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1:12~13
성령이 곧 예수를 광야로 몰아내신지라. 광야에서 사십 일을 계시면서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시며 들짐승과 함께 계시니 천사들이 수종 들더라.
반려동물을 키우고, 또 반려동물의 아픔을 돌보고 치료하는 일을 하다 보니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위의 성경구절과 같은 것이다.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시험을 받고 말씀으로 물리치신 사건은 익히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들짐승과 함께 계셨다"는 것은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다.
마가복음의 저자가 정말 야생동물들과 함께 계신 것을 보고 쓴 것인지, 들판이니까 으레 동물들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쓴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내가 성경을 연구하는 학자도 아니고…) 그 구절에서 들짐승과 함께 계셨다는 게 어떤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역시 알 수 없다.
그러나 내가 좁은 아파트 공간에서 짐승(?)과 함께 부대끼며 살고 있어서일까…? "함께 계셨다"는 구절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바로 "따뜻함"이다.
땅콩이는 내가 낮은 자세로 있는 것을 좋아한다. 소파에 앉으면 무조건 달려와 안기고, 거실 바닥 매트에 뻗어있으면 내 배 위로 바로 뛰어오른다.
가끔 새벽 3-4시경 잠에서 깨서 거실에 나와 앉거나 누우면 항상 자리를 털고 일어나 꼭 내 옆으로 와서 꽈리를 틀고 다시 잠을 청한다.
피곤할 텐데도 깨서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 녀석에게 고맙기도 하고, (방에 아내와 아들이 있지만) 잠시 혼자라 약간은 허전한 옆구리를 따듯하게 채워준다.
감히 짐작해 보자면 예수님도 추운 광야에서 풍성한 털로 덮인 들짐승과 함께 계셔서 좀 덜 춥지 않으셨을까?
그는 신이지만 인간이기도 했기에, (천사가 수종도 들어주긴 했다만) 인간과 비슷한 뜨거운 피가 흐르는 동물들이 곁에 있어서 40일 동안 그래도 좀 덜 외롭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