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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이노 Feb 26. 2024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이슈 아니고 비누칠

고도로 발달한 거지는 환경운동가와 구분할 수 없다 7


한창 '머리부터 발끝까지'라는 문구로 세대 구분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었다.

나는 오로나민C도, 가짜사나이도 아닌 사랑스러워와 핫이슈가 가장 익숙했는데, 가짜사나이조차도 벌써 3년 반 전의 일이라니 앞으로는 또 어떤 머리부터 발끝까지가 나올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누로만 씻고 살아갈 수 있을까?

비누로 머리를 감아보겠다고 선포한 지 1년이 지나서야 그 결과를 여러분들께 공유한다.

https://brunch.co.kr/@vieweno/2


당연히 비누로 머리를 감는다고 목숨(?)에야 지장은 없겠지만, 가뜩이나 숱 많고 부스스한 반곱슬 머리카락을 가진 나에게 비누로 머리 감기란 빗을 없을 정도로 뻣뻣하게 엉킨 머리카락으로만 기억된다. 아주 어릴 때 몇 번 비누로 머리를 감아 후로는, 플라스틱 통에 든 샴푸는 당연하고 트리트먼트나 컨디셔너도 언제나 나에게는 필수품이었다.


그럼 얼굴은? 분명히 아주 어렸을 때는 비누로 세수를 했을 텐데, 초등학교 고학년 땐가 여드름 전용이니 하면서 폼클렌저를 사용한 후로는 거의 비누로 세수한 적이 없었다. 손 닦을 때도 핸드 워시나 폼클렌저를 주로 써서, 가끔 정말 폼클렌저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다 짜서 더 이상 없을 때가 아니면 세면대에 놓여 있는 비누를 건드릴 일 조차 없었다.


바디 워시는 또 어떤가. 그나마 이 쪽은 비누로 대체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항상 집에 떨어질 일 없이 구매하는 물품들 중 하나였다.



그러다가 호주 여행을 앞두고 갑자기 동생과 의기투합하여 비누로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씻어보기로 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 항상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은 있는데, 실천하는 게 쉽지 않았다. 너무나 당연했던 일상을 벗어나 여행지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 당시 코로나 종식 후 과도기라 비행기 위탁 수하물 분실률이 높았었다. 그래서 필수품은 최대한 기내 수하물로 소지하고 싶었고, 기내 반입 불가한 액체류인 샴푸, 트리트먼트, 폼클렌저, 바디 워시 등을 비누로 대체해 볼 생각을 했다. 숙소를 여러 번 옮기며 무거운 액체류를 안 쏟아지게 신경 써서 들고 다니기 싫기도 했다.

- 동구밭이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다.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점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점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곳에서 여러 가지를 구매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주 좋은 경험이었고 현재도 나는 비누=샴푸바로 머리를 감고 있다. 폼클렌저도 완전히 비누로 대체했다. 아쉽게도 현재 사용하는 샤워타월이 비누 거품이 거의 나지 않는 제품이라, 바디워시는 계속 쓰고 있다 ㅠㅠ 이것도 언젠가는 대체할 수 있기를!


호주 여행 때 실리콘 도시락 통과 수저 세트, 동구밭 천연 수세미와 설거지용 비누도 아주 유용하게 잘 썼다. KFC 치킨을 담아도 뽀득뽀득 깨끗하게 잘 닦여서 좋았다. 집에서는 생활도감 주방세제 4L짜리 대용량 리필을 썼었는데 이제 생활도감 자체에서 판매 중단을 시킨 것 같다...? 다음에는 설거지용 비누를 재구매하거나 소프넛을 써볼 것이다.



본격적으로 비누 생활을 시작하며 재차 일반 비누로 머리를 감아 보았는데, 부드럽게 감기지 않는 건 둘째치고 머리카락에 비누 때가 남아서 코팅이 된 느낌이 들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나쁘지 않지만, 내가 손으로 머리카락을 만졌을 때 묵직하고 비누가 덜 씻긴 느낌이 심해서 도저히 계속 쓸 수 없었다. 그래서 샴푸바는 필수 구입 품목이 되었다. 최근에는 좋은 제품들이 많이 나와서 골라 쓰는 재미가 있었다.


샴푸바로 머리를 감으면 쓰레기가 거의 안 나온다는 점이 가장 좋다. 특히 플라스틱 통 쓰레기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매년 2월에 러쉬 프레쉬세일을 노리면, 러쉬 샴푸바를 반값에 살 수 있다. 55g 본품 기준 80번을 쓸 수 있다는데, 머리카락이 길어서 도저히 그 정도는 안 된다. 나 혼자 쓰면 두 달에 한 개 정도 쓰지 않을까 싶다. 여름에는 일반 비누도 잘 물러서, 샴푸바 대신 블랙팟 샴푸를 쓰는 게 좋겠다. 블랙팟을 잘 씻어서 말려뒀다가 5개 모아서 러쉬 매장에 가면, 프레쉬 페이스 마스크 팩 본품을 하나 받을 수 있는데 요게 요게 또 아주 좋단 말이지. 비비씨위드와 코스메틱워리어(마늘 냄새 주의)를 추천합니다!

https://www.lush.co.kr/m/board/article/22110


러쉬 샴푸바의 좋은 점이, 생각보다 잘 무르지 않고 거품이 잘 난다는 점이다. 다만 향 호불호가 강하니 주의! 향도 사용감도 가장 무난했던 건 점핑주니퍼였다. 본품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안 떼고 써서 좀 더 오래가는 것 같기도 하다. 씨닉도 괜찮았는데 미역 줄기가 들어 있어서, 다른 가족이 욕실 청소하다가 썩은 줄 알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다행히 되살렸지만... 다 써갈 때쯤 물러서 여기저기 묻어나는 단점이 있었다. 뉴도 무난 무난! 향이 내 취향은 아니었다. 앞으로 써볼 것이 허니아이워시드마이헤어, 속 앤 플롯, 제이슨 앤 더 아르간 오일이 있다.


그 외에도 여러 샴푸바를 사용해 봤는데, 엄마가 아난티에서 가져오신 거품도 잘 안 나고 머리카락 뻣뻣해지는 어메니티 샴푸바 외에는 다 만족스러웠다. 아 샴푸바와 일반 샴푸와의 사용감 차이가 있다면, 물로 헹굴 때 머리카락이 살짝 뻣뻣하다는 것! 충분히 감내 가능한 정도라서 앞으로도 꾸준히 샴푸바를 쓸 예정이다. 선물 받아서 써본 에리제론 어성초그린 샴푸바는 마무리감도 부드러워서 좋았다. 경단처럼 동글동글 예쁜 본품을 굴려가며 문지르면 풍성한 거품이 난다. 좀 비싼 감이 있지만 용량이 120g(건조 91g)으로 더 많기도 하다.


동구밭 중건성용 샴푸바도 무난했다. 트리트먼트바는 샴푸바만 쓰는 것보다는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잘 빗겨서 좋은데, 워낙 단단한 제형이라 머리카락에 충분히 도포되는 느낌이 적다. 아직도 다 못 쓴 건 함정... 조금만 더 무르고 리치한 제품이 출시되면 좋겠다.


비누 생활을 시작하면서 비누를 보관하고 말릴 비누망, 고리 집게, 받침대, 보관함 등을 구매했는데 그냥 여행 가서도 샤워 끝나면 수세미 겸용 얇은 타월에 비누를 얹어 놓고 충분히 말려서 다 쓰고 씻어서 말려 놓은 바디 크림 통 등에 넣어 놓는 게 가장 편했다. 집에서는 다이소 철제 흡착 선반을 벽에 부착해 놓고 그 위에 비누 받침대를 올려서 쓰고 있다.



아무튼 일상에서 당연했던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일이 즐겁다. 이번 여름에도 샴푸바로 계속 머리를 감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또 다른 도전과 실패 이야기를 담아 돌아오겠다. 조금이나마 환경을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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