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영원 무한의 시공간에 파묻힌 하나의 점, 지구를 보금자리 삼아 살아가고 있다. 모든 인간사는, 우주적 입장과 관점에서 바라볼 때 중요하기는커녕 지극히 하찮고 자질구레하기까지 하다.'
'우리의 존재가 무한한 공간 속의 한 점이라면,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찰나의 순간밖에 차지하지 못한다.
'아주 단순한 단세포 생물마저도 가장 정교하다는 회중시계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온 세상을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우는 생명 현상의 다양성 그리고 그 생명 현상들 배후에 숨겨진 복잡 미묘함을 마주할 때마다 사람들은 깊은 외경의 감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생물학은 물리학보다 역사학에 가깝다. 현재를 이해하려면 과거를 잘 알아야 하고, 그것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알아야만 한다.. (중략).. 그러나 생물학과 역사학은 공통된 교훈을 가르쳐 준다. 그것은 타자를 이해함으로써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분도 있겠지만 이미 이 책을 완독 했던 분들도 아마 다른 문장들에 감동했을 만한 영원한 스테디셀러, 칼세이건의 '코스모스'.
위의 글 만으로는 흡사 철학책 또는 문학책을 떠올리게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딱딱한 전공 서적을 예상했다가 뿜어 내는 반전 매력에 얻어맞은 듯 혼란을 일으켰던 이 책은 다시 펼칠 때마다 숨은 발견을 거듭하게 한다.
실제로 우주의 실체에 대해 끊임없이 의구심을 가졌던 인류의 발자취가 메인 흐름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 인생 철학과 아름답고 수려한 문장들을 만나게 되는 책.
자연에 대한 경외심으로 출발한 이 책은 결국 나의 현주소에 대한 물음으로 귀결되었다.
우리는 오랜 세월 교육과 학습, 경험을 통해 나 중심적 세계관에서 벗어나며 넓은 시야를 획득하게 된다. 내 그릇이 다양성을 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법.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자아 탐구가 타인 이해에 보다 선행되어야 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다양성에 대한 포용의 태도가 비로소 삼라만상을 신의 주관 영역에서 예측가능한 수학, 과학 영역으로 끄집어내는 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고대에서조차 이 과정에서 기득권의 권위나 편견은 늘 걸림돌이 되어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칼 세이건이 언급한 '해가 진다, 해가 뜬다'는 일상 표현에 조차 남아있는 '지구중심적 우주관'에서, 코스모스 차원에서는 일개 티끌일 뿐인 인간이 벌이는 환경 훼손문제에 대해서도 다시금 겸허함을 갖게 된다. 이 부분에선 (호모데우스)에서 전지전능해진 인간의 기술개발에 대한 맹신을 경고한 '유발하라리'의 메시지가 오버랩되기도..
이 책을 단순 과학정보책으로 오인했던 나는 모든 학문의 출발이 철학이듯, 나보다 먼저 시대를 살아간 현인의 철학지침서를 만난 듯했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흔히들 입을 모아 이 책을 '인생책'으로 꼽는 이유를 이제 조금은 알 법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