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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폐 Apr 26. 2023

길냥이와 반려견

산골 일기

길냥이 알로

어느 날, 길냥이 이야기에 꼬리를 물고 어느 집 반려견 이야기를 듣게 됐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을 얻으러 왔을 때만 해도 농로 위로 살림집이 한 채 있고 나머지 곧 집 위쪽으로는 모두 밭이었다.

그러나 그 밭의 반이 팔리고 그곳에 집이 들어서면서 마을이 이루어졌다.

처음 지은 집은 2층 집으로 주인 되는 분들은 목사직 소임을 하시다가 정년 퇴임을 하신 어르신 내외분과 동서 관계의 어르신 내외분이고, 그다음 집도 2층 집인데 지어서 팔 생각으로 지었지만 생각만큼 금방 팔리지 않는 가운데, 팔 생각으로 지었지만 정성을 듬뿍 넣어 지은 세 번째 단층집이 완성되었고 금방 임자를 만나 주인을 맞았다. 군의 몇 면에서 면장 소임을 하시다 정년퇴임한 분 내외고, 네 번째 집은 주인 될 분이 요리를 하는 아내를 위한 공간으로 직접 설계하고 형편에 따라 조금씩 정성껏 지어 들어가는 동안 두 번째 집이 팔렸다. 주인은, 아내는 일러스트레이터로 바쁘고 남편은 자신의 성향과 취미에 맞는 일을 잘 찾아 사는, 산골 살이하는 사람치곤 젊은 신혼부부다.




사람 세상 복(福) 가운데는 이웃 복이 제일 크다는데, 연령이나 직업, 취미나 성향 종교도 저마다 다른 마을 사람들은 서로가 이웃복이 있다고 할 만큼 사이좋게 지낸다.

특별한 음식을 하면 먹으러 오라 하기도 하고, 나눠주기도 하고 차를 마시러 오라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서로 의논하고 자문을 구하기도 하면서 몇 년 동안 한 번도 얼굴 붉히는 일은 없을 정도로 잘 지낸다.


여름에는 풀, 겨울엔 눈을 치우는 일도 먼저 솔선수범하는 어르신들이 계시니 한편 죄송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더 크게 드니 인사라도 잘해야겠다는 마음들이다.

겨울엔 눈이 올 때마다 눈을 치우느라 누구는 송풍기를 누구는 눈삽을 들고 길 위에서 서로 말없는 가운데, 눈을 치우는 사람들끼리의 공감을 나눠 오다가 동짓날 팥죽을 쒀서 나눠먹고 차 한 잔 하면서 한담(閑談)을 나누다가, 마을을 순찰 돌 듯 돌아다니는 길냥이들을 위해 사료를 사서 몇 년째 밥을 주는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듣던 이웃 님은 목사님으로부터 들은 어느 집 개이야기를 다.

이웃은 전직 목사님과 같은 교회를 다니기에 사담(私談)을 나누기도 하는데 어느 날 들은 이야기에 웃음이 빵 터졌다는 것.


사연은 이러했다.

전직 목사님이 어느 성도 집에 신방을 갔는데, 반려견이 신발을 신고 있더란다. 하여 목사님 曰, "개는 자연에 최적화된 동물인데 웬 신발인가?" 하셨단다.

그다음에 그 성도댁에 가니 개가 보이지 않더란다. 하여   "개가 안 보이네요." 했더니 "개학교에 보냈어요."

개학교가 있다는 말에 놀라고 기가 막히다는 듯, 

"세상에 개학교가 있습디다."

그런그다음 소식은 한 술 더 뜨더라는 것. 성도는 개학교 선생님이 개를 데리고 갈 때 수고한다며 주머니에 봉투(?)를 넣어줬는데, 학교에서 돌아온 개가 목걸이를 하고 있어보니 '반장'이라고 쓰여있더라는 것.

그 성도댁 반려견이 개학교의 개반장이 되어 온 것이란다.


그날 그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듣던 우리들은 모두 목사님의 표정을 상상하며 그저 한바탕 웃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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