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위한 여행이 아닌, 잘 돌아오기위한 여행
고통은 수시로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 되고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는 데 그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 한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 나기 위해서다. 잠깐 머무는 호텔에서 우리는 슬픔을 몽땅 흡수 한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잘 정리되어 있으며, 설령 어질러진다 해도 떠나면 그만이다. 호텔에서는 언제나 삶이 리셋되는 기분이다.
김영하 <여행의 이유>
그것은 조금의 멈춤도 허용하지 않는, 오직 변화할 뿐인 하늘이었다. 붉은색인가 싶으면 푸른색이었고, 여기까지인가 싶으면 무한히 뻗어나갔다. 하늘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 시야는 더 넓어졌다. 그는 자신의 시야가 이토록 광대한가 싶어 놀랐다. 그건 공간적인 광대함만은 아니었다. 고비사막에서 보는 하늘에는 시간적인 광대함도 담겨 있었다. 밤이 되자 어둠속에서 고대의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선사시대 혹은 아직 인간이 지구에 나타나기 이전의 원시적인 하늘, 별들만이 가득한 하늘, 광활하게 펼쳐진 공간처럼 시간역시 계속 뻗어나갔다. 과거로, 더 먼 과거로, 시간이 시작되던 그 순간까지. 그렇게 시간은 쌓이고 또 쌓여 한없이 깊어졌다.
김연수 <이토록 평범한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