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우주의 대부분은
암흑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빛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퍼센트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살다 보면 앞길이 막막하다거나
빛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
어쩌면 당연한 말이다
등 하나 앞세우고 걸어가다 보면
불빛 너머 그 캄캄한 절벽이 있지만
어둠에 길든 눈에 점 하나의 역할이란
나머지 대부분의 암흑을 이기고도 남는
선착점 같은 것이다
씨앗 하나가 우람한 이파리를 올려 폭풍을 흔들듯
눈 내린 날 작은 눈덩이 하나를 굴려
몇십 배 더 큰 덩어리로 만들 수 있듯
작은 빛의 점 하나는
나머지가 다 암흑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밝혀 주는 것이다
어둠 속에 찾아낸 깨진 사금파리 빛
오래 응시하다 보면 어둠은
절대적인 빛이라는 것을 또 알게 된다
캄캄하다고 여길 때란,
나 또한 우주의 대부분처럼
살고 있다는 위안이 되는 것이다
모두가 다 저마다의 밝은 빛 두 개를
양쪽으로 삼아
눈 부릅뜨고 있으니까 말이다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발표지원선정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