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그 한가운데에 있었던 삶의 힌트

내가 걸어본 뉴욕, 그 마지막 이야기

by 여행가 박진호

한국에서 여행 계획을 세우며, 알라딘을 볼지 라이온킹을 볼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 둘 다 보고 싶은데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그렇다고 두 개를 보자니 한 편에 30만 원 가까이 드는 뮤지컬을 두 편이나 보는 것이 금액적으로 부담됐다. 몇 주 동안 고민을 해도 쉽사리 하나를 선택할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후회 없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한 편의 뮤지컬만 보고 이것으로 만족하기보다는 조금 무리하더라도 반드시 둘 다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내 생활비에서 일정 부분을 보태서 두 편의 뮤지컬을 예매했다. 물론 30만 원이라는 큰돈을 쓰기 위해서 나는 일주일 동안 배달음식과 커피를 자제하고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북적북적한 타임스 스퀘어 한복판에 라이온킹 공연장이 있었다. 수많은 인파를 뚫고 공연장에 들어가 지정받은 자리에 앉았다. 알라딘은 비교적 빠르게 예매해서 1층 앞자리를 얻을 수 있었지만 라이온킹은 공연 2주 전에 급하게 예매한지라 1층 맨 뒷자리에서 봤다. 그래도 1층 자리를 얻은 것에 만족하려 한다. 7시 5분이 되니 암전이 되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내가 감동을 받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뮤지컬의 시작을 알리는 Circle of life의 첫 소절을 부르기 시작한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배우의 우렁찬 성량에서 나오는 아우라가 대단했고, 관객석 곳곳에 숨어있던 동물들이 하나둘씩 나와서 노래를 부르며 무대로 향했다. 사자의 왕이 될 심바의 탄생을 축복하는 이 오프닝 곡을 완창 한 순간 이미 내 10일 치 밥값과 커피값에 대한 보답을 해주었다. 울컥하며 눈물이 나려 했다. 아프리카 언어와 영어를 섞어서 부르는 라이온킹의 상징적인 노래를 라이브로 들어보는 아주 값진 경험을 한 것이다. 이 공연을 보지 않았으면 정말 많이 후회했을 것이다. 전체적인 뮤지컬의 진행은 영화와 똑같았다. 영화에서는 실제 동물들이지만 어떻게 뮤지컬에서 사람이 동물을 묘사할까 궁금했었는데 정말 찰떡같이 잘 묘사했다.


극의 주인공 심바는 본인의 실수와 삼촌의 어리석은 계략에 넘어가 그만 아버지를 잃고 그 죄책감에 사자 무리에서 떠나 초식 동물들과 은둔 생활을 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옛 친구인 ‘날라’를 만난 후 다시 사자 무리로 돌아가자는 제안을 받고 고심하고 자기가 누구인지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사자 무리로 돌아가 어리석은 ‘스카’ 삼촌을 물리치고 하이에나 무리에 먹혀 살던 사자 무리들을 구원해 낸 후 왕에 등극한다. 한없이 자존감이 낮아지고 죄책감에 시달렸던 ‘심바’였지만 품바, 티몬, 날라의 도움으로 본인이 누구인지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고 다시 돌아가 무리를 되찾아야겠다는 확신이 생기는 모습을 보며 우리의 인생과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공연은 알라딘 때와는 다른 의미의 감동이 다가왔다.


뉴욕에서 본 뮤지컬 두 편은 나에게 다른 모습으로 감동을 주었다. 먼저, 알라딘은 뉴욕에 온 것을 환영해라고 말 해주었고 라이온킹은 그동안 행복했니? 이제 꿈을 향해 나아갈 때야 도전해 봐! 내가 널 응원해 줄게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극이 마무리됨과 동시에 나의 뉴욕에서의 여정도 마무리되었다.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나람 님에게 전화했다. ‘저 뮤지컬 끝났어요~ 강현이 형이랑 같이 있죠? 진짜 마지막으로 같이 햄버거 먹어요! 배고파요!’ 강현이 형은 다른 곳에 있다가 오는 중이었고 나를 위해 끼니를 거르고 기다려준 나람 님에게 미안하기도 고맙기도 하여 햄버거를 사며 진짜 진짜? 마지막 여정을 즐겼다. 햄버거를 먹는 와중에 강현이 형도 합류해 세 명 이서 마지막 회포를 풀었다. 첫 만남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짧은 시간 동안 정말 좋은 추억을 쌓았고 많이 가까워졌다. 여행을 와서 이리 가까워진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믿기지 않기도 했다. 나는 내일, 강현이 형과 나람 님은 모레 한국에 들어간다. 아쉽다 하루만 늦었어도 같이 가는 건데 “근데 둘이 말 안 놓을 거야?” 커피를 결제하고 자리에 앉은 강현이 형이 물었다. ‘뭐 천천히~ 한국 가서 놓으면 되죠~ 아직은 남아 있는 낯 가리는 성격 탓에 쉽사리 말을 놓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어색한 사이는 아니었다. (한국에 가자마자 말을 놓고 지금은 아주 친한 누나 동생 사이로 지내고 있다) 찐 막 일정이었던 강현이 형 나람 님 과의 대화를 마치고 나람 님과 작별을 고했다.

뉴욕즈 2022~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한국에서 봐요! 인사를 하며 이번에도 세상 제일 쿨하게 작별했다.

어차피 우리들의 인연은 이제 시작이니 아쉬워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온 지금 우리 네 명은 ‘뉴욕즈’라는 모임을 결성해서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숙소로 돌아와 보니 어느덧 시간은 1시를 훌쩍 넘겼다. 내일 필요한 짐들을 빼놓고 전부 정리되어 깨끗한 방이 이제 진짜 떠나야 할 시간임을 알려주었다.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환상적이었고 내 기대 이상으로 진한 여운이 남는 여행이 되었다. 9일 만에 떠나야 한다는 게 아쉽지만 아쉬울 때 떠나는 것이 여행의 묘미이고 이 아쉬움은 다른 여행을 만들어낸다. 꿈의 도시 뉴욕에서 꿈과 목표를 만들고 돌아간다. 또 보자 뉴욕 다시 올 때는 지금보다 더 큰 사람이 되어 오리라 다짐한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세 가지의 메시지를 주었다.

첫 번째, ‘이제 세상에 나아가 도전할 때’라고 말해주었다. 복학, 취업, 안정된 생활, 결혼, 세상은 나에게 아직도 숙제를 주고 있다. 내 마음가짐, 행동에 따라 이 숙제의 난이도와 기간이 결정될 것이다. 일단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해보려 한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이자 스승님인 손웅정 코치님은 이렇게 말했다. ‘가슴만 뛰는 운동이 아닌 가슴과 내가 같이 뛰어야 한다.’ 나는 뉴욕에서 가슴과 내가 같이 뛰는 법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그것은 바로 ‘도전’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 뉴욕이라는 곳에서 홀로 여행이라는 도전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하고 수정하고 또 고민했다. 걱정도 됐고 기대도 됐다. 여행 가서 잘못되면 어떡하지?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닌데 위기 상황이 오면 어떡하지? 길을 잃으면? 휴대폰을 잃어버리면? 오만가지 걱정이 들었지만, 막상 여행을 해보니 혼자 여행하는 것이 이리도 좋고 힐링이 될 줄 몰랐다. 그리고 나는 생각보다 단단한 사람이어서 혼자 떨어져도 충분히 잘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렇기에 이 도전은 성공했다. 처음으로 나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낸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이것저것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닌 직접 부딪히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해 성공하는 내가 되어야겠다. 이번 뉴욕 여행을 발판 삼아서 말이다.

두 번째 ‘자신감’이다. 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감이 반드시 필요하다. 도전해서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이 없으면 어떻게 도전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높은 세상의 벽에 도전해야겠다. 이번 여행에서도 혼자 여행에 대한 우려 석인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덜렁대는 성격에 길도 잘 못 찾고 영어도 어눌하니 걱정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하지만 나는 확신이 있었고 자신감이 있었다. 그랬기에 나 홀로 뉴욕 여행에 당당히 도전할 수 있었다. 환상적인 여행을 즐겼으니 이제 나는 더 큰 꿈을 꾸고 이루기 위해 한국에 돌아간다. 세상에 도전하기 위해서 말이다.

뉴욕 여행을 마친 후 자신감, 도전정신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해보았다. 대차게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순간도 분명 올 것이다. 낙담하고, 후회하고 또다시 다른 걸 하자니 막막할 때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람은 만 번의 실수를 한다고 한다. 사소하든 크든 내가 하는 실수는 만 번 중 한 번의 실수인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자존’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이 준 마지막 메시지이다.

내가 나를 중히 여기며 내가 하는 일에 확신을 갖고 매사에 긍정적으로 임하며 살아보려 한다. NO보다는 YES를 외치면서 말이다.


내가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인 박웅현 작가님의 ‘여덟 단어’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자존이 있는 사람은 풀빵을 구워도 행복하고 자존이 없는 사람은 백억을 벌어도 자살할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에 확신을 가져야겠다. 누군가가 비웃을지라도 내가 그 일을 함으로써 행복을 느끼고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를 느낀다면 나는 세상 제일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나’라는 사람은 소중하고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다. 절대 누군가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그런 사람이다. 그리고 나만 그런 것이 아닌 내 가족, 친구, 주변 모든, 사람들 다 마찬가지이다. 그러기에 나도 사랑하고 남도 사랑할 수 있는 내가 되어야겠다. 주변에 자존감 높은 분들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두 가지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웃음을 머금고 다닌다. 둘째 항상 말을 이쁘게 하고 누군가를 험담 하지 않는다.

이번 여행은 나의 자존감을 많이 높여주었다. 긍정의 에너지를 많이 받았고 9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세상을 살아가는 법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이제 내가 얻은 힌트로 보물을 찾아보려 한다. 20대 청춘이라는 안전벨트를 매고 이리저리 찾아다닐 생각이다. 부딪히다가 무너지고 깨져서 낙담할 때면 뉴욕 여행을 생각하며 힘을 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생각하며 다시 도전할 것이다.


꿈을 만드는 콘크리트 정글 뉴욕, 내가 걸어본 뉴욕이라는 도시에는 별이 빛나는 밤만 있는 것이 아닌 앙리 루소의 꿈도 있었고 세잔의 사과도 있었다. 나이아가라 폭포라는 자연의 위대한 창조물도 있었고 화려한 타임스 스퀘어 속에서 설레는 마음 가득 싣고 출발하는 탑뷰 버스도 있었다. 세상은 아직 바삐 움직이는 중이라는 걸 보여주는 탑 오브 더 락 전망대도 있었고 나의 감성을 자극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있었다. 세계 최고의 리그인 메이저리그도 있었으며 누군가의 버킷리스트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생각보다 크고 아름다운 자유의 여신상과 정신없이 바쁜 도심 속 작은 힐링을 느낄 수 있는 센트럴 파크도 있었다. 그리고 꿈의 도시에 들어가 직접보고, 배우고, 즐겼던 9일이라는 시간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하게 기억될 9일이었고 꿈의 도시답게 나에게 또 다른 꿈을 선물로 주었다. 그리고 그 선물은 이 책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이 책은 나에게 또 다른 꿈인 ‘소설 집필’이라는 꿈을 안겨주었다.

수많은 콘크리트 정글의 한복판에는 내가 살아가야 할 인생의 방향에 대한 힌트가 담겨있었고

이곳은 꿈의 도시 아름다운 ‘뉴욕시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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