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위대한 희생
"띠리리리~~"
하루일정에 맞춰 5개 정도의 핸드폰 알람을 맞춰두었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첫 알람은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기상시간이다. 보통 나의 기상시간은 6시40분, 첫째의 등원준비가 첫 일과다.
늘 그렇듯 전기포트에 물을 받아 여러가지 차를 넣고 아이들의 가방에 챙겨줄 물을 끓인다. 그 다음 냉장고를 열어 요거트나 요구르트를 미리 꺼내어 놓는다. 아이들이 일어나면 차갑지 않게 먹기 위해 준비해 두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먹을 아침식사를 간단히 준비한다. 보통은 누릉지와 계란 후라이, 전 날 저녁에 끓여놓은 국을 다시한번 데운다. 과일이 충분히 냉장고에 준비되어 있는 날에는 과일도 준비한다.
7시 15분, 첫째가 기상을 한다. 첫째가 학교갈 준비를 마치면 미리 준비해둔 아침식사를 내어 놓는다.
8시, 첫째는 간단히 밥을 먹는다. 자신의 핸드폰에 맞추어둔 알람시간 8시18분이 되면 밥을 덜 먹었어도 일어나서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선다.
"잘 다녀와. 차조심. 오토바이조심 하고. 사랑해."
첫째가 나가는 소리를 듣고 둘째가 일어난다. 눈을 부비적 거리며 일어나는 둘째에게 아침인사를 건넨다.
"잘 잤어? 화장실 다녀와서 요구르트 먹으렴."
둘째는 요거트나 요구르트를 좋아한다. 누나가 먹지 않고 등원하는 날이면 누나의 요거트까지 다 먹는다. 요거트를 먹고나면 둘째도 아침을 먹는다. 가끔은 배가 고프지 않다며 요거트만 먹고 등원하는 날이 많다.
9시04분, 둘째의 등원차량 시간에 맞춰 알람이 울린다. 알람이 울리면 둘째는 신발을 신는다. 그리고 함께 등원차량을 타러 현관문을 나선다.
9시13분, 등원차량에 탑승한다. "재맜게 잘 놀다오렴 oo아."
둘째가 가고난 후 간단히 동네 엄마들과 아침인사나 안부를 나누고 집에 돌아온다.
9시30분, 가독들이 모두 나간 집안에 정막이 흐른다. 그리고 어지러 놓은 설거리 거리와 치울거리가 눈에 보인다.
그러니까 하루일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방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정한 일과이다)
6시45분: 엄마 기상 및 아침식사 준비
7시15분: 첫째 아이 기상
8시: 첫째아이 아침식사
8시18분: 첫째아이 등원, 둘째 아이 기상
8시40분: 둘째아이 아침식사
9시04분~13분: 둘째아이 등원
9시20분: 주변분들과 안부인사
9시30분~ 10시30분: 집청소
11시~13시: 아침운동 및 엄마의 일과
13시~15시: 휴식 및 간식준비
15시: 첫째 하원
15시30분: 첫째 간식챙기기
16시: 둘째 하원
16시~17시: 둘째 와 놀아주기
17시~18시: 저녁식사준비
18시~19시: 저녁식사
19시~20시: 휴식 및 아이들 과제 도와주기
20시~21시: 주방일 및 아이들 잘 준비 챙기기
21시30분 또는 10시: 아이들 취침
저녁 10시 정도가 되어야 하루 일과가 끝이 난다.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는 24시간을 거의 모두 아이들에게 올인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어느정도 성장해서 낮 시간 잠깐 동안은 나만의 시간이 생기기도 한다.
친정엄마는 1년 365일 뿐 아니라 평생을 새벽5시에 시작하셨다. 우리집은 내가 어릴때 논농사와 밭농사 그리고 소를 몇마리 키웠다. 소를 키웠던 이유는 우리가 성장하고 난 후 교육비 마련을 위해 엄마가 결정하신 일이었다.
우리집 공터에 조그맣게 하우스를 짖고 3마리~5마리 정도의 소를 키웠다. 새벽5시가 되면 소들의 기상과 아침식사가 시작된다. 엄마는 새벽5시가 되면 일어나셔서 가장먼저 소들을 챙기셨다. 밤새 잘 잘잤는지 ,소들의 몸에 이상이 없는지 살피셨다.
새벽 6시 정도에 집안으로 다시 돌아오셨다. 3남매가 먹을 아침과 도시락을 챙기시고 아직도 따뜻한 아랫목에서 자고 있는 남편의 밥상을 준비하셨다.
어릴때 아침메뉴가 거의 누릉지 였는데 시골에 살았던 지라 신선한 야채 반찬은 참 다양했다. 아침부터 느끼한 오므라이스가 먹고 싶었지만 엄마가 힘드실까봐 한번도 밥투정을 해본적이 없다.
엄마는 자신의 시간과 여유를 가져볼 틈도 없이 논과 밭의 농사일로 저녁6시 정도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오셨다. 오후에 학교를 하원하고 돌아오면 엄마는 늘 논이나 밭에서 일을 하고 계셨다.
지금의 나는 따뜻한 아파트에 살면서 아이들을 챙기고 가족을 보살핀다. 그리고 우리 아빠와는 다르게 성실한 남편을 만나 평범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고 어느정도 성장하고 난 후 절실히 깨달았던 점이 있다. 물론 내가 어렸을 때에도 엄마가 고생하시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그런 노력과 수고가 엄마의 인생을 송두리째 내어놓아야 했던 '희생' 이었단건 몰랐다.
엄마는 일찍 일어나고 늦게 주무셔도 피곤하지 않으실거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당신의 남편과 아이들에게 맛있는 반찬을 양보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당신의 남편에게 한마디 불평불만을 하지않아도 괜찮으실거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늘 일만 하셔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예쁘게 꾸미고 외출하지 않아도 괜찮으실 거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꿈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랬다. 엄마는 모든게 괜찮다고 생각한 나의 생각은 대단한 오만과 착각이었다.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알게 되었다. 나의 친정엄마의 일생에 자신은 없었다. 자신의 꿈. 바램. 희망. 기대. 모든걸 저버리고 가족에게 희생하셨다. 당신의 몸과 마음을 모두 내어놓아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하고, 지금의 우리 가족을 온전케 하셨다.
올해 친정 엄마는 칠순이 되셨다. 당신의 남편을 1년 전에 먼저 하늘나라에 보내셨다. 그리고 평생동안 해보지 못했던 아침 늦잠을 주무신다고 한다. (그래봐야 오전 7시다)
지금 남은건 아픈 몸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엄마는 자신의 사업을 일구시고 있다. 당신보다 10살 어린 남동생에게 대부분을 맡기시긴 하지만 여전히 사장님 소리를 들으신다.
"엄마, 지금이라도 조금 편하게 사시면 않되요?"
"편안하게 살면 머하겠니, 날마다 잠이나 자는 뒷방 노인신세나 되지."
"뒷방 노인신세가 어때서요. 몸관리도 하시면서 편하게 사셔도 되잖아요."
"가만히 쉰다고 마음까지 편한 건 아니란다. 평생을 일을 하며 살다보니 가만히 있는것도 사실을 좀 힘들더라. 누워만 있으면서 너희에게 용돈이나 구걸하는 우울한 노인은 되고 싶진 않다. 엄마에게 주어진 시간동안 엄마는 너희에게 남겨 줄 수 있는 모든건 남겨주고 싶어."
"엄마....."
평생을 일만 하셔서 몸에 베어 버린 습관 때문에 가만히 있는것도 힘드시다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이 왈칵 쏫아졌다. 엄마의 '희생'은 내가 엄마가 되어 경험했던 나의'희생'과 감히 비교 할 수가 없다는 걸 안다.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엄마. 오래오래 저희옆에 계셔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