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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랑 등산하며 깨달은 한가지

딸이랑 함께한 첫번째 겨울산 등반

by 슬기로운유니



' 엄마, 엄마가 했던 말이 무슨 말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내 생각엔 꼭 우리가 가야할 길이 산 길만 있는건 아니잖아.


꽃이나 나무 귀여운 동물들도 오고가는 예쁜길도 있고,


조금 울퉁불퉁 하지만 시냇물도 흐르고 잠자리 나비도 날아다니는 재미있는 길도 있잖아.


엄마가 생각하는 것 처럼 꼭 힘들고 험한 산길만 있는건 아닌거 같아.


나라면 꽃이나 나무 귀여운 동물들도 오고가는 재미있는 길을 걸을래.'



_등산하며 딸 아이가 했던 말을 제가 약간의 단어 수정을 했어요



이른 새벽 부터 안전안내 문자 소리에 핸드폰이 요란하네요.


'한파경보 . 강풍으로 인해 외츨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필 큰 아이랑 등산을 가기로 약속을 한 날이 한파경보가 울린 가장 추운날 이었어요.

두 달 넘게 재활을 마친 작은아이(아들)가 다시 유치원을 등원 하기도 한 날이었구요.


산에는 아직 눈이 서려 있고 , 춥기도 해서 갈까 말까를 몇번이고 고민했어요. 그래도 이 왕 마음 먹은거 도전해 보기로 했죠.








아이랑 등산로 입구에 들어설때 였어요.


'아뿔사 날을 잘 못 잡았구나. 오늘 등산은 2배는 힘들어 지겠는걸...'


'딸~ 우리 그냥 돌아갈까? 산에 눈이 않녹고 얼음이 얼어서 위험하고 힘들꺼 같은데!'


'엄마! 그냥 가요.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조심히 다녀오면 되잖아요.'


'그래, 천천히 다녀와 보자'


그렇게 아이랑 다짐을 하고 산을 올랐어요. 난이도로 치면 그리 어려운 산은 아니었지만 눈이 녹지 않고 얼음이 중간중간 얼어서 등산 초입부터 고난이도 코스를 진입한 것 과 다름 없었어요.


우리는 2.5KM 정상까지 1시간 20분 소요되는 7코스 였어요. 산을 3분 의 1쯤 올랐을때 부터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어요.


'큰 아이한테 오를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는데, 이러다 내가 먼저 포기하면 어쩌지'


마음속으로 걱정을 하며 오르고 있는데, 큰 아이는 주변에 눈도 만지고 나무도 살피며 아주 잘 오르고 있더라구요.


마음이 놓였어요.


'세상에 등산을 하면서 내가 딸한테 의지를 하게 될 줄이야.' 라고 생각을 하니 참 마음이 이상하더라구요.







3분에 2정도 올랐을때 큰 아이도 한계가 왔나봐요.


'엄마, 종아리가 아파.


'그래 잠깐 앉아봐 엄마가 다리 주물러 줄께.'


바람도 엄청 세게 불고 겨울산행이라 산 중턱까지 오르기도 쉽지 않았는데, 다행히 저랑 큰아이는 조금만 더 오르면 정상이 보이는 곳 까지 다달았어요.


'딸, 엄마는 산을 오르는게 꼭 우리 인생살이 같아.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잘 올라오지만 오르다보면 힘들기도 해서 잠시 쉬었다 가기도 하다가 결국 어렵사리 정상에 오르면 쾌감이 오잖아'


'내 발 아래에 보이는 절경을 맘껏 만끽하기도 하고 말이야. 그리고 내려오는 내리막길은 또 얼마나 쉽니! 엄마는 등산을 하는 것이 꼭 우리 인생같아.'


쉼터에서 제가 딸 아이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딸 아이는 아무런 대답이 없더라구요.


'아직 어린데 인생을 등산이랑 비유하는게 너무 청승 맞았나?' 하고 저 혼자 생각하고 말았어요.





드디어 굽이굽이 마지막 등산로를 걸어 정상에 다다랐어요.


딸 아이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정상에 오르자 '야호~~!' 하고 환호성을 치더라구요.


덩달아 저도 신이나서 '야~호!'하고 힘차게 소리처 보았어요.


정상에서 잠시 쉬며 음식을 먹고 있는데 제가 했던 이야기를 듣고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는지 저에게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 엄마, 엄마가 했던 말이 무슨 말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내 생각엔 꼭 우리가 가야할 길이 산 길만 있는건 아니잖아.


꽃이나 나무 귀여운 동물들도 오고가는 예쁜길도 있고, 조금 울퉁불퉁 하지만 시냇물도 흐르고 잠자리 나비도 날아다니는 재미있는 길도 있잖아.


엄마가 생각하는 것 처럼 꼭 힘들고 험한 산길만 있는건 아닌거 같아. 나라면 꽃이나 나무 귀여운 동물들도 오고가는 재미있는 길을 걸을래.'


딸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아차! 무릎을 탁 치게 되었어요. 인생을 등산으로만 비유하며 정상에 꼭 올라야 한다고 생각했던 제 생각이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딸아이 말처럼 우리가 갈 수 있는 길은 여러방향이고 꼭 정해진 길만 고집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딸이랑 등산을 하면서 이런 깊은 대화를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앞으로도 종 종 큰 아이를 데리고 이런 기회를 자주 마련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여러분은 어떤길을 걸으시겠어요?


여러분이 가는 길이 어떤길이든 원하는 그곳을 향해 꼭 다다를 수 있길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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