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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그리고 아버지 산소

두번째 아버지 산소 방문

by 슬기로운유니

이번 설은 명절 전 으로 아이들만 데리고 시골에 내려 오게 되었어요.


시댁에 들러 친정에서 잠시 휴식기를 갖었어요. 친정 엄마가 40세 부터 하시는 업 때문에 온전한 휴식은 어렵지만 조용한 시골이 너무 좋네요.

이 겨울에도 풀벌레가 우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어렸을 땐 고향에 온다는 의미가 크지 않았는데 중년의 입구에 막 들어서는 지금, 고향은 나의 안식처가 되었어요.





작년 11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아버지 산소를 방문하지 못했어요. 이번 설 에 날이 좋지 못한 탓에 성묘를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오빠, 내가 엄마 모시고 다녀올께"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 소설 이었어요. 입관 후 다음날 산소를 향하는 날 오전, 눈발이 날리고 바람이 불었어요.

날씨가 좋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었죠. 그런데 신기 하게도 아버지가 산소에 가시는 날, 아버지의 자리로 도착하자 어머니의 머리 맡 위로 햊볕이 비추며 날이 좋아졌어요.

어머니는 슬픔과 황망함에 모르고 계셨겠지만 어머니의 머리 위로 한 참 햋볕이 비추었어요. 저만의 해석 방식 일지도 모르지만, 마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로 향하는 인사 같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어머니를 모시고 아버지의 산소를 찾아뵙던 날 저는 다시 한번 이 전과 같은 아버지의 인사를 느꼈어요.

산소를 향하는 길은 흐린듯 했지만, 산소에 도착하니 거짓말 처럼 햊볕이 비추었어요.

"엄마, 아빠가 엄마 오셔서 너무 좋으신가봐. 엄마 오실때마다 신기하게 이러는거 아세요?"

"그래~ 엄마는 잘 몰랐는데 진짜 그런가~?."



부모님은 살아 생전에 부부금실이 좋으셨어요. 아버지는 자식들보다 어머니를 더 사랑 하셨죠. 그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저는 아버지가 어머니가 오셔서 좋은신가 보다 라는 해석을 할 수 있었죠.

성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침참해 지더라구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계실 것 같았던 아버지의 육신은 덧 없이 태초의 자리로 돌아 가셨어요.

살아생전 아버지와 사이가 각별 하지도 않았고, 아버지를 원망하고 미워했던 날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아버지의 그림자는 시간이 흘러도 길고 짙게 드리워 지네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 행복해질 필요가 있다는걸 뒤늦게 깨달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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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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