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동 베르사유 -Limited Edition-
2024년 파리 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이다. 우리 나라 선수를 응원하며, 곧 다가올 8월 15일 독립기념일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사격, 양궁, 펜싱, 베드민턴 유도까지...... 기술이 필요하고 분석이 필요하여 잘 사는 나라만 우승할 수 있다는 종목에 우리나라가 이제는 메달을 딸 수 있게 되었다. 국뽕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이 시기가 참 좋다. 누군가는 나라를 위해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4년 동안 최선을 다하는 반면, 누구는 4년 동안 아낀 돈을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들을 현장에서 응원하기 위해 쓴다. 또, 누군가는 시차 때문에 잠도 자지 않고 끓는 피에 목이 터져라 응원하기도 한다.
이번 올림픽은 패션의 도시, 세계 유행의 시작인 곳, 그리고 자유, 평등, 박애의 상징인 곳, 똘레랑스를 최우선으로 하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다. 선수들의 메달은 쇼메에서 디자인 및 제조를 했고, 메달함은 루이비통에서 디자인 및 제조를 하는 등, 프랑스 대표 럭셔리 브랜드가 솔선수범하여 국가를 대표했다.
잠시 이 브랜드에 대해 설명하자면, 쇼메는 1780년 마리 앙투아네트 전속 보석상이 프랑스 혁명 이전까지 귀족에게 보석을 판매하던 Marie-Etiene Nitot라는 사람부터 시작한다. 여러 가지 소문이 있는데, 니토가 나폴레옹의 목숨을 구한 것은 분명하다. 제일 신뢰가 가는 이야기는 추위와 굼주림에 떨고 있는 한 청년을 집으로 데려가 먹을 것과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했고, 이 청년은 여기서 다시 힘을 내어 자기의 갈 길을 간다. 그리고 성공해서는 본인의 왕관의 제작을 니토에게 부탁한다. 그 청년이 나폴레옹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니토는 보석상을 유지하다 1815년 나폴레옹 정권이 막을 내림과 동시에 보석상을 매각한다. 그러나 니토의 보석상이었던 이 브랜드는 여전히 프랑스 상류사회에서 유행하였고, 1885년 Chaumet로 브랜드명을 개편한다. 그리고 그 명망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이런 스토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성인이 되고 나서 첫 반지와 목걸이를 Chaumet의 Bee my love 로 선물을 받았다. 수많은 명화에서 벌은 나폴레옹을 상징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여자들이 좋아하는 3대 럭셔리 브랜드 에-루-샤 중 루를 담당하는 루이비통은 손재주 많은 사람의 이름이다. 당시 귀족들은 여행할 때 짐을 싸는 일군을 두었는데, Louis Vitton은 많은 양의 짐을 컴팩트 하면서도 단정하게 팩킹하는 기술로 입소문이 났고, 마침내 프랑스 왕실의 황후 외제니 드 몽티조의 전담 패커가 된다. 뿐만 아니라 외제니의 후원을 받아 포장 회사까지 개업한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모양의 사각형 구조의 트렁크가 이때 나온 것이다. 가방을 하나하나씩 쌓아 올릴 수 있도록 평평하게 만든 것이다. 이후 자손들은 상술이 좋았다. 샹젤리제 거리에 세계에서 가장 큰 7층 짜리 여행 제품 매장을 만들고, 프랑스를 비롯하여 전세계에 매장을 여는 등 후손들의 비지니스 실력은 탁월했다. 1987년 재정적 위기와 복잡한 지분 싸움으로 LVMH의 일원이 되었지만 아주 오랫동안 설립자부터 그 후손들까지 가업으로 물려받던 기업이었다. 실은 설립자 Louis Vitton의 생일이 나와 같다. 그래서 왠지 더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brand이다.
각설하고, 이 명품 브랜드 사이에 삼성은 선수들에게 공짜로 갤럭시를 선물했고, 참여한 북한 선수들 마저도 갤럭시로 셀카를 찍는 모습을 연출하여 나에게 국뽕을 물들게 했다. 비록 오륜기를 거꾸로 달고, 남한을 북한으로 소개하는 등 실수 투성이와 괴이한 개막식 장면을 연출했지만. 똘레랑스를 강조하는 프랑스 사회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이 말은 프랑스가 엉터리 같다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생각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안일해서 그들이 이런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잘하려고 하다 보니 이런 실수를 했다는 그들의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래서,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하게 된다.
말이 많았던 어느 복싱 선수의 금메달도 올림픽이니까, 프랑스니까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염색체가 XY인 "여성"인 알제리 선수의 여자 복싱에서 금메달을 인정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말이 많았다. 사람의 성별을 생물학적으로는 Sex, 사회 및 역할적으로는 Gender라고 한다. 알제리는 이슬람 국가이다. 이슬람 국가는 아직 일부 다처제를 시행하며 여성의 인권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그렇게 여성이라는 gender로 살아온 선수가 화합과 평화의 장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본다. 여자도 국민의 일원으로 국위선향을 할 수 있다는 아주 쉽고 당연한 논리를 여성을 억압하는 이슬람 국가에 보여주는 메세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여성의 가능성과 인권이 신장할 수 있는 생각을 전환할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만약 이 선수가 프로로서 챔피온쉽 같은 대회에 참석했다면 탈락이 당연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올림픽이기 때문에 화합과 평화라는 전쟁도 멈춰야 할 쿠베르탱의 정신을 생각한다면, 이 이슬람 출신 알제리 선수의 sex 보다는 그녀가 평생 여성으로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gender를 우선시 하는게 맞다.
프랑스 올림픽이 설왕설래를 극복하고 사람들에게 관심이 되는 것은 역사적 명소 곳곳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이다. 에펠탑이 보이고, 개선문이 보이며, 그랑 팔레 미술관이 배경이 된다. 앵발리드의 반짝 거림과 라 콩코드의 광활함에 경기장만 구경하는 재미만 해도 마치 프랑스 전체를 다 여행한 기분이 든다. 그 중 승마는 베르사유 궁전에서 경기를 치룬다고 하니 말만 들어도 기대되는 종목이 되었다.
베르사유 궁전은 프랑스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원래는 사냥터 이지만, 1682년 태양왕 루이 14세가 거주함으로써 권력의 원천지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화려한 정원과 현재 국립박물관으로 활용되며 1979년에는 프랑스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하였다. 베르사유 궁전이 세워지던 비슷한 시기에 한 양초상이 있었다. 1643년 Claude Trudon은 파리에서 향신료와 양초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1719년에는 유일한 양초 제조 및 판매상이 된다. 그의 자손인 Jerome Trudon은 흰색 밀랍 양초를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안정적으로 양초를 생산하고 1881년에는 프랑스 제국 법원의 향초를 공급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오랫동안 프랑스의 양초를 제작하는 기업 트루동은 2017년 들어 향수까지 만들게 되며 2018년에는 사회적 환원으로써 꿀벌 보호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2019년에는 프랑스 노르방디 지방의 살아있는 유산으로 지정되어 트루동의 전통성은 인정받게 된다.
트루동은 명실상부, 프랑스의 하이엔드 향수 및 향초 브랜드이다. 루이 14세와 나폴레옹 1세 등의 왕실에 공급 업체로 지정되어 상류 사회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온 전통있는 기업이다. 이 트루동에서 디퓨져를 내어 놓았다. 2024년 프랑스 파리 올림픽을 기념한 limited edition으로 프랑스의 상징인 베르사유의 궁전을 향으로 이미지 했다고 한다. 디퓨져의 향은 전혀 인공적이지 않다. 숲속의 상쾌한 냄새와 작약의 은은한 향이 합쳐져 프랑스의 자유, 평등, 박애를 그대로 표현한 꽃향기 가득하면서도 나무와 풀의 냄새가 조화를 이룬다. 집 한 가운데 두니, 집안에서 산림욕을 하는 기분마져도 드는 그런 향이다.
혹시, 더운 여름과 괴팍하게 내리는 비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 있다면, 주 생활공간에 트루동의 베르사유를 디퓨져로 혹은 향초로 사용할 것을 권한다.
이어서 하는 패러랠올림픽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저도 올림픽보다 더 열심히 챙겨 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