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FP 동생 이야기 #11
보고싶은 아빠,
어디에도 안 계신 내 아빠.
아빠의 올해 생신이 지나갔다.
작년 아빠의 생신엔 카톡을 보냈던가? 통화를 했던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저 매년 돌아오는 아빠의 생신이라고 생각했기에.
올해 여름에는 아빠와 엄마가 이곳에 오셔서 유럽을 돌며 가족 여행을 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올해 아빠 생신을 이곳에서 함께 즐겁게 보내면 되지라며
작년 생신은 그냥 적당히 넘어갔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의미 없어진 아빠의 태어난 날.
나는 아빠에게 짠- 하고 보여드리는 걸 좋아했다.
나름으로 사회를 겪으며
다른 사람이 나에게 생긴 좋은 일에 속으로 찝찝한 마음 하나 없이 순도 100퍼센트로 기뻐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기에 아빠는 내 자랑의 안전망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을 극도로 조심했지만
내 자랑도
내 아이의 자랑도
아빠에게만은 경계심 하나 없는 마음으로 이야기했고
아빠는 늘 웃음을 지으며 나보다도 더 기뻐해주셨다.
쓰고 보니 뻔한 부모 자식간의 관계 같지만,
나는 어떤 사소한 일이든지,
심지어 좁은 자리에 주차를 해내는 일 같이 사소한 일 까지도,
내가 이렇게 해냈어요!
라고 자랑하고 생색내면
아무리 작은 일에도 단 한 번도
그게 뭐 별거냐 라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아이고 너 참 대단하다
너니까 이렇게 잘해냈구나
라고 하는 아빠가 좋았다.
올해에 자랑할 일을 많이 만들려고 했는데
내 모습도
낯선 나라에 적응을 해낸 내 아이의 모습도
아빠께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이 참 많았는데
내 잘한 일을 지켜봐 줄 아빠가 없으니
흥이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