서 무언가를 못하게 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윗집 그 녀석도 하는데 왜 나는 못하느냐는 거였다.


생각하는 지금, 혼자서 한숨이 푹 나온다. 한 층 한 세대에서도 자기 방 안에서 개인 사생활이 존재하는데 이건 뭐... 벽 없는 한 공간에서 동상이몽으로 살아가는 느낌이다.


내가 이사를 결심한 건 다른 것을 다 떠나, 조심한다고 부부간의 사생활도 요원하다 보니 남편 혼자 늦게 자고 화장실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걸 보기 힘들었다. 아들이 자신만의 시간을 누군가의 눈치도 보지 않고 해결하게 하고 싶었다.

이사 가는 1층에서는 무슨 일이 있던지 자기 방에서 자기 위안의 시간을 가지게 해 주리라... 장가도 못 가는 아들이 그렇게 억압받고 사는 게 정말 싫다.


아들이 자기 방 아래층에 누가 있는지 알지도 생각하지도 못하는데 비난의 대상이 되고,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이 너무 못마땅하다.

며칠 전 보복소음 때문에 경찰을 부르기 전, 아래층 아주머니에게 새벽 6시 30분에 보복소음을 멈춰달라 카톡 보낸 날이었다. 아침 7시 30분쯤,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앞으로 자기 부인에게 카톡 보내지 말라고 올라온 아저씨가 아들이 코 고는 것도 참고 있는데...라는 말을 했다.


혼자 생각하니 울컥해진다. 그날, 원인 모를 공격에 아들과 내가 동시에 깨어 일어났을 때 혼자 내려간 아래층 창가에 코 고는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리던지 자고 있는 그 사람들은 몰랐을 것이다.


아래층 아저씨는 화장실에서 무언가 철거하는 소리가 들릴 때, 그 시간에 딱 맞춰 현관문을 두드렸다. 경찰이 오고, 남편과 아들이 나가고 나서야 아래층 아줌마에게 온 카톡을 확인하고 있을 때, 그 집 아저씨가 갑자기 올라왔다.

대항할 힘도 없고 혼자 있을 때 왜 올라왔을까? 출동한 경찰 중에, 전 날 만나서 이야기 잘하기로 했다는 걸 들은 연세 많은 분이 말씀하셨다. 그런데, 자기들을 왜 불렀냐는 거다. 그 말씀에 눈물이 날 정도로 절망감이 느껴졌다.


그 경찰분은 자기 자녀도 장애가 있다고 말한 분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장애자녀가 있어서 불편하지만 경찰관인 아버지께 가서 따질만한 배짱이 있는 이웃이 몇이나 있을까? 그랬다 한들 자녀의 어머니를 찾아가서 이야기했겠지 야간근무 많고, 파출소 위의 기숙사에서 생활하실 수도 있을 텐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 경찰관 아저씨가 아니라 아내분께 여쭤보고 싶어진다.


아래층은 위층 바닥 전체가 웅~ 울리고, 바닥에 등을 대고 자는 우리 귀에 똑똑이 들리는 소리, 창문까지 우르릉 울렸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잘 수 있었을까?

자기 집에는 우퍼 그런 거 없단다. 도대체 몇 개를 달아야 바닥이 울리는지 알고나 하는 소리냔다.

와서 있는지 확인하라고도 그랬다. 경찰한테도 좋은 소리 못 듣고 화장실에서 달그락 철거하는 소리에 절망하고 있을 그 타이밍에 딱 맞게 올라온 그 아저씨.

그나마 그 집에서 참 평범하고, 경우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가족은 가족이었다. 보통 그 정도 되면 어느 집에서 그러는지 십여 년 이웃으로 살았는데, 누가 그러냐고 물을 만도 한 거 아닌가? 의심이 확증이 되는 순간이었다.


'화장실에서 철거하는 소리 들리네요.' 카톡 보내고 미안하다고 그냥 카톡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바로 우리 집 문을 두드려 내가 현관문 밖에 나오게 한 그 시간은 참 절묘했다.

그 아저씨가 돌아가고 나서 딱 그날만 소음이 울리지 않았던 것 같다. 딱 하루였다.


그날 아침, 마침 아들도 학교에 가고, 겨울방학이 끝나 본인도 출근하는 날이라 직장에 갔다. 교과실 선생님들을 보자 갑자기 눈물이 났다. 1시간을 목놓아 울고 무슨 일인지 놀란 선생님들이 날 진정시키시며 물어보셨다.

개학식이라 수업도 없고 교과실에 있다, 오전 내에 탈진한 듯 엎드려 있을 때였다. 우울한 마음에 점심시간 식사를 대충 하고 엎드려 있을 때, 3층에서 사물놀이 방과 후 소리가 들려왔다. 그 강력한 장단과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귓가에 울리던 불쾌한 진동이 전통 장단으로 교체되는 순간이었다. 장구 소리와 추임새인

"어이~!" 소리와 함께 큰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 가락, 하늘의 천둥, 바람, 물소리, 빗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이사 가는 3월 30일까지 나와 아들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신명 나는 우리 가락과 편안한 잠을 자게 해 준다는 백색소음인 빗소리였다. 혹시 우울감과 불안감이 강하거나, 스트레스로 예민하여 일상생활이 힘든 분이라면 사물놀이를 꼭 권해보고 싶다.



2023년 10월인가, 아들이 화가 나서 쿵 뛰어서 아래층에서 무언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급하게 치우는 소리가 들렸었다. 그 주간에 계속 아들이 심하게 뛰고 화를 많이 내던 때였다.

활동보조인 분께 급하게 연락드려서 저녁식사 마치고 겉옷을 대충 걸치시고 뛰어오셨다. 잠시 진정시키려고 아들을 데리고 산책 나가셨다. 현관문 닫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다시 무언가를 치우는 소리가 들렸었다. 무언가 수상하지만, 무슨 일이기에 활동보조인 오셨다고 안 하지 생각하고 넘어갈 뿐이었다.

그 주의 주말이었다. 어느 세대가 이사를 나가고 재활용 쓰레기가 평소보다 많이 나와 있었다. 재활용장 바닥에 행거 철봉 같은 것이 나와있고, 끝에 둥근 원통형 부분이 달려 있던 것이 보였다.

당시에는 이사 간 집이 폐기한 무언가겠지 생각했다. 그게 뭐지 쳐다보았던 것이 층간소음 보복기기라는 건 한참 뒤에 인터넷을 뒤져서야 알게 되었다. 아들의 발구름이 얼마나 심했는지 보복소음 기기가 망가져서 버린 거였을까?

아들방에는 제법 큰 소음이 나는 에어써큘레이터가 선풍기 역할로 있을 때였다. 소리 때문에 사용하는 것도 부담이 되어서 바깥에서 우연히 아래층 아주머니를 만나 너무 시끄럽지 않으신지 물어봤다. 신경 쓰지 마시라며, 내 아들이 시끄럽게 하거나 심하면 올라가겠다 하셨다.


아들방 에어서쿨레이터 아래쪽에서 가끔 그 소음과는 별도로 반복되는 음악소리가 섞여 들리곤 했었다.

하루는 이상해서 에어서쿨레이터를 갑자기 껐더니 아래층에서 당황해하면서 무언가를 끄는 소리가 들렸었다.

저녁이면 아래층 천장을 쓱 긁으며 금속성의 막대가 세워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이면 다시 쓱 긁는 소리가 들리고, 무언가를 부엌 옆 세탁실에 털썩 내려놓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울렸다.


2023년 11월 4일(토)인가 조카 한 명의 결혼식이 있었다. 마치고 들어와 우리 동 현관으로 들어갔다.

1층 반대쪽으로 아들이 쌩하고 뛰어가서 반대쪽 현관 쪽에 있을 때였다. 누군가 후다닥 큰 상자 하나를 들고 올라갔다.


택배 상자 쌓여 있던 곳에 큰 상자가 그 주 목요일부터 있었다(매일 택배가 많이 오는데 며칠 동안 큰 상자가 있어서 보니 아래층에 온 거였다. 겉에 "사무용품"이라 쓰인 제법 큰 상자였다). 그걸 가져간 사람이 아래층 아들이었다. 내가 그 모습을 봤을 거라고는 몰랐을 거다.

보복소음 기기 사용은 1층 택배보관소 CCTV가 삭제되는 60일이 지난, 61일째 되는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 며칠 전부터 주말에 내가 혼자 있는 시기를 골라 낮잠 자는 날, 깨울 수 있는 적당한 소리 크기를 시험했다. 층간소음 0에서 아저씨와의 대화가 있은 얼마 후였다.

아래층 아이들 시험기간이라 해서 11월은 거의 매주를 가평에 있는 지인댁에서 주말을 보내고 왔었다. 11월의 어느 주말, 예상보다 우리가 일찍 도착했었나?

"위층 아줌마 왔어!"

다급한 아래층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래층 아저씨는 정말 몰랐을까? 1월에 녹음된 소리에는 아저씨랑 그 집 자녀들 목소리, 같은 아파트단지에 사는 친구들 목소리까지 사이좋게 들어 있었는데 말이다. 안방에서 울리는 소리 말미에는 꼭 아저씨의 "○○, ○○이라고 욕하지 마."라는 소리가 들리길래, 자녀에게 훈계하는 소리인가 했다. 아니었다. 기분 나쁘게 울리는 반복되는 소리 파일의 일부분이었다.

14분 몇 초를 주기로 같은 성인 남자의 훈계하는 소리가 들리고, 청소년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했던 욕과 동일하게 욕으로 이어지는 힙합 스타일의 원곡, 그 음악소리는 누가 제작한 걸까?


유튜브에 층간소음 관련 크리에이터가 있다. 층간소음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많고 어느 정도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 보복소음 때문에 힘들어하던 그 시기에, 채널 운영자가

"피해당하는 사람이 원하시는 소리를 넣어 음원을 만들어 드립니다."

이런 내용이 있었다. 이른바 맞춤제작을 해주는 거다. 단순한 발소리, 두드리는 소리, 욕하는 소리 이런저런 보복용 소음은 유튜브를 통해 많이 퍼져 있다. 층간소음 가해자로 지목된 가족은 보복소음을 당해도 커뮤니티나 법적으로 연대를 만들지는 않는다. 찾아가고 상담할 곳은 변호사 밖에 없었다.


인천(부평) 신혼부부 보복소음 피해자의 경우, 그 이전 세입자도 별난 아래층 때문에 이사를 갔단다.

주변에서 다 들리는 큰 소리-90db 이상-였고, 이웃들의 증언들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게다가, 지인 사촌이 변호사여서 알아보니, 그 신혼부부의 친척이 나서서 수임을 해 진행한 사건이었다. 그럼 그렇지... 압도적으로 이긴 이유는 직업적인 변호사 업무여서가 아니라 가족이라 가능했던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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