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vel Work Experience
목요일 저녁, 딸은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 "나는 안 된데ㅠㅠ. 런던에 못 간데ㅠㅠ"
나:"무슨 소리야? 두서없이 이야기하지 말고 차근차근 이야기해 줄래?"
딸은 밥을 한 숟가락 입에 물고, 우물거리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딸:"엄마,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이 A-Level Work Expreience를 할 수 있는 변호사사무실에 대한 정보를 주셨어. 온라인으로 신청하는 건데, 런던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이야.
그런데, 그곳에 온라인으로 신청하려고 하니까, 자격조건이 있어. 그런데, 나는 안돼ㅠㅠ."
이야기의 골자는 영국의 런던에 있는 대형로펌회사에서 법을 전공하려고 하는 가난한 A-Level학생들에게 인턴쉽(Work Experience)의 기회를 줄 것이므로 온라인으로 신청서를 작성한 후,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자격조건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첫째, 영국에서 공립학교만 쭉 다녔던 학생 혹시라도 단 1년이라도 사립학교에 다녔다면 신청할 수 없음.
둘째,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금을 받은 학생. 다시 말하면, 기초생활수급자로서 학교에서 학용품이나 점심을 무료로 제공받아야 함. 그렇지 않았다면 신청할 수 없음.
셋째, 부모님들이 대학을 가지 않았을 것. 즉 한분이라도 대학을 졸업했다면 신청할 수 없음.
위의 3가지 경우 중에 하나라도 요건이 갖추어진다면, 신청서를 작성하여 인터쉽에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딸의 친구 중에 중류층에 속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부모님들께서 두 분 다 고등학교만 졸업하셔서,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딸은 너무 속상한지, 큰 눈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정말 가고 싶었는가 보다.
법을 전공하려는 딸에게 있어서 그것도 런던의 대형로펌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큰 이점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입학원서 씀에도 필요한 것이고ㅠㅠ.
영국의 A-level student는 7월에 자신이 대학에서 전공할 것과 관련된 경험을 현장에서 쌓아야 한다.
커리큘럼에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만 한다.
딸은 이미 2달 전부터, 시내에 있는 모든 로펌과 심지어 도청의 법원까지 전부 인터쉽을 하려고 C.V. 를 보내놓았는데, 한 군데도 성공하지 못했다.
로펌은 딸이 18세가 넘지 않아서 안 된다는 것이겠고, 도청의 법원에서는 개인정보 문제가 외부로 노출되면 안 되기 때문에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도청의 법원에서는 다른 업무라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줄 수는 있는데, 아직은 확실하지 않아서 일단은 대기자명단에 넣어놓겠다는 정도 외에는ㅠㅠ 가능성이 희박하다.
나는 속으로 "아니 애는 왜 법을 공부한다는 거야, 가뜩이나 학연과 인맥으로 이루어지는 변호사 세계에서 게다가 AI의 발달로 곧 없어질지도 모르는 직업과 전공을??? 차라리 의사를 해라. 기술을 익힐 수 있잖아!!!"
이런 말들이 우르르 튀어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억눌렀다.
영국의 대형로펌들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사회공헌에 이바지해야 하는 뭐 그런 것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 가난한 집 출신의 학생들을 위하여... 즉, 영국의 기초생활수급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국가의 정책과 지원 들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정쩡한 우리 딸과 같은 경우는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게 된다.
이는 마치 한국의 사회복지현장에서 복지사각지대 대상자들이 겪는 것과 아주 조금 비슷하다고나 할까?
어쩌면 자본주의에서는 부자던지 아니면 가난하던지, 둘 중에 하나의 계층에 속하는 것이 조금 더 편안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현재, 영국에서는 워킹클래스와 중산층이 하층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홈리스가 되거나, 푸드뱅크를 이용하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부자들은 전혀 아무 문제가 없고, 또한 가난한 자들은(기초생활수급자들은) 여전히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는 추세인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정확한 리서치는 안 했지만, 공신력이 있는 BBC 다큐멘터리와 시내에서 만났던 단체들의 관계자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알게 된 사실이다.
한국이었다면, 지인의 남편인 변호사사무소에 부탁하면 금방 해결될 것인데... 이곳에는 아무도 없다.
역시 자녀교육에서는 조부의 돈과,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인맥이 필요함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2달 전부터 딸은 본인힘으로 알아보겠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방법이 없다 보니까, 엄마에게 SOS를 쳤다.
그때부터, 나는 온라인을 뒤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시티즌어드바이저에서 혹시라도 자원봉사자를 뽑는지부터 시작해서, 여러 곳을 눈이 빠지도록 검색하고 다녔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곳들이 18세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들이 있었다.
영국은 Health and safety Policy가 굉장히 엄격한 곳이다.
만 18세 미만은 아동청소년에 속하기 때문에 법률적으로도 회사와 기업등이 관리감독하는 조항이 까다로울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회사와 조직들은 만 18세 이상을(이곳에서는 성인임) 자원봉사자와 인턴쉽의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닐까 싶다.
혹시 몰라 명문대를 나온 영국인 남편을 둔 지인에게 물었는데, 달리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다.
심지어, 자신의 아들도 워크익스피리언스도 자영업을 하는 친구의 가계에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결국, 딸은 나에게 법이 아니더라도 Communication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곳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고 해서, 나는 결국 가장 먼저 떠오른 전통과 덕망이 있는 Jarrods백화점을 가보기로 결정했다. 그곳이라면, 만 18세 이하의 학생들을 위한 인턴쉽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비바람이 지던날,
아니! 이곳이 제주도가 아닌데, 비바람의 강도는 어쩌면 바람 많은 제주도보다 더 심할 때가 많다.
나는 Jarrolds(자랄드) 백화점 고객센터에서 문의를 한 후, 혹시 몰라서 내가 가장 애용하는 Thorns DIYshop에도 가서 물어보았다^^.
온라인이 발달한 요즘에도 발로 뛰는 것이 더 효율적일 때가 있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에게,
Jarrolds백화점(자랄드백화점)의 recruitment 이메일 주소를 주자, 관심을 보였고,
그 대신 Thorns DIY shop은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흙수저엄마출신인 엄마는 이제 기도를 할 차례이다.
제발, 대기자 명단에 올려져 있는 도청의 법원에서 연락이 오기를...
설령 그곳에서 법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더라도... 법원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기를...
반드시 대학에서 법을 공부하고 싶다는 딸에게는 워크익스피리언스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는 진로결정에 있어서 가변적이기 때문에, 반드시 현장에서 경험하면서, 본인의 성격과 재능에 맞는지를 알아보야만 한다.
그래야만, 나중에 대학을 졸업하고 현장에 나갔을 때,
멘붕이 올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나는 청소년들에게 진로상담을 해줄 수는 있지만, 정작 나의 딸에게는 할 수가 없다. 딸에게 있어서 나는 엄마이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주일 만에 파란 하늘과 동백꽃 그리고 햇살이 기분을 UP시킨다.
제발 좋은 소식이 오기를 바라며,
오늘도 뚜벅이로 딸이 좋아하는 과일을 사러 리들슈퍼마켓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