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당한 '낙상사고'의 교훈
이 주전 아침 앞마당에 키우는 강아지 복순이가 먹을 사료를 주다가 넘어지고 말았다. 발목이 겹질리며 털썩 주저앉았다. 순간적으로 다리가 풀린 것 같다. 이렇게 낙상을 당하기는 처음이다.
어이없는 낙상사고
몸이 넘어가면서 강아지 그릇과 담은 사료 알갱이들이 물방울처럼 허공에 흩어졌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하늘이 노랗게 보이고 발목이 부러지고 엉덩이 고관절도 골절됐을 것으로 생각했다. 넘어진 아찔한 상태에서 스친 감정이다.
옴짝달싹 못하며 얼마나 있었을까. 혼미한 정신에서 아픈 발등과 허리에 손을 갖다 댔다. 부러진 것 같지 않았다. 골절이라면 부었을 텐데 그런 건 보이지 않았다.
곁에서 느닷없는 난리를 목격한 복순이는 위로한답시고 숨을 몰아쉬는 내게 연신 코를 대고 킁킁거렸다.
정신을 차리고 슬슬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일어서봤다. 힘이 쭉 빠졌지만 땅을 조금 디딜 수 있었다. 살았구나 싶었다.
침을 삼키고 가까스로 집안으로 들어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당장에 부러진 것은 없어 침대에 누워 후유증을 걱정하고 있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복순이 사료를 챙겨준 지 어언 2년, 사료를 들고 몇 걸음 떼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쓰러졌는지 아직도 미스터리다.
마침 이 시간에 아내가 집에 없었다. 아침 일찍 고향친구들과 소래포구에 장 보러 갔기 때문이다.
오후 4시가 넘었다. 조금 후 아내가 돌아올 시간이다. 그때는 아무 일 없었다는 표정을 지어야 한다. 아내가 개밥 주다 내가 넘어진 현장을 봤다면 기겁을 했을 것이다.
드디어 아내가 귀가했다.
"별일 없었어요? "
나는 답 대신에 물었다.
"친구들과 재미는? "
이어지는 대화
"점심 식사는 드셨어요? "
"지금 몇 시인데? "
아내가 또 묻는다.
"어디 아파요? "
"아프긴? "
나는 계속 딴청을 부렸다. 장난치다 다친 아이가 다치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처럼.
그런데 내 거동이 평소와 다르게 보인 모양이다. 아내는 심문하듯 물었다.
"어디 다쳤어요? "
"..... "
아내에게 꼬리가 잡히고 말았다. 나는 아침에 희한한 일을 어이없이 당했다고 솔직히 말했다.
하지만 아내는
"어쩐지 이상하더라니? "
"빤한 날이 없어? "
"당장 병원에 갑시다! "
등등 내가 매일 사고 치는 사람인양 몰아붙였다.
낙상사고에서 얻은 교훈..무탈한 하루하루가 기적
그러나 아내가 사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데는 오랫동안 병 뒷바라지한 고단함과 내가 더 이상 아프지 말라는 간절함이 들어있다.
낙상한 후 하루가 지났다. 겉으론 이상이 없는데 발목과 무릎, 허리까지 결렸다. 이후 한의원에서 침, 쑥뜸, 전기뜸, 초음파까지 치료받고 있다.
원장 말로는 한동안 경과를 지켜보자고 한다. 무릎과 허리의 근육과 인대 부분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는 진단이다.
지금도 한 달에 세네 번 암치료를 받고 있는데 동네 한의원까지 당분간 다녀야 할 판이다. 아내는 속이 타들어가고 속상할 것이다.
사실 낙상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주변에서 멀쩡하다 낙상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한 둘이 아니다. 병원에 입원하면서 늘 조심하라는 것도 낙상사고다.
낙상사고의 원인은 다양하다. 고령에다 건강과 체력이 떨어지면 넘어지기 쉽다. 그런데 아무리 조심해도 닥치는 낙상에는 재간이 없다. 누군들 낙상하고 싶은가.
낙상위험은 사실 내가 아내와 아버지에게 매일 하던 잔소리였다. 그런데 그만 내가 넘어지고 만 것이다. 지금은 땅만 보고 걷을 정도로 예민해졌다.
당장 생명에 지장이 없고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한의원 원장도 낙상하면서 큰 골절없이 이 정도면 행운이라고 말했다.
낙상의 교훈을 배운다. 잠시 앞뒤 보살피는 여유가 필요하다. 하루 무탈하게 보내는 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래저래 낙상위험이 많은 계절이다. 부디 낙상을 조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