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다가오자, 알몸으로 거울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운동과 담을 쌓고 살지만, 여름이 다가오는 이 시기에는 작심삼일 운동을 한다. 올해 꽂힌 부위는 팔뚝이다. 유튜브에 나오는 15분 운동을 하루 한 번씩하고 눈바디로 팔뚝 살을 확인한다. 지난주에는 문득 옆모습을 확인했다. 어느새 라운드 숄더가 생겼다. 몸을 오른쪽, 왼쪽으로 돌려 확인해 보니 왼쪽 날개뼈가 조금 더 튀어나왔다. 왼쪽을 집중적으로 스트레칭해야 하나, 생활 습관에 문제가 있나 일주일을 고민하다 ‘내가 왼손잡이라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생활을 돌아보면 충분히 그럴만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종이를 90도로 놓고 썼다. 왼손잡이 지인이 있다면 이 모습을 한 번쯤 봤을 것이다. 왼손잡이는 글씨를 쓰면서 글자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몸을 바짝 숙이거나 종이를 수직으로 돌린다. 나의 경우에는 둘 다였다. 몸도 숙였는데 종이도 돌렸다. 글 쓰는 속도와 글씨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자세였다. 하지만 토끼는 못 잡고 척추측만증만 얻게 되었다.
밥을 먹을 때는 책상 대신에 몸을 돌렸다. 운이 좋아 왼쪽에 왼손잡이가 앉는다면 편하겠지만 학교 급식실에서와 직장인 점심시간에는 대부분 오른손잡이가 내 옆에 앉았다. 음식을 각자 먹는 경우면 왼쪽 어깨를 웅크려서, 다 같이 나눠 먹는 경우에는 몸을 왼쪽으로 살짝 돌려 밥을 먹었다. 이때 나의 목표는 하나다. 내가 부딪히지 않기 위해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을 옆자리 상대에게 들키지 않는 것. 이를 상대방이 알게 되면 서로를 편하게 해 주기 위해 거리가 멀어지거나 각자 원하는 음식을 못 먹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돌리고 접는 생활에 익숙해진 왼쪽 날개뼈는 오른쪽보다 유난히 더 튀어나왔다. 이번주에는 팔뚝 살 운동에 더해 라운드 숄더 운동까지 추가했다. 오늘이 5일 차지만 날개뼈가 조금 들어간 것 같기도, 팔뚝 아래가 얄쌍해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일주일 사이에 살이 빠졌을 리도, 생활습관이 바뀌었을 리도 없다.
왼쪽 날개뼈가 오른쪽만큼 펴질 수 있을까?
주위를 둘러보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밥 먹을 때 옆에 앉은 엄마는 나를 위해 같이 오른쪽 어깨를 웅크려 주신다. 친구들은 내가 왼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내가 편한 방향으로 자리를 선뜻 바꿔준다. 애인은 당연하다는 듯 내 왼편에 서 있고, 밥 먹을 때면 왼쪽 어깨가 펴지도록 자리를 만들어 준다.
애정 어린 관심 속에서 내 날개뼈는 펴질 수도, 낯선 타인 속에서 계속 구부려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주변의 세심함 속에서 왼쪽 어깨가 더 둥글어질 일은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