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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이노 Mar 21. 2023

곱슬머리 내 동생

고도로 발달한 거지는 환경운동가와 구분할 수 없다 2


짠테크는 돈 아끼기다.

미니멀리즘은 물건 아끼기다.

제로웨이스트는 쓰레기 아끼기다(?)


쓰레기는 소중하니까요. (출처: 구글 검색)



짠테크는 푼돈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행위이다.

미니멀리즘은 적은 소유를 지향하며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행위이다.

제로웨이스트는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여 환경에 부담을 덜 주고자 하는 행위이다.


짠테크와 미니멀리즘도 실생활에서 실천하기 쉽지 않지만, 나는 베아 존슨 씨의 책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Zero Waste Home), 2014'를 읽으며 4인 가족이 1년 동안 배출한 쓰레기가 유리병 딱 하나 분량이라는 점에 정말 경악했다. 일주일에 한 번 비우고 돌아와도, 돌아서면 가득 차는 게 일반 쓰레기통과 재활용 쓰레기통이 아니었던가. 집밥이라도 한번 만들라치면 양파 껍질이며 대파 뿌리며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만큼 음식물 쓰레기통도 가득 채워지지 않았던가.

그는 포장된 음식을 소비하는 대신 텃밭을 직접 가꾸고, 쿠키를 직접 굽고, 버터 포장지 쓰레기를 배출하기 싫어서 버터를 직접 만들어도 보고, 그럼에도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를 위해 지렁이를 키우기까지 했다. 실제로 밀웜은 그 자신이 대체 식량이자 스티로폼까지 먹어 준다니 먼 미래에는 집집마다 지렁이나 밀웜을 키워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웩!)


https://youtu.be/Q2ce9VSNsjE?t=44

심즈 4 에코 라이프 확장팩에서도 반려벌레(?)를 키울 수 있다.


베아 존슨 씨의 제로웨이스트 삶을 살펴보면, 미니멀라이프와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 제로웨이스트 실천 방법 5R

1. Refuse (거절하기)

2. Reduce (줄이기)

3. Reuse (재사용하기)

4. Recycle (재활용하기)

5. Rot (썩히기)


미니멀리스트들이 불필요한 선물을 거절하고 실물이 없는 경험을 더 중시하고, 소유한 물건의 가짓수를 줄이고, 그렇게 남긴 물건들을 소중히 여기며 재사용하고,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때 다른 사람과 교환하거나 재활용하거나 새활용(업사이클)하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가? 베아 존슨 씨가 쓰는 화장품만 봐도 '오늘부터 미니멀라이프(2016)', '미니멀라이프 아이디어 55(2017)'의 저자 미쉘 씨가 쓰는 화장품과 겹쳐 보인다. 정말 최소한으로 필요한 로션, 선크림, 립밤. 이런 식이다.



내가 짠테크 쪽에 관심이 가장 많다면 내 동생은 제로웨이스트에 가장 관심이 많다.


어릴 때부터 수도승이라고 농담할 정도로 동생은 소식가에 자잘한 낭비도 거의 하지 않고 오직 덕질에만 큰돈을 쓰는 스타일이다. 종교 또한 덕질 활동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는 내 관점에서는 동생의 많은 특징들이 수도자의 삶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주기적으로 배달 음식에 중독되어 미친 증량을 여러 번 해왔던 나와 달리, 동생은 15년째 같은 몸무게를 유지 중이다. 몸의 변화가 없으니 옷도 계속 같은 걸 입을 수 있고, 사치하거나 택배를 단기간에 여러 개 주문하거나 하는 일도 없고, 커피도 안 마시고(최근 호주 여행을 통해 커피 맛을 조금 알게 되었다 함), 하여간 집에 오는 길에 군것질하는 법도 없는 내 동생.


사실 그냥 내가 아무거나스 안가리고스 마구머거스 먹보인 것 같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 동생의 소비 패턴은 덕질만 쉬면 자동으로 돈이 모일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짠테크에 관심이 없어도 미니멀라이프가 자동으로 돈을 아껴주는 것이다. 물론 동생이 덕질을 쉰 적이 거의 없어서 이 세계의 균형은 유지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런 동생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품목은 고체 치약, 면 손수건, 스테인리스 빨대와 같은 제로웨이스트 관련 물품들이다. 동생과 카페를 갈 때면 음료를 꼭 머그컵에 마시거나 텀블러에 받아 와야 한다. 최근에는 커피 맛도 분위기도 좋은 개인 카페가 많아서, 또 음료 테이크아웃보다는 약속이 있을 때 밥 먹고 수다 떨 공간으로 카페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머그컵, 유리컵 등 다회용기를 사용하게 된다. 특히 스타벅스는 기프티콘이나 텀블러 쿠폰이 생길 때만 가는데, 얼죽아이기까지 하니 흰색 스타벅스 종이컵은 만져본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종이 빨대도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사용감이 좋지 않아서 차라리 안 쓰게 되더라.



진정한 의미의 짠테크, 미니멀리즘, 제로웨이스트는 나의 돈, 물건, 쓰레기뿐만 아니라 남의 돈, 물건, 쓰레기도 아껴주는 것이다. 부자들도 공통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가. 돈은 생명체이기 때문에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나의 돈도 남의 돈이고, 남의 돈도 나의 돈이라고. (당연하게도 남의 돈을 빼앗아서 쓰라는 말이 아니다.)


https://biz.chosun.com/stock/finance/2022/11/01/IOJLUBO4HFAARLTZTRR5QPGLEY


게다가 이대로면 내가 살아있을 확률이 거의 100%인 2050년에 인류가 멸망한다지 않는가. 지구는 안 망해요, 인간만 망해요!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기꺼이 머그컵과 텀블러와 스테인리스 빨대를 사용한다. 브리타 정수기와 대나무 휴지와 손수건도 사용한다. 하지만 여전히 페트병 콜라를 마시고 물티슈를 쓰고 나무 면봉과 수많은 생활 쓰레기를 배출한다.



그래서 나는 비누로 머리를 감아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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