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춘기가 시작된 걸까?

예비 초등학교4학년 큰 아이의 첫 반항

by 슬기로운유니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자식농사 라는 어르신들의 말이 있다.


예비 초등4학년 딸아이의 첫 번째 반항이 시작된 것 같다는 두려움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요즘 아이들의 스케줄을 엄마나 부모가 조절하는 이른바 '엄친아'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니 요즘 엄빠들이 자녀교육에 얼마나 진심인지 새삼 느끼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장 우선시하는 교육을 해왔었다. 사실 나의 교육이념에 자율성과 독립성이 우선순위가 된 계기가 있다.


무엇보다 엄마인 나 자신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중 시 하는 성향 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나 자신 스스로 해결해 왔다.


그 결정이 잘된 결정이든 잘못된 결정이든 내 결정이 내 환경에선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사실 먹고사는 일만으로도 너무 바빴던 가난한 집안 환경 때문에, 나의 부모님은 아주 기본적인 생존 본능에만 충실했었다.


없는 살림에도 크는 아이들은 잘 먹어야 한다는 말씀을 늘 하시면서 어머니는 늘 맛있는 음식과 간식을 손 수 만들어 주셨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녀들 먹는 것만큼은 최선을 다하셨던 어머니에게 저절로 감사의 마음의 생겼었다. 그래서 그 외에 다른 문제를 묻거나 고민을 나누는 일은 차마 부모님께 할 수 없었던 행동처럼 느껴졌었다.


위로 오빠가 2명 있었지만, 오빠들 또한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들 스스로 독립을 했던 지라 오빠들에게도 나의 고민을 이야기하면 안 되는 걸로 생각하며 늘 그렇게 혼자서 모든 걸 해결했었다.


사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괘씸하기도 하다.


부족함 없이 원하는 것을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학습 문제로 부모님에게 반항을 하는 모습이 내 딸이지만 차마 용서가 안 된다.


그동안 나는 학습 문제만큼은 아이에게 억지로 하라고 강요한 적이 없었다. 한국의 사교육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그 문제에서만큼은 다른 자녀들의 성취와 부모들의 동요에 흔들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이가 처음으로 학습지를 하기 싫다며 반항을 한다. 설 연휴 전부터 계속하기 싫다는 반항을 하며 짜증을 부렸다.


오래전부터는 학교공부가 재미없다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학습속도가 느리거나 점수가 낮은 편은 아니지만 아이는 유독 학교공부가 재미없다며 툴툴거리기를 일삼았다.


그리고 며칠 전 집에 돌아와서는 학습지를 보고 욕을 하며 화를 낸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나는 경악을 했다.


"oo아 엄마가 시작하라고 강요한 적이 없는 건 너도 알고 있지? 너 스스로 영어공부를 하고 싶다며 시작한 학습지인데 이제 와서 하기 싫고 귀찮다며 이렇게 무책임한 행동을 해도 되는 거니?"


"당장은 그만둘 수 없으니 선생님과 의논해 보고 2월에 마무리해 보도록 하자. 대신 방학 동안에만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너도 끝까지 책임감 있게 행동해 줬으면 좋겠구나"


영어를 배우고 싶다며 2학년 겨울방학 때 부 더 다시 시작한 학습지였다. 그런데 아이가 원하는 공부의 방향은 학습지 시스템이 아니었나 보다.


아이는 직접 경험하며 공부를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부모로서 가정형편에 벗어나는 교육을 당 장 해 줄 수가 없었다.


아이는 외국으로 가서 생활을 하며 영어를 공부하고 싶어 했다. 욕심도 이상도 너무 높은 아이 같아 가끔은 내가 아이의 욕구를 감내하기가 힘들다.


그러면서 나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며 자책하게 되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나나 내 남편이 외교관이나 변호사, 최소한 외교 업무를 하는 직업을 갖었더라면 우리 아이가 지금보단 훨씬 다양한 삶을 경험하며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무능력한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앞으로 무엇이 있을까?'


큰 아이는 늘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태어난 순간부터 그랬다.


24시간 안고 있지 않으면 잠을 자지도 않고 울기만 하는 아이

출산한 지 3일 만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하며 조리원 생활 일주일 만에 대한병원을 달려가게 만든 아이

생 후 만 10개월 만에 걷고 뛰며 엄마의 육체적 체력을 고갈시켰던 아이

단유를 완강히 거부하며 3년간 모유수유를 했던 아이

어린이집 다닌 지 6개월 만에 어린이집이 너무 좁다며 더 넓고 더 큰 유치원으로 옮기길 원했던 아이

초등학교 1학년 서울어린이 대공원 바이킹을 혼자서 타기를 계기로 에버랜드 킹 바이킹을 3번이나 혼자 탄 아이

초등학교 2학년 때 비행기를 타고 외국을 가고 싶다고 하는 아이


늘 큰 아이는 나의 세계보다 더 크고 넓은 세계로 확장해 나갔고 늘 나는 시험에 들게 했었다.


그 마음의 저변엔 아이에게 미안함이 가득하다.


지금보다 훨씬 부유한 환경에서 테어났다면 자신이 원하는 무엇이든 다 경험해 보며 자랄 수 있을 텐데, 남들 다 타는 비행기도 아직 못 태워준 게 미안하기만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괘씸해서 엄마인 나의 마음속에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괘씸함이 늘 공존하며 대립하고 있다.


아이 또한 이런 마음일까? 아이의 진짜 속마음을 듣고 싶지만 여간해선 자신의 마음을 들추진 않는 입이 묵직한 아이다.


그런데 이번엔 사춘기까지 왔는지 처음으로 자기 방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이런 일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빨리 올진 몰랐다. 앞으로 나는 어떤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일까?



<에필로그>

한편으론 네가 아주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라고 엄마는 믿어. 그리고 엄마는 이런 너로 인해 성장해 가고 있다고 믿어. 이 번 과제를 잘 넘기면 너도 엄마도 한 뼘 더 성장해 잇겠지.


너의 성장에 도움을 줄만한 경험과 프로그램을 찾아보도록 해야겠구나.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23화고향, 그리고 아버지 산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