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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을 거슬러 일단 시작!

진단명은 새 학기 증후군 이라는데...

by 슬기로운유니

"하... 귀찮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냥 누워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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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내용 중



2달간의 긴 겨울방학이 끝났다. 아침부터 부산스러운 일상이 시작되었다.


유치원졸업장을 때고 초등학교를 입학한 둘째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 : oo 아~ 일어나야지~ 이제 학교 갈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네!

둘째: 엄마, 졸려~더 자고 싶어요!

나 : 일어나야지~충분히 잤고, 일어날 시간이야.

둘째: 엄마~ 학교 가기 싫어! 더 자고 싶어!

나 : 엄마가 마사지해 줄게! 정신 차리자!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첫째는 정해진 시간에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난다. 전날 밤늦게 자더라도 일어나는 시간만큼은 정확하다. 이런 점에서 첫째는 크게 걱정이 없다.


첫째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던 해에도 그랬다. 스스로 아주 잘 일어났다. 2학년 때부턴 학교 공부가 재미없다고 불평을 늘어놓긴 했지만, 학교 등. 하원 문제만큼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았다.


그 외에 문제 역시도 첫째는 스스로 참 잘했다. (물론 둘째와 다른 부분에서 엄마를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1년 전에 초등학교엔 늘봄 제도가 새롭게 생겼다. 정규수업 이후에도 1시간~2시간 늘봄 수업에 참여한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돌아서면 하원 픽업을 해야 했던 첫째 때 경험에 비하면 엄마 입장에선 환영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둘째는 아닌가 보다.


둘째: 엄마~ 수업 끝나고 밥 먹고 데리러 오면 안 돼요?

나 : oo아, 수업받는 게 많이 힘드니?

둘째: 응! 교정한 깁스 때문에 계단 오르기도 힘들어! 그리고 늘봄 수업도 너무 오래 걸려!

엄마! 나 늘봄수업 안 하면 안 돼? 하기 싫단 말이야!

나 : 깁스 풀 동안만이라도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에르베이터를 타면 어떨까?

둘째: 그럼 엄마가 선생님한테 이야기해 줘!

나 : oo이가 선생님께 이야기하면 될 것 같은데 말씀드리기 어렵니?

둘째: 응! 아직 선생님이랑 친해지지 않아서 이야기 꺼내기가 부끄러워.

나 : 그래, 그럼 이번에는 엄마가 말씀드릴게, 대신 다음부터는 oo이 스스로 이야기 잘할 수 있지?

둘째:....



아침마다 둘째와 전쟁이다.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서 늦지 않게 나서야 한다. 학교가 집 앞 1분 거리인데도 힘들어하는 둘째를 보면 사실 화를 내고 싶다. 하지만 학교에 등원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 무조건 내 감정대로 화를 낼 수 도 없다.


아이입장에서 생각하면 새로운 환경,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수업방식 모든 게 낯설고 어려운 게 당연하다.







겨우겨우 어르고 달래서 아이를 바래다주고 돌아온다.


"하... 귀찮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냥 누워버리고 싶다."


새 학기 증후군은 아이게만 찾아온 게 아니었다. 2달간의 긴 방학을 보내고 아이들이 등교한 지 4일쯤 되었다. 새 학기 시작과 동시에 약 3일 정도 체크해야 할 항목들을 점검하고 나니 어느새 긴장이 풀린다.


늘 그렇듯 방학이 끝나고 학기가 시작되면 엄마인 나는 방학 동안의 수고를 보상이라도 받고 싶은 듯싶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이 들 때쯤 따뜻한 이부자리가 유혹한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쉬어버려!'


우스개 소리지만 마치 전기장판이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하다. 귀차니즘이 어김없이 꽈리를 틀고 내 몸을 잠식하려 한다.


빈속이지만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 먹는 것 마저 귀찮다고 느껴진다.






아침, 중력에 의해 몸과 마음이 가라앉을 때, 일단 시작! 처방전은 다음과 같다.


하루를 시작하기 좋은 음악을 튼다.


냉장고에서 요거트(요구르트)와 사과를 꺼낸다. 사과나 요구르트가 준비가 안 된 날은 완전두유를 한팩 마신다. 먹고 싶지 않지만 일단 마셔둔다.


견과류까지 곁들인다면 금상첨화!


10분쯤 지나면 사과를 깍지 않은 채 통째로 베어 먹는다. 내 취향으론 사과는 껍질채 통째로 베어 먹는 게 가장 맛있다.


사각사각 툭! 내입 안에서 부서지며 흐르는 사과즙이 참 달콤하다. 달콤한 사과를 베어 물면 정신이 조금 든다.


사실 자극적인 라면이 무척 당기는 날도 있다. 하지만 대견하게도 유혹을 잘 이겨 넘긴다. 이렇게 습관이 된 아침 루틴은 내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워줄 시작 에너지를 제공한다.


가끔 피곤한 날엔 이 음식들과 더해서 개운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추가한다. 글을 쓰거나 부업을 해야 하는 날에도 마찬가지이다.






여유가 조금 생기는 날에는 가까운 동네 산으로 등산을 나선다. 대신 둘째 하원하는 시간에 맞춘다. 2년 넘게 다녔던 운동센터를 해약했다. 운동에 자신감이 생기다 보니 다음은 산을 정복하리라는 작은 계획이 생겼기 때문이다. 원래는 바다를 더 좋아했지만 현실적으로 접근이 쉬운 산을 선택했다.


실제 동네 산을 빼고 대한민국 산을 정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침마다 힘들다고 어리광 부리는 둘째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엄마도 사실은 그러고 싶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인 나는 오늘도 중력을 거슬러 일단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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