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자랑의 중심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기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들끼리 자연스럽게 모임이 생긴다. 유치원이나 학교, 혹은 학원에서 만난 부모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가장 자주 오가는 질문은 바로 “어디 출신이세요?”라는 것이다. 처음엔 이 질문이 그저 아이들 이야기로 시작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부모들 학벌 자랑 대회가 되어버린 걸 깨닫게 되었다.
나도 처음엔 이런 분위기가 생소했다. “Sky는 집에서 멀어서 안 갔고, 스탠퍼드는 이름을 몰라서 못 갔습니다”라고 농담을 던지고 싶었지만, 눈앞에서 자랑스러워하는 부모들의 표정을 보고는 차마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자식 자랑도 서슴지 않았는데, 자녀가 명문 대학에 합격한 이야기는 동네 잔치의 주제거리였다. 하지만 난 정작 내 출신 학교를 이야기할 때마다 조금씩 자존심이 상해갔다.
“우리 큰 아이 서울대 지원 준비 중이에요.”라고 말하는 한 엄마의 말에, 내 속이 갑자기 쓰라려졌다. 나는 그냥 내 아이가 오늘 학교에서 무슨 점심을 먹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인데, 이제는 이런 대화가 오가는 모임에 가는 게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결국, 나도 그들의 대화에 맞춰 학력과 학벌을 주제로 한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고 한 발짝 물러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자꾸 비교하게 되는 걸까? 그들의 자랑 앞에서 왜 자꾸 나 자신을 작게 느끼게 되는 걸까? 사실 나도 꽤 괜찮은 학교를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모임에선 그저 '그 정도면 무난하지' 수준으로 치부되고 있었다. 이쯤 되면, 나는 아이와의 대화보다도 부모들과의 대화에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질문이 나에게도 돌아왔다. “그쪽은 어디 나오셨어요?”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무슨 말로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나도 모르게 농담이 튀어나왔다. “Sky는 집에서 너무 멀어서 안 갔고, 스탠퍼드는 이름을 몰라서 못 갔어요.” 예상치 못한 대답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학벌 자랑이나 다른 사람의 성공을 들을 때마다 괜히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사실 그들이 어디를 나왔건, 자녀가 어디에 다니건, 나에게 중요한 건 내 삶과 내 아이의 행복이었다. 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과도하게 신경 쓸 필요도, 비교할 필요도 없었다.
그 뒤로 나는 학부모 모임에서 조금 더 편안하게 대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자랑을 할 때도, 이제는 '그냥 그들만의 즐거움이겠지'라고 생각하며 웃어넘길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농담은 그 자리에서 전설이 되었고, 이후로도 종종 그들이 무언가를 자랑하려 할 때면 "그럼 이번엔 우리 농담 한 번 더 해볼까요?"라고 웃으며 덧붙이곤 했다.
결국, 내가 배운 건 단순했다. 명문 학교 출신이든 아니든, 중요한 건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것이다. 남의 자랑에 기죽지 않고, 내 아이가 자랑스럽게 잘 자라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면서 오늘도 나는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Sky가 멀고 스탠퍼드를 몰랐던 나의 삶도 꽤 괜찮은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