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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포도 Apr 07. 2023

고전의 문장과 같은 산행을 꿈꿉니다.

제게는 이루기 힘든 꿈이 있습니다.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을 모두 읽는 것입니다.

불투명한 경계에 모두라는 욕심까지 부렸으니, 극강의 모순입니다.


허영이 글을 맞이할 때마다 그 자리에 주저앉습니다.

낯선 지명과 이질적인 이름과 매끄럽지 못한 번역 탓을 합니다.


아름다운 꿈을 꾼 지 30년이 지나갑니다.

"과연 이번 생애에 얼마만큼 읽을 수 있을까?"

생각이 바뀐 만큼 철이 들었나 봅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 봅니다.

"고전은 왜 이렇게 무겁게 느껴질까?" 

"읽는 데 왜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릴까?"

"독서량이 부족해서일까?"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해서일까?"


많은 고민 끝에 


"고전의 문장들은 가장 가치 있는 문장을 위해서 나머지 글들을 꾸미거나 소모하지 않는다."


소박한 저만의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소설가 김훈 님이 "봄이 오면 꽃은 핀다"와 "봄이 오면 꽃이 핀다."라는 문장을 두고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글자하나하나에 힘과 용기를 불어넣을 만큼의 재능이 제게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글들을 제대로 보고 읽을 수만 있어도 좋겠습니다.







함산이란 함께 산행을 즐긴다는 뜻을 지닌 단어입니다.

"여럿이 함께"는 어감과 뜻과 가치가 완벽한 다섯 글자입니다.


실제의 산행은 전혀 다른 모습을 지닙니다.

함께 걷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홀로 걷는 것입니다.

함산이란 "같은 산에 있다"로 의미가 변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빛나는 것이 아니라, 시선은 등력이 뛰어난 한 사람으로 집중됩니다.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사랑과 찬사는 오만이 되고, 질문과 의문은 불만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사람의 마음도 고전의 문장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스며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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