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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Mar 27. 2024

‘고집 센 왼손잡이’를 아시나요?

 90년대생 왼손잡이는 어렸을 때 왼손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혼난 경험이 한 번씩 있을 것이다. 오른손이 올바른 손이라 생각되던 시절, 어린 왼손잡이는 온갖 핍박을 받았다. 주위 어른의 편견 속에서 고집 약한 왼손잡이는 쉽게 나가떨어지고, 몇몇만이 꿋꿋이 살아남았다. 그들은 바로 고집 센 왼손잡이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나다.


 유치원 시절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나는 꾸준히 오른손을 연습했다. 구몬 선생님, 피아노 학원 선생님, 학교 선생님까지 오른손 세뇌에 걸리신 듯이 오른손 깜지 숙제를 내주셨다. 하지만 노는 게 제일 좋은 김지수 어린이는 노는 시간을 늘리고자 하는 욕망 하나로 왼손으로 오른손 글씨를 흉내 내며 숙제를 해갔다. 엄마는 꼼수를 눈치채시고는 숙제하는 내 앞에 이따금씩 앉아 계셨고, 그동안은 나도 어쩔 수 없이 나름 오른손잡이가 되어 받침 글자까지 완성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이다. 고집불통은 끝끝내 왼손잡이로 자리매김하였다.


 하지만 나는 왼손잡이라는 사실이 싫었다. 정확히는 왼손잡이여서 뒤따르는 불편함이 싫었다. 왜 나만 가위질을 못하는지, 왜 받아쓰기를 할 때마다 손날이 까매지는지, 왜 밥 먹을 때마다 짝꿍과 팔이 부딪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일들이 왼손잡이에게만 뒤따르는 불편함인 줄 몰랐다. 그저 자신이 손재주가 없는, 손이 지저분한, 산만한 아이라고 생각하였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야 이 모든 불편이 왼손잡이의 숙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지수 학생은 점차 이 숙명에 익숙해졌다. 밥 먹을 때는 왼쪽 어깨를 웅크리고, 미술시간에는 꾀병을 부리고, 종이는 90도로 놓고 썼다. 그렇게 90%의 오른손잡이들 사이에서 적응해 나갔다.


  불편함이 특별함으로 변한 계기는 2015년에 방영한 ‘그녀는 예뻤다’라는 드라마였다. 드라마에서 메인 주인공은 왼손잡이였다. 주인공들의 공통분모는 왼손잡이였으며, 그들은 다이어리에 ‘왼손잡이의 날’을 찾아 크게 별표를 했다. 왼손잡이의 날. 나와 같은 특성을 가진 전 세계의 10% 사람들만을 위한 날. 전 세계에 자신의 특성을 기념하는 날짜를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드라마 하나로 인식이 바뀐 게 단순해 보이지만 나는 그렇게 왼손잡이가 특별해졌다.


   생각해 보면, 우리 집은 유전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왼손잡이가 많다. 외사촌 중 두 명은 왼손잡이이며, 외할아버지께서도 어렸을 때 왼손잡이셨다. 우리 집의 왼손 내력을 생각하면, 영화에 나오는 전설의 가문과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왼손잡이 생활은 여전히 긴장의 연속이다. 그래도 꽤나 재밌다. “왼손잡이는 바보 아니면 천재라던데”라는 농담에 “나는 천재에 속하는 거 같아”라며 아인슈타인에 빙의할 수도 있고, 어쩌다 찾은 재능과 성취에 ‘이게 바로 왼손잡이의 초능력인가’하며 자아도취를 할 수도 있다. 처음 만난 사람은 주변의 왼손잡이를 대화 속으로 데려와 어색함을 녹이려 하기도 한다. 이런 특별함을 모아보면 사실 오른손잡이도 왼손잡이가 부러워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왼손잡이는 매일이 복잡하고, 신비롭고, 재빠르다. 이제부터 오른손잡이는 모르는, 불편하지만 특별한 왼손잡이가 번역한 일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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