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TV를 보거나 SNS를 하다 보면 "뉴런 공유"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요. 처음엔 뭔 소리인가 했죠. 뉴런이라니, 과학자들이나 의사들이 쓰는 단어 아닌가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그냥 사람들끼리 “우리 통하는 것 같아!”를 세련되게 표현하는 말이더라고요. 딱 그 순간, 10년 차 전업주부인 제가 이런 신조어를 알아듣고 있는 스스로에게 깜짝 놀랐습니다. 나 아직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았구나, 하고 말이죠.
솔직히 말해볼까요? 집에서 아이들 뒷바라지하고 남편 밥 챙기고, 청소하고 빨래하다 보면 내가 도대체 누구랑 뉴런을 공유해야 하는지 감도 안 올 때가 많아요. 집에서 제일 많이 대화하는 대상은 청소기와 세탁기인데, 이 녀석들이랑 무슨 뉴런을 공유하겠어요? 그래도 가끔 TV를 보다가 예능 속 사람들끼리 티격태격하다가도 뭔가 찰떡같이 통하는 모습을 보면 '아, 저게 바로 뉴런 공유구나' 하고 느끼게 돼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주부로서도 우리만의 "뉴런 공유" 순간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뭐 해 먹지?’라고 생각하는데, 딱 그 타이밍에 남편이 “오늘 저녁엔 된장찌개 어때?”라고 말하면 어머, 뉴런이 통했다! 뭔가 나의 뇌파와 그의 뇌파가 한데 모여서 우리 둘만의 된장찌개 뉴런을 만들어낸 거죠. 물론, 된장찌개 하나로 이심전심을 말하는 게 웃길 수 있지만, 이런 순간들이 생활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주거든요.
ㅣ출처 픽사베이
아이들과도 뉴런 공유가 일어나는 순간이 있어요. 특히나 요즘 초등학교 다니는 둘째가 “엄마, 뉴런 공유한다는 말 알아?”라고 묻는 걸 보면서 헉했죠. 이 녀석이 벌써 이런 말을 하다니! 세대 차이는 느끼지만, 그런 말을 나와 함께 나누는 순간 뉴런이 살짝 통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사실 저는 뉴런보다 탄수화물 공유가 더 친숙하긴 해요. 아이가 빵 한 조각 들고 와서 나눠 먹자고 하면, '그래, 우리 이걸로 서로의 에너지를 공유하자'라는 마음으로 웃으며 먹곤 하죠.
그래서 말인데요, 전업주부도 뉴런 공유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싶습니다. 저희의 뉴런은 한정식 레시피에서부터 아이들 학부모 모임 정보까지, 그리고 오늘 쓸려니 보니 어딘가 사라져 버린 양말 한 짝까지 다양한 주제에 맞춰진 특별한 뉴런입니다. 우리끼리 통할 때 느껴지는 그 알 수 없는 ‘통함’의 기운. 때론 대단한 일이 아니라도 이심전심처럼 서로 이해하고 맞춰가는 순간들이 참 소중하게 느껴져요.
결국 뉴런을 공유한다는 건 서로의 삶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는 그 순간을 멋지게 포장한 말일뿐이에요. 그렇다면 전업주부들도 매일매일 소소한 일상 속에서 가족들과, 친구들과 끊임없이 뉴런을 공유하고 있다는 말이죠. 그걸 깨닫는 순간, 마치 내가 최신 유행어를 쓸 줄 아는 트렌디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거 있죠?
이쯤 되면 저도 뉴런 공유 마스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남편이랑은 된장찌개 뉴런, 아이들과는 빵 뉴런, 그리고 친구들이랑은 마트 세일 정보 뉴런을 공유하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