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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유언장

미리 써보는 엄마의 유언장

by 슬기로운유니

60이 된 나는 혹은 80이 된 나는 무슨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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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이루어야 겠다는 목적을 떠나,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대로,

진심 반.실험 반 이라는 가설하에 우리 아이들에게 보내는 유언장을 미리 써보기로 했다.



40대부터 침침해져 가던 엄마의 눈은 60이 되어서 광명을 얻었고,


주2~3회 운동습관을 꾸준히 지키며 다년간 노력으로 얻은 근골격은 운동을 하지 않은 몇 달만에 급격히 소실되어 버렸구나.


허나, 요즘이 어떤 세상이니! 엄마도 의료 발달 기술의 해택을 톡톡히 보게되어 유전자 치료로 40대의 근골격은 60%이상 되돌릴 수 있게 되었지.


20.30대에는 세상의 통념을 따르느라 눈으로 보이는 세상에만 갇혀 사는지 미처 깨닫지 못했고, 40.50 대에는 너희들을 키우고 성장시키느라 안식처에서 갇혀 살았구나.


혹시 '갇혀 살았다' 는 엄마의 단어 표현에 서운함이 생기거든, 딱 히 다른말로 표현할 말이 없어서 그런것이니 이해해 주려무나.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나 다시 태어난 60살이 된 엄마는 내 원초적 본능으로 돌아가 세상을 맘껏 떠돌며 모험을 떠나고 싶구나.


엄마로서 해야할 마지막 몫으로 내가 너희에게 유산을 남겨줄 터인데,


처음으로는 너희의 안식처를 마련해줄 정도의 유산과, 혹 시 모를 비상사태를 대비해 여분을 조금 더 남겨줄테니 나머지 몫은 너희가 스스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소신껏 살아가 보려무나.


어느날 인가 모험을 훌 쩍 떠난 엄마의 소식이 오래도록 들리지 않게 되어도 엄마를 찾지 말거라. 엄마는 그저 '모험을 계속 하고 있을 뿐이구나' 하고 마음을 놓아버리렴.


그러다가 어느날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훌 쩍 돌아오게 된다면, 너희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 주고 싶구나.

그렇게 된다면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을 맘껏 나누자꾸나.


주변에서는 다들 우주여행 간다고들 떠들어댄다.


그런데 엄마는 이 세상 땅도 미처 경험하지 못해서 미련이 가득하니 효도 여행으로 우주여행 보내달란 소리는 하지 않을것이니 걱정하지 말아라.


그저 엄마가 이땅에 남기고 싶은 흔적이라고는 엄마의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 한권이면 충분하구나. 한 줌의 흙일랑은 욕심도 없으니 그저 엄마가 떠나간 날에는 엄마를 한 번 떠올려 주기만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구나.


너희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지만 구구절절 이야기 하지 않겠다.


세상일이 궁금해지고 물음으로 가득 할 때에는 엄마가 첫 번째로 남겨놓은 책, 그리고 두번째로 남겨놓은 책을 찾아 읽도록 하거라.


그 안에 엄마가 해주고 싶었던 말 이거나, 혹 은 너희가 물음표를 던진 해답을 찾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너희를 정말로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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