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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이노 Jan 16. 2024

반포자이 포카는 표값보다 비싸다

덕질로 시작해 부동산으로 끝나는 이야기


들어는 보셨나, 반포자이 포카!


케이팝 아이돌 덕질 활동의 큰 축 중 하나인 앨범 속 포토카드를 줄임말로 포카라고 부른다. 그리고 반포자이 포카는 그중에서도 사진이 잘 나오고, 가격이 비싼 포카를 일컫는다. 인기 멤버의 한정 수량 포카는 귀하고, 랜덤 뽑기 운이 닿지 않은 사람들은 추가금을 내고서라도 그런 포카들을 사모은다.


작년에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팬미팅에 갔다. 콘서트 표값의 절반 정도 되는 저렴한 공연이었다. 그런데 주최 측에서 팬클럽 회원 1인당 1장씩 랜덤 포카를 나눠줬다. 그것도 토요일, 일요일 다른 사진으로.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최고 인기 멤버의 가장 예쁜 사진을 받았다. 그 포카의 시세는 팬미팅 표값의 두 배가 넘었다.


세상 어느 일에나 그렇겠지만, 케이팝 아이돌 덕질에는 경제가 녹아 있다. 멤버의 인기, 표정, 포즈, 소품 등 '잘 나온 사진'이라는 데에 팬덤의 공감대가 있고,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반포자이 포카가 결정된다. '잘 나온 사진'이어도 절대적인 수량이 많은 포카면, 또 지금 당장 앨범을 사서 뽑을 확률이 있는 포카면 앨범 값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저렴한 500원에 팔린다. 그러나 미공포(사전 예약으로만 살 수 있고, 앨범이 발매되어 직접 받아보기 전에는 블러 처리된 이미지만 볼 수 있는 미공개 포토카드. 음반 사이트별로 또 사진이 다 다르다)를 위시한, 다시는 뽑을 수 없고 소위 '레전드'라고 불리는 일부 포카들은 장당 100만 원을 넘기기도 한다.


나는 포카를 모으지 않고, 내가 뽑은 포카의 주인공이 내 동생이 가장 좋아하는 '최애 멤버'이기 때문에 그 포카는 팔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 팬미팅 날에 못 받았다면 그 금액을 주고 굳이 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본전 뽑은 것 같은 이 기분은 매우 조크등요!


https://maily.so/draft.briefing/posts/d3bc433c



사실 내가 오늘 하려는 것은 덕질보다는 부동산 이야기다. 반포 자이 말이다.


중고등학교 내내 학원을 다녔어서 반포는 나에게 꽤 친숙한 동네이다. 초등학교 친구들 중에 반포 주공 아파트에 사는 애들도 많았고, 대학교 때 래미안 퍼스티지 등으로 과외 아르바이트를 다닌 적도 있다. 아르바이트하던 학원에 반포 자이 사는 학생들도 많았다.


그때도 그 아파트들은 비쌌다. 부동산 앞에 붙어 있는 종이를 보면 래미안 퍼스티지가 8억 원이 넘고 그랬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기 사는 친구들에게 위화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저 구반포 애플하우스에서 떡볶이랑 무침만두 같이 먹는 친구들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특정 고급 아파트 단지 거주자가 갑질을 한다던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빌라에 사는 사람을 '빌라 거지'라고 비하한다는 뉴스를 종종 접한다. 씁쓸한 이야기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반포 자이에 실제로 사는 사람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XHoD6MSbn8

괜히 반포자이, 반포자이 하는 게 아니구먼


재밌었다. 내가 반포 자이 내부에 직접 들어가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상가가 내부에 따로 또 있는 것도, 수영장이며 온갖 시설도, 주차장이 엄청 좋은 것도, 단지 내에 초등학교가 연결되어 있는 진정한 '초품아'인 것도 모두 신기하고 놀라웠다. 사람들이 왜 반포자이 반포자이 하는지 이제야 알겠더라.


지금 반포 자이 84㎡ = 25평 매매가는 25억 원이라고 한다. 래미안 퍼스티지도 그 정도 한다. 15년 사이에 3배가 넘게 오른 것이다. 8억 원일 때도 나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지만, 지금은 아예 꿈도 못 꿔볼 가격이 되었다.


그래도 절망하지는 않는다. 일단 나는 아이가 없고, 저렇게 좋은 아파트를 살 돈이 없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도 안 되는 건 안 된다. 저런 집을 누가 공짜로 줘도 저기 사는 분들의 생활 수준에 맞출 재력이 없다. 지금 살고 있는 부모님 집이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기에 훨씬 좋다. 무엇보다 '빌라'에 사는 건 맞는데 '빌라 거지'는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집이 괜히 좋은 집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좋은 집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지만,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향상심이 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 확신한다. 스트레스받지 말고, 즐겁게 부동산 공부하자!


https://www.youtube.com/watch?v=ruOtDvoM4qg

나도 할 수 있다! 아즈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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