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현상을 설명할 때는 흔히 '중간 계층이 줄어들고 사회계층이 양극단으로 쏠리는 현상'으로 설명하곤 한다.
이 사전적 정의에는 두 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점점'이라는 부사가 주는 의미이다. 어떤 일시적 현상이 아닌 계속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두 번째는 중간계층이 줄어든다는 표현이다. 긍정적인 쪽의 방향으로 가지 못하거나 놓여 있지 않으면 중간에 남는 것이 아닌 반대 방향, 즉 부정적인 쪽으로 쏠리게 된다는 의미이다.
양극화는 이런 점에서 한쪽은 계속 좋아지고 한쪽은 계속 나빠지면서 중간이 줄어들고 양극단으로 쏠리는 현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양극화는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화두가 되고 있는데 글로벌과 국내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산업별· 기업규모별 기업 간 불평등이 심화되었고 우리나라도 산업고용구조 변화,기술의 진보 또는 글로벌 공급망과 같은 글로벌 환경 변화에 따라 기업 간 격차가 심화되었다.
이러한 환경의 직간접적 영향과 우리나라의 극단적 수도권 집중 현상 등이 결합하여 많은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중 심각한 문제로 꼽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피부양 인구 비중의 급증에 잠재적 국가 경제 성장의 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나 초고령 사회로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의 소득 격차 등에 의한
양극화 문제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노인의 소득 5 분위배율은 39.13배로 근로연령인구의 배율인 7.59에 비해 5배나 더 벌어져 있다.
OECD국가 중 노인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이 압도적 1위를 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할 수 있다. (실버는 유망부동산테마인가 참조)
이처럼 사회 현상에서 양극화라는 화두는 부정적 의미로 주로 쓰이고 있다. 양극화라고 표현한 많은 경우가 좋은 쪽은 계속 좋아지지만 나쁜 쪽이 계속 나빠지는 현상을 얘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양극화를 부동산은 주제로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부동산에 대해서도 양극화라는 표현이 흔하게 나온다. 많은 사회현상들에서 처럼 양극화 현상처럼 볼 수도 있지만 사회 경제적 현상이 종합적으로 투영되는 부동산의 특성상 사회현상에서 관측되는 양극화의 문제가 원인이 되어 부동산의 영역으로 들어와 심화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주택(아파트) 시장을 보면 주택시장의 서울과 지방의 차이와 양극화는 모두가 체감하고 있는 현상이다. 아파트의 수요가 수도권에서도 서울, 그 안에서도 강남에 쏠리는 현상으로 인해 수요가 보장되는 강남의 집값은 최근 가격 상승기에 가장 많이 올랐고 침체기에도 크게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 현상은 일자리, 교통 인프라, 교육기관, 사교육 등이 서울 강남에 가장 많이 집중되어 있고 강남에 실제 거주하려고 하는 '실수요'와 강남의 확고한 수요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투자수요'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 투자수요는 부동산이 다른 사회현상보다 양극화에 있어 증폭과 확대가 크게 나타나고 있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지방의 경우 인구가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특히 젊은 층 인구의 감소로 주거수요가 늘지 않는 사회 환경적 요인이 있는 데다 부동산 경기 하락 시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받쳐주지 못한 채 하락의 폭도 크게 나타난다.
주택시장을 외에 상가와 오피스 등 다른 부동산 분야의 현재 나타나고 있는 부동산의 양극화 현상을 보면 다음과 같다.
상가 : 근린상가 VS 체류형 복합몰
온라인쇼핑과 배달시스템의 괄목할 만한 발전과 코로나19를 겪으면서는 소비트렌드가 변화하였으며 단순한 소비보다 여러 목적을 충족할 수 있는 체류형 복합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근린 상권의 집합상가인 중간 규모(소위 플라자 상가로 통하는 분양상가) 상가는 수요가 줄어 공실이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호실별 분양이 이루어진 상가로 도시개발사업지구, 신도시 등에 많이 공급되었다. 분양이 다 되고 임대에 애를 먹고 있는 상가도 있지만 지역에 따라 분양도 미진한 경우도 많다. 최근 급감한 상가 수요를 예측하지 못하고 계획한 탓일 것이다.
반면 MZ세대 취향에 맞는 다양하고 트렌디한 콘텐츠를 갖춘 대규모의 체류형 복합몰은 많은 투자를 통해 건립되지만 매우 인기가 높다. 개점 후 사흘간 33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하는 스타필드 수원이 대표적인 예이다. 동네 가까운 곳에 특별한 목적으로 상가를 찾기보다는 좋은 장소에서 여러 가지를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게 트렌드가 된 것이다.
서울의 오피스 공실률은 다른 나라 주요 도시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의 공실률은 한국부동산원 조사 자료로 볼 때 현재 5.5%를 기록하고 있다.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29.4%, 베이징 20.2% 등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 등의 사례에서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많이 확산되었고 팬데믹 이후에도 재택근무 문화가
자료: 중앙일보 보도기사
자리 잡으면서 예전만큼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은 것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수요의 구조적 변화인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재택근무가 확산이 덜 되었고 사무실을 줄일 만큼 자리잡지 않았기 때문에 팬데믹 전후에 공실률 변동이 크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지난 글 '공실률 들여다 보기'에서도 보았듯이 팬데믹 기간에도 지속되었던 부동산 호황기에 고급 주거(오피스텔)와 신규 중소형 상업·업무시설 등의 개발을 위해 노후 중소형 오피스 건물들의 멸실이 많이 진행되었었고 이후 경기 부진과 급등한 토지비를 포함한 건설 원가상승 등의 영향으로 공급이 줄어들면서 낮은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수요와 공급 중 공급의 영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특히 서울 중심 업무지역의 공실률은 향후 공급계획을 보더라도 얼마간은 낮은 공실률을 기록할 것이다. 해외 다른 도시에 비해 낮은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오피스 시장의 양극화는 아래의 그래프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 2023년 4분기 기준으로 서울의 평균 공실률은 5.5% 수준인데 반해 지방광역시 공실률은 대구가 9.3%로 10% 이하이지만 나머지 지역은 14% ~ 20% 수준의 공실률을 보이고 있다.
지방광역시 오피스의 공실률이 높다는 것은 여러 사회 경제적 문제들의 원인이자 결과로 볼 수 있다. 인구와 교육과 인재의 서울 집중의 결과이며 기업 수요와 일자리가 생기지 않은 것의 결과다.
대표적 상업용·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의 공실률이 높은 것은 오피스 운영이 사업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오피스와 관련된 건설, 운영 등 파급되는 산업이 위축되는 파급효과가 있다. 또한 대체되는 분양 상품 위주의 공급 비중이 늘어나는데 이는 분양상가의 미분양과 공실이 증가하는 일부의 원인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자료 :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임대동향조사
부동산에서 살펴본 '서로 점점 더 달라지고 멀어지는', '중간 계층이 줄어들고 사회계층이 양극단으로 쏠리는' 현상은 주택에서도 상가에서도 오피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의 양극화 현상은 많은 사회적 문제에서 야기되는 현상의 결과물일 수 있다. 그리고 부동산 유형끼리 부동산 산업끼리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증폭되기도 한다.
증폭된 양극화 현상이 다시 다른 사회 현상으로 피드백되는 게 문제다. 더욱 증폭 가속되어 사회의 골을 더 깊게 할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