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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 Apr 05. 2023

정삼각형이 좋아

삼각김밥

수학을 어려워하던 둘째군이 요즘 수학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으니 바로 정삼각형 때문이다. 이것저것 뭐든지 시켜봤던 첫째군과 달리 가베 수업도 받지 않고 비교적 조기 교육을 적게 시켜놓고 보니 다른 것보다 일단 도형 문제에서 어려움이 느껴졌다. 심지어 4학년 과정에는 삼각형, 사각형 단원이 연속으로 나오니 조금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열심히 자를 대고 삼각형 그리는 문제를 풀면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는데


정삼각형 그리는건 나의 힐링이야


응? 삼각형이 왜 좋아? 엄마는 사각형이 좋은데.. 나는 사각형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유독 정사각형을 좋아한다. 자주 쓰는 후라이팬도 네모. 접시도 네모. 책도 네모. 반듯하고 단정한 사각형. 게다가 정사각형은 예쁘니까. 한 때 정사각형 접시를 보면 신나서 사들이고는 했다. 동그란 접시들 사이에서 유독 돋보이는 깔끔한 정사각형.

그런데 둘째군은 정삼각형이 너무 좋단다. 삼각형이 주는 안정감도 좋고 60도씩 각도가 딱딱 맞는 정삼각형이 완성되면 마음의 안정을 찾을수 있다나. 각도기와 자를 이용해 반듯하게 정삼각형을 정성껏 그려내는 녀석. 이녀석은 희한하게 어린이집 잘 때부터 낮잠 잘때나 밤에 잘 때나 항상 이불이 반듯하게 덮여 있어야 잠들 수 있었다. 집짓는 비버처럼 잠들기 전에 정성들여 자리를 정돈하는 특별한 의식의 시간이 필요한 아이. 그렇게 늘 반듯한 정확함과 안정감을 추구하는 이 아이는 정삼각형을 매우 사랑한다.

그래 그러고 보니 네가 좋아하는 음식들도 모두 삼각형이네. 삼각김밥. 김치치즈 주먹밥. 요즘 이 아이의 아침과 간식으로 자주 활용하는 김치치즈 주먹밥. 음식 먹을때 주르륵 떨어지는걸 싫어해서 샌드위치나 햄버거도 잘 안먹는 아이인데 세모 모양의 주먹밥은 가장자리부터 한 입씩 잘라 먹기 좋으니 먹기에 편한 것 같다. 그래서 삼각김밥도 정삼각형 모양인걸까. 파는 사람 입장에서도 동그란 주먹밥 보다는 모양이 딱 맞아 떨어지니 쌓아놓기에도 좋을 것 같고 먹는 사람 입장에서도 가장자리를 한 번씩 베어물고 나면 조그맣게 남은 가운데를 쏙 먹을 수 있으니 편한 것 같다.


낮에 배가 너무 고픈데 배부른 간식좀 챙겨놔 주세요.

학교에 가기 시작하면서 급식 먹고 온 이후로 저녁 시간까지 긴 시간 동안 배가 너무 고프다고 한다. 방학 때에는 시리얼이나 간단한 과자, 핫도그 등을 먹었는데 아무래도 활동량이 많아지다보니 낮에 배가 많이 고픈가보다. 그래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김치참치 삼각김밥 만들어놓고 갈께.


요즘은 삼각김밥도 만들기 너무 좋게 잘 나와 있어서 아침에 간편하게 만들고 갈 수 있다. 따뜻한 밥에 소금, 참기름, 깨소금 양념 살살 해서 삼각김밥 김에 틀을 놓고 밥을 넣은 후 가운데를 살짝 파서 전날 미리 만들어놓은 김치참치 양념을 꼭꼭 눌러 넣는다. 그 위에 밥을 살짝 덮어 틀 안에 꽉 차게 꼭 눌러주고 김을 삼각 모양으로 접어 스티커로 고정시키면 끝. 모닝커피 한잔 하면서 삼각김밥 만드는 시간이 즐겁다.

열 몇개 쯤 만들어 놓고 가고 싶었는데 밥솥에 있는 밥이 딱 요만큼 까지다. 오후까지 실컷 먹으라고 만들었으나 세 남자가 우루루 아침으로 집어먹고 나니 접시가 금방 휑해져서 둘째군 간식용은 서둘러 따로 빼 놓았다. 손이 작아서 넉넉하게 음식을 만들지 못하고 늘 부족하게 만들게 되는 나. 그리고 생각보다 삼각김밥 틀 안에 밥이 꽤 많이 들어간다. 다음에는 밥을 좀 넉넉하게 해서 많이 만들어 놓고 나가야겠다.

접시에 담아놓고 보니 옹기종기 귀여운 정삼각형 모양의 삼각김밥들. 오늘도 우리 아이들의 오후 시간을 든든하게 채워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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