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늦가을 콩꼬투리는 위험하다
꼬투리에 안엔 저들만의 반경이 익어있다
바짝 익을 대로 익은 시기들이
일순간 뒤틀어지며 저의 최대치의 반경 밖으로
필생의 일탈을 날려 보낸다
삐틀어지고 뒤틀어지는 일의 교본(敎本)이
저런 것이라고 늦가을 햇볕이 일러주듯
콩밭에는 딱딱거리는 소리가 분주하다
꼬이는 힘은 줄기와 뿌리에서 나온다
꼬투리 안은 무르익은 곳이다
쌓아두는 곳이 아니어서
터진 꼬투리 안은 텅 비어있다
빈 콩껍질은 꼬투리 잡힐 일 없으니 편안하다
봄 햇살 아래 스스로 털리는 청문회가 한창이다
익지 않은 꼬투리에는 아직
푸른 물기의 이유들이 숨어있고
몇 겹을 숨긴 콩꼬투리에서 나오는 것들이란
전전긍긍의 궁색한 대답들뿐이다
그러므로 청문은 설익은 콩밭 같다
추궁도 없는데, 저의 깜냥을 딛고
영역 한 평을 저쪽까지 늘리려
봄볕 한 평 개척하려던 그 옛날 일례가
고성 끝, 누그러진 훈계로 마침표를 찍는다
비어있어야 늦가을의
본형이라는 것을 모르는 일로
빈 껍질의 처지가 홀가분하다
빈 껍질은 꼬투리 잡힐 일이 없다
꼬투리는 잡는 일이고
잡히는 일이다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발표지원 선정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