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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씨 Feb 09. 2023

#8 내 천직이다, 이걸 깨닫기까지

충격의 수습기간 연장 이후 매일 12시간 넘는 시간을 개발만 했다. 그때를 돌아보면 인생의 목표가 그거 하나인 것처럼 정말 미쳐 살았던 것 같다. 실력을 올리고 싶은 욕구가 극에 달해있었고 그 실력을 너무나도 인정받고 싶었다.






2개월 차 전체 디자인 개편을 맡게 되었다.


사실 나는 한 때 포토샵과 애펙을 배우러 다닌 적도 있었고 영상 만들 때 시간을 다 잡아먹었던 게 변태같이 민감한 디테일 때문이었는데 이런 부분들이 운 좋게 디자인 개편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2n년간 다져온 디자인 감각을 모두 발동시켜 한 땀 한 땀 개발하고 있었는데 대표님께서 전 달처럼 경과를 확인하러 오셨다. 떨렸다.


잘하고 있냐고 물으셨고 개발하고 있던 화면들을 보여드렸다.


오~ 잘했다!
이런 거 잘하는구나?
소질 있네.


대표님을 원망했던 마음이 무색하게 그 말이 너무나 고맙고 또 감사했다. 그간 들었던 100마디 위로의 말보다 그때 들은 칭찬 한 마디가 훨씬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집 가서 그 20초 남짓되던 시간을 얼마나 많이 되새겼는지 저 멘트와 말투가 선명하게 기억날 정도다. 그렇게 칭찬을 듣고는 당근을 받아 든 당나귀마냥 더 열심히 달렸다.


두 째달이 끝날 때 대표님과 CTO님께서 날 회의실로 부르셨다.


솔직히 처음 왔을 땐 어떡하지 싶었는데 지금은 잘하는 것 같더라. 수습기간은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자. 하셨다.






그 후로도 나의 5개월은 개발 빼면 시체처럼 살았다. 이게 과장 같아 보일 수도 있는데 일어나서부터 회사 가는 동안, 일하는 동안, 막차 타고 퇴근하는 동안, 잠드는 시간까지 그 문제 어떻게 해결할지 그 컴포넌트 어떻게 만들지 생각만 하며 살았다. 밥 먹으면서도 가만히 머릿속으로 생각할 때가 많았다.


아마 잠이 들어서도 생각했을 거라 내 꿈 제작소에서는 유니콘 필요 없이 개발환경 화면 공유만 하면 됐을 거다.


인사이드 아웃의 꿈 제작소


근데 놀랍게 정신적으로 힘들지가 않았다. 매일 맞닥뜨린 문제들을 어떻게 풀지 궁금하고 기대되고 설렜다. 그리고 웃으며 생각했다.


이거 내 천직이다.


그렇게 나의 고난과 역경, 성장과 뿌듯함이 동반된 5개월의 인턴생활이 끝이 났다. 아래는 그때 인턴을 마치고 썼던 회고록이다.



1학년, 2점 대 중반이었던 내 성적은 결국 3점 후반대로 막을 내렸다. 재수강한 전공과목들은 대부분 최고 점수를 받았고 엄청난 학점은 아니지만 나름 뿌듯한 점수로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나의 진로 찾기 여정이 끝이 났다.


사실 저렇게 열심히 인턴생활을 했다고 해서 내가 바로 개발자라고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는 개발자는 퇴사 이후 해가 두 번 바뀐 지금에서야 얘기할 수 있게 된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개발자에 대한 얘기는 차차 하도록 하고, 다음엔 마지막으로 이 시리즈를 쓰면서 든 생각과 느낀 점들을 에필로그로 가져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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