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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니 Aug 07. 2023

삶 (달리기)

업과 연결된 천성


《장거리 달리기에 있어서 이겨내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거의 자신이다》


위대한 사람은 당신 자신의 가장 위대한 버전일 뿐이며 그건 꽤 괜찮은 사람이다 결국 나만이 나를 인정할 수 있고 최고의 인생은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면서 달리기를 매일 계속할 수는 없다》


하루키는 달리기를 하면서 담배를 단번에 끊었을까? 나는 달리기를 시작한 후에 담배를 피운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나는 기본적으로 담배 끊는 사람이 독한 사람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목적이 생기거나 자신의 몸을 아끼게 되면 금연 같은 것은 자연스럽게 된다는 것을 나는 알기 때문이다



《타인으로부터의 고립과 단절은 병에서 새어 나온 산처럼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사람의 마음을 갉아먹고 녹여버린다 그것은 예리한 양날의 검과 같은 것이다 나는 신체를 끊임없이 물리적으로 움직여 나감으로써, 어떤 경우에는 극한으로까지 몰아감으로써, 내면에 안고 있는 고립과 단절의 느낌을 치유하고 객관화해 나가야 했던 것이다 의도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직감적으로》



1년 동안 몰입하던 시절 나는 수많은 것들을 차단했지만 달리기 만큼은 힘들어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달리기 하는 시간이 내가 와부세계와 접촉할 수 있고 체력과 정신력을 키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도 외로움을 별로 느끼지 못한 것은 달리기가 큰 몫을 차지했다 작년에 일기에 이런 글이 적혀있었다



22.4.21

"나는 달리기를 멈추는 순간부터 숨이 가빠 오르고 가슴이 저절로 펴지면서 패에 살짝 통증이 올 때 희열과 쾌감을 잠깐 동안 느낀다 이 잠깐의 시간을 위해서 나는 30분을 힘차게 달린다"



22.6.28

"오늘 달리기 하면서 느낀 점은 포기하고 싶을 때 스스로가 부정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분명 내가 끝까지 달릴 수 있다는 것을 수도 없이 확인했는데도 말이다 달리기 하다 힘들 때 긍정적이기가 정말 힘든 것 같다 하지만 가끔은 뜬금없이 힘이 생길 때가 있다 오늘 마지막 달리기 부분에서 속도를 더 냈는데 그럴 필요도 없었고 그런 힘이 남아 있지도 않았지만 굳이 그렇게 했다 어쩌면 훗날 나는 난관을 부딪쳐 포기하고 싶을 때 오늘 같은 힘든 달리기를 상기하며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직업적인 소설가가 된 이래 지금까지, 내가 몸소 절실하게 느껴온 것이 있다 건강한 것과 건강하지 못한 것들은 대극점이나 대립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고, 어떤 경우에는 서로를 자연스럽게 감싸 안을 수 있는 것이다》 



세상만물은 서로 대립하는 게 아니라 서로 보완하는 것이 이치고 이런 세상의 이치를 이해해야만 세상만물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다



역설논리학은 중국 및 인도의 사상, 헤라클레이토스의 철학의 지배적 요소였으며, 또한 이것이 변증법이라고 하는 헤겔과 마르크스의 철학이 되었다 그것은 우리는 같은 강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지만 우리는 같은 강에 있지 않고 그것은 우리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또한 우리가 아니다는 개념이다



노자는 "무게는 가벼움의 근원이고 고요함은 소란함의 지배자이다.

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도가 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했다



역설 논리학의 학자들은 인간 실재를 모순에 의해서만 인식할 수 있는 것이며, 사고에 의해서는 결코 궁극의 실재성, 합일성, 즉 유일과 그 자체를 인식할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살찌기 쉬운 체질로 태어났다는 것은 도리어 행운이었는지도 모른다 절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언가의 가치의 일부는 그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갖기 위해 우리가 절제하고 포기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생겨난다 그리고 이 원칙을 삶의 모든 영역에 대입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어쩌면 자기 절제가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타고난 재능은 행운이 아니라 때론 게으름이란 불행을 불러온다



《인생은 기본적으로 불공평한 것이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인생이란 짧게 보면 불공평하고 길게 보면 공평하다 우리는 발가벗은 채로 태어나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는 채로 묻힌다 찰리 채플린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길게 보면 코미디이다."



《신체가 나에게 허락하는 한 가령 꼬부랑 영감이 되어도 아마도 나는 개의치 않고 계속 달릴 것이다 전갈이 쏘는 것처럼, 매미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오래도록 한결같을 것은 모든 자기 계발의 제목이 되어야 한다 복리는 너무나도 강력하지만 쉽게 간과되고 있는 개념이다




《경향은 어느 정도까지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천성은 근본적으로 변경할 수는 없다》



자기에 대한 깨달음 없이는 발전도 있을 수 없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더라도 자신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그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실 성장은 배움과 동시에 잊는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자신을 읽는 것은 이미 배운 것을 배우지 않은 상태로 되돌리는 좋은 방법이다 우리가 그 둘을 다 할 수 있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의 의식이 미로인 것처럼 우리의 몸 역시 또 하나의 미로인 것이다 도처에 어둠이 있고, 도처에 사각이 있다 도처에 무언의 암시가 있고, 도처에 이중성이 기다리고 있다》



《가령 몇 살이 되어도 살아 있는 한, 나라고 하는 인간에 대해서 새로운 발견은 있는 것이다 발가벗고 거울 앞에 아무리 오랜 시간 바라보면서 서 있는다 해도 인간의 속까지는 비춰주지 않는다》 



우리는 평생 자신을 알아가는 일에 게을리해서는 안되지만 우리는 결코 자신을 다 알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알지만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완전히 알 수 없다 인간은 모든 생명과 사물에 의해 각기 다른 정체성과 기능을 가지기에 이런 논리대로라면 우리는 우리를 포함한 그 누구도 진짜로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계속 탐구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인간의 존재이유, 삶의 의미와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소중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보이지 않는다 그저 마음으로는 느낄 수 있고 가장 중요한 가치는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



우리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의 대다수는 측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법이다 바로 그때 사람들은 양적으로 쉽게 나타낼 수 있는 비교의 기준을 찾게 된다 본질에는 숫자가 없고 편리함이 없다 그래서 이름, 나이, 직업은 그 사람의 본질이 아니다 정체성, 생각이 나 경험, 가치관들이 본질에 더 가깝다



가끔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가? 어쩌다가 우리는 기업들이 우리에게 인간다운 삶을 최적화시켜 없애버리는 걸 무턱대고 그냥 받아들여 버렸을까? 이 강박적인 최적화는 우리를 여태껏 존재했던 인간들 중 가장 외로운 인간들로 만들어버렸다



어쩌면 우리의 효율은 우리의 행복과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편리함은 과정을 줄이는 일이고 행복은 과정을 즐기는 일이라면 과정을 줄이면 행복도 줄어드는 게 아닐까?



어쩌면 달리기는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를 비롯한 각종 편리한 교통수단이 있는 현대인에게 가장 편리하지 않는 행위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하루키가 세계적인 소설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성실한 러너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가 달리기에 할애한 시간과 정성은 결코 글쓰기에 뒤지지 않았다 



러너로써의 하루키는 소설가로서의 하루키에 비해 성적은 초라 하지만 두 정체성은 하루키에게 모두 중요하고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천성에 가깝고 기반이 되는 것은 소설가가 아니라 러너로써의 하루키일지도 모르겠다



하루키를 보면 여러 가지 "나" 가운데서 기반이 되는 "나"는 무엇이고  천성에 가까운 "나"는 무엇이며 서로 보완하는 "나"는 무엇인지 자신을 탐색하게 된다 사실 모두가 인정하는 "나"보다 나 자신이 인정하는 "나"가 무엇보다 관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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