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밥상에 반주를 가끔 즐깁니다만....
"얘들아~ 아빠 왔다~!!"
금요일 오후, 남편은 어김없이 커다란 상자더미를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상자 안에 꼭 빠지지 않고 들려있는 품목 한 가지, 바로 맥주와 소주이다.
아이들의 간식거리와 아내가 필요하다고 했던 물건들을 일주일 동안 모아서 금요일 오후가 되면 집으로 가져온다.
다정한 남편인 것도 같지만, 한편으론 상자더미 속에 들려있는 알코올들을 보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남편과 나는 주말부부가 된 지 6개월 정도가 되었다. 작년 중순쯤 20년 만에 처음으로 남편은 상급지역으로 전출을 가게 됐다. 거리상 차로 1시간이면 오고 가는 곳이라 매우 가깝다.
남편의 직업상 이동과 이사가 잦을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남편은 한 곳에서 20년 동안 근무를 했다. 덕분에 나도 한 지역에서 신혼 초부터 큰아이가 11살이 된 올해까지 쭈욱 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장건진 알림이 왔다. 올해 만으로 40세가 되어 위암검진이 추가되었다. 검진 전이라 몸 상태가 정상일지는 나 또한 단정할 수 없다.
남편은 나보다 한 살 많다. 작년에 건강검진을 했던 결과에서 대사증후군 주의단계 안내장을 받았다. 아내의 잔소리를 가장 듣기 싫어하는 걸 안다. 하지만 건강에 염려가 되어서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없다.
나 : " 술이나 담배 중 하나만 이라도 끊으면 안 돼?"
남편: " 나도 아는데 그게 잘 안돼..."
나 : " 술보단 담배를 끊는 게 좋겠어,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좋으니 운동 좀 다녀."
" 당신이 무리해서 술을 마시는 건 아니지만, 날마다 조금씩 먹는 양이 쌓이면 일주일에 한 번꼴로 폭주를 하는 결과잖아."
남편: " 알겠어..."
확신에 차지 않는 남편의 대답이다. 평소에 집밥을 자주 해주고 건강식을 챙겨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초등학생 입맛인 남편의 취향을 고치기가 여간 힘들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늘 잔소리를 늘어놓지만, 사실 밥상에서 남편과 가끔 나누는 반주가 싫지 많은 않다. 술을 즐기지 않는 나는 남편이 오는 주말에만 조금 마신다. 많이 마셔야 3잔이다. 나머지는 모두 남편이 마시곤 한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설거지를 하고 잘 준비를 모두 마친다. 아이들을 재워야 하기 때문에 남편이 잠들지 않아도 집안에 모든 불을 끈다.
아이들을 잠들고 나면 나는 물이라도 한잔 마시려고 주방으로 나온다. 자연스럽게 한 쪽으로 시선을 응시하며 고개를 돌린다. 내 시선의 끝엔 늘 주방 너머 베란다 테이블에 걸터앉아 있는 남편의 모습이 보인다. 희미한 핸드폰 불빛 사이로 남편의 얼굴과 남편손에 들린 맥주캔이 보인다.
님아 제발, 그 잔을 꺽지 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