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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봉우리

찰스 밍거스 1922.4.22 – 1979.1.5

by 황세헌

언젠가는 한번 올라서고 싶은 산이었다. 머나먼 히말라야 봉우리 같은 산. 찰스 밍거스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역시나 쉽지 않았다. 첫 발자국을 내딛자마자 절망적이었다. <Pithecanthropus Erectus>는 도저히 맨정신으로 들을 수 없었다. 영한 사전을 뒤져 ‘직립 원인’이라는 뜻을 헤아리는 동안 고통의 시간은 흘러만 갔다. 관악기들이 쏟아내는 음의 홍수에 귀가 얼얼했다. 그가 듀크 엘링턴의 빅밴드로부터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은 일찍이 알았으나, 그는 지킬 박사가 아닌 하이드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일찌감치 발길을 돌려 하산했다.


Bettmann/Bettmann Archive


그나마 나중에 그와 친숙해진 곡이 'Mingus Ah Um' 앨범에 실린 <Goodbye Pork Pie Hat>이다. 이 곡은 조니 미첼(Joni Mitchell)의 보컬 곡으로도 유명하다. 찰스가 사망한 해에 그녀가 가사를 붙여 자신의 앨범에 수록한 것이다. 포크파이 모자의 주인공은 찰스가 존경했던 레스터 영(Lester Young)이다. 선배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곡은 결국 그 자신에게도 돌아갔다.


에릭 돌피와 열정적으로 투어를 다닌 1964년은 진정 기억할 만한 해이다. 그야말로 활화산처럼 뜨거웠던 시절이다. 그 발자취가 음반으로 발매된 건 불과 수년 전이다. 그 생생한 현장의 유물은 <So Long Eric>과 <Fables of Faubus> 같은 곡으로 남았다.

찰스와 에릭은 다양한 시점에서 대상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익숙한 지형을 새로운 관점으로 흐트러뜨렸다. 그들이 도달하고자 한 곳은 어디였을까? 그들은 재즈의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또 하나의 봉우리를 오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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