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뉴욕으로!
D- day- ready and excited
기다리고 기다리던 10월 4일이 되었다 나의 군 전역 1주년 기념일이자 뉴욕 출발 d-day 날이다.
설레는 마음에 잠을 설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캐리어를 점검하며 혹시나 빠트린 물건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세 번을 확인한 후에야 캐리어를 완전히 닫을 수 있었다. 새벽 6시에 출발해야 했기에 일찍 자려고 누웠지만 설레는 마음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누워서 내가 볼 뉴욕을 미리 상상하기도 하고 방 불을 다시 켜서 휴대폰으로 여행지에 대하여 검색도 해보았다. 그러다 또다시 자려고 불을 끄고 한참을 반복하다가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잠든 것 같다. 딩동 디리동 딩동 다리 동~ 뉴욕으로 갈 시간임을 알리는 알람 소리에 단번에 깼다.
평소였으면 피곤함에 알람을 듣지도 못했겠지만 어쩐 일인지 피곤하지도 않고 알람도 울리기 시작하자마자 깼다. 설레는 마음으로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를 했다. 개운하게 머리까지 감고 어제 미리 생각해 뒀던 옷을 입었다 옷을 입고 나니 아빠가 나를 공항에 데려다 주기 위해 준비를 하고 계셨다. 이른 아침 비행기여서 아빠가 선뜻 데려다주신다고 하셨다. 엄마도 나를 배웅해 주기 위해 일어나셨다. 엄마에게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와 함께, 포옹을, 한 후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섰다. 차에 캐리어를 싣고 드디어 출발! 차에서 아빠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군에서 돈을 모으길 정말 잘했다는 이야기, 뉴욕을 선택하게 된 배경, 은식이 형이랑 같이 가려 했는데 못 가게 된 이야기, 집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저 멀리 인천공항이 보였다. 싱글벙글…. 신나는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군대에서 돈 모으느라 고생했다는 아빠의 결론을 듣고 인천공항에 도착!! 잘 다녀오라는 아빠의 인사를 끝으로 나는 혼자가 되었다. 자동문이 열림과 동시에 3년 만에 방문한 인천공항의 드넓은 모습이 펼쳐졌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자동 체크인을 한 후 수하물을 맡기기 위해 카운터를 찾았다. 아시아나 항공은 B 카운터여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대기 줄이 생각보다 길었다. 코로나를 이겨내고 당당히 출국길에 들어선 사람들의 표정에서 오랜 꿈을 이뤄낸 듯한 뿌듯함과 감격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20여분 정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찾아온 내 순서! 캐리어를 맡기고 백신 접종을 했다는 간단한 서약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나는 이코노미 프레지스트석이어서 비즈니스 라운지를 이용하라고 한다. 캐리어를 먼저 비행기로 보내고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공항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3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듯한 공항을 보며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가볍게 한 바퀴를 돌아본 후 빨리 비즈니스 라운지를 이용해 보기 위해 출국 심사대를 통과했다. 근데 도무지 라운지가 나오지 않았다. 대한항공 라운지는 보이는데 아시아나 라운지가 보이지 않았다. 역시 나는 아직 여행자라고 하기에는 멀었나 보다 직원분에게 여쭤보니 내가 지나온 길 바로 옆에 있었다. 길치 박진호 모드가 벌써 발동된 것인가? 라운지 입구에서 항공권의 바코드를 스캔하니 문이 열렸다. 박진호 성공했다! 비즈니스 라운지도 이용해 보고….
라운지에 들어와 자리에 앉으니 오전 8시 아침 먹을 시간이다. 아마 내 생에 가장 고급스러운 곳에서 먹어보는 아침 식사가 될 것 같다. 미니 토스트와 스크램블에그, 떡볶이 스파게티를 접시에 담았다. 같은 메뉴로 두 그릇을 비우니 배가 불렀다. 이제 탑승까지 한 시간 정도 남았다 라운지를 둘러보다 보니 혼자 누워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자리가 꽉 차 있었지만 내가 들어가려 할 때 마침 한 분이 나오셨다. 이런 행운이! 내 자리라고 표시해 두듯 가방을 놓고 커피를 뽑기 위해 나갔다 얼죽아인 나이지만 이곳의 분위기를 천천히 느껴보고자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정말 좋았다. 여행 가는 분위기가 제대로 났다. 휴대전화를 확인해 보니 여행 잘 다녀오라는 친구들과 지인들의 연락이 와 있었다. 천천히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답장하고 구글 지도로 내가 머무를 숙소로 가는 법을 검색해 보았다. 그리 복잡하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지만 외국에서 혼자 지하철을 탈 생각을 하니 설레면서도 길치이기에…. 걱정도 되었다. 그래도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 자신 있었다. 혹여 길을 도저히 못 찾으면 현지인 분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러니 지금은 걱정보다는 마음껏 들뜨고 설레야겠다. 이어폰을 꽂고 볼빨간사춘기의 여행을 들었다.
“Take me to London Paris New York city들 아름다운 이 도시에 빠져서 나~~~” 이 노래에도 뉴욕이 나온다. 신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화장실 거울 속의 내 표정이 나 정말 행복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어느새 9시가 되었다. 이제 출발까지 50분이 남았다 슬슬 출발해 볼까? 아니!! 조금만 더 있다가 가자 15분에 출발해야지~ 이어폰에서는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 인생 영화인 sing street의 OST인 Up이라는 노래가 오늘따라 더욱 따뜻하게 들린다.
설레는 마음을 조금은 진정시키라는 듯 다음 곡은 westlife의 My love였다. 이 노래는 많이 듣다 못해 가사까지 전부 다 외운 나의 NO. 1 팝송이다. 그래! 이 노래까지 듣고 비행기 타러 가자!! 2절이 끝나갈 때쯤 가방을 챙기고 마지막으로 비즈니스 라운지를 둘러보았다. 다음번에는 성공한 사람이 돼서 비즈니스석으로 당당히 라운지를 이용하고 싶다.
라운지를 나와서 탑승 게이트를 찾아갔다. 아직 약간의 여유가 남아 사지도 않을 면세품들을 한 번씩 훑어보기도 하고 괜히 향수 시향도 해보며 여유롭게 게이트로 갔다 게이트로 가니 비즈니스 탑승객과 프레지스트 탑승객은 먼저 탑승을 도와준단다. 돈 더 낸 보람이 있다
두근두근 드디어 뉴욕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승무원에게 내 항공권을 보여주니 웃으면서 어서 오십시오~ 인사해 주셨다. 나는 복도 쪽 자리를 선택했는데 비행기에서 자주 움직이는 나의 취향상 복도 자리가 창가 자리보다 편하다. 비행기에 앉자마자 눈을 감았다. 그제야 전날의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나이스 타이밍! 여기서 푹~ 자면 된다. 뉴욕과의 시차도 아주 잘 맞을 것이다
어림도 없다. 정확히 15초 뒤에 눈을 떠서 옆자리에 앉으시는 분들을 위해 일어났다.
다시 앉아서 미리 꺼내두었던 나태주 시인님의 시집을 폈다. 한마디 한마디 감성적인 시들을 읽다 보니 출발 알림 방송이 나오고 서서히 비행기가 출발했다. 이륙할 때쯤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한 30분 정도 잤나? 기내식이 나온다는 방송을 듣고 잠에서 깼다. 그래 밥은 먹고 자야지~ 불고기 덮밥을 주문하니 예쁜 그릇에 쌈 채소까지 나왔다.
맛없기만 했던 예전 기내식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맛도 예전보다 훨씬 맛있어졌다. 맛있게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따뜻한 홍차도 마셨다. 양치까지 하고 나온 후 잠을 청하려 했지만 잠시 비행기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다. 잠시 비행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잠을 청하고 있는 사람들, 무덤덤하게 멍한 표정으로 있는 사람들, 업무를 하는지 노트북을 만지작거리는 사람들, 나와 같은 여행객인지 밝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사람들, 각각 다른 인종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미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처럼 설레는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유학 혹은 다른 이유로 무겁고 심란한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탄 비행기는 여러 복잡한 감정들을 품에 안고 꿈의 도시이자 세계 금융의 중심, 뉴욕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시 잠들기 위해 미리 오프라인 저장해 둔 잔잔한 피아노 연주곡을 듣기 시작했다 마침 비행기도 취침하라는 듯 불을 꺼줬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잔잔한 선율을 자장가 삼아 잠을 청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시간이 지난 것 같다. 깨면 안 될 타이밍에 깨버리고 말았다 역시 내방 아니면 잘 자지 못하는 나의 예민함이 비행기에서도 발동됐다. 개운하고 싶지 않은데 내 몸은 이미 다 잤다는 듯이 개운했다. 본능적으로 쉽지 않은 비행길이 될 것을 감지했다. 아직 10시간을 넘게 가야 한다..
그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독서 등을 켜고, 읽다가 접어 두었던 시집을 펴 다시 읽기 시작했다 나태주 님의 시는 나의 감성을 자극하는데 충분했다 많은 시들 중 유독
“그런 사람으로”라는 시가 감명 깊었다
“그런 사람으로”
그 사람 하나가
세상의 전부일 때 있었습니다
그 사람 하나로 세상이 가득하고
세상이 따듯하고
그 사람 하나로
세상이 빛나던 때 있었습니다
그 사람 하나로 비바람 거센 날도
겁나지 않던 때 있었습니다
나도 때로 그에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맞다 나도 누군가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보고 싶다 누군가가 나를 의지할 수 있는 성숙한 사람으로 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많이 공부하고 더욱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때때로 책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으로 설레는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인생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하던 비행기에서의 시간은 잊지 못할 한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참을 이 생각 저 생각하다 보니 도착 잔여 시간이 마침내 한 자릿수가 되었다. 4시간 정도 지난 것이다.
몸이 찌뿌둥해서 스트레칭을 하고 조용히 비행기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눈을 감아 보았다. 내 좌우 옆 뒷사람들은 모두 곤히 자고 있었다. 20분 정도 생각을 비우고 잠을 청해보았지만 어림도 없었다. 무릎은 점점 아파져 오고 허리도 아팠다. 이거…. 여행을 가는 건지 지옥에 가는 건지..ㅋㅋ 새삼 이런 비행을 일삼는 승무원분들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시 한번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잠시 서서 화장실을 기다리는 외국인분에게 용기 내어 말을 걸어보았다.
Hello How are you?
외국인: good,
where are you from?
외국인:Kazakstan~
그다음에는 뉴욕에 여행을 가는지, 친구랑 가는 건지 물어봤는데 영어에 익숙하지 않으신지 몸짓으로 대답을 많이 해주셨다. 그래도 짧은 시간 동안 몇 가지 대화를 나눴고 처음으로 외국인에게 용기 내어 말도 걸어보고 대화도 해보았다. 그분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분에게 대화해줘서 고마운 마음이 크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남은 비행시간을 보았다. 8시간 남았다 비행기는 태평양 한가운데를 지나며 열심히 비행하고 있었고 나는 몸이 많이 찌뿌둥 하기는 하지만, 여행을 간다는 설렘을 느끼며 비행기에서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기 위해 노트를 펴고 내가 가야 할 곳, 여행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다녀와서 어떻게 여독을 풀 것인지에 대하여 생각하며 적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졸다가 다시 일어나 노래를 듣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비행기는 뉴욕의 JFK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제 두근 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군생활 때부터 그려왔던 나의 뉴욕 여행의 문이 열렸다. 이곳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9일이다. 9일 후 나는 어떤 모습으로 뉴욕에 서 있을까? 그토록 바랐던 해외여행, 그리고 그 중에서도 꼭 가보고 싶었던 뉴욕 여행은 나의 삶을 어떻게 바꿔줄 것인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을 뉴욕으로 초대합니다! 설렘 가득 안고 출발해봅시다. 저는 여러분의 가이드 여행가 박진호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