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동산리에 눈이 내린다
하얀 큰 도화지 한 장
너무 높은 꼭대기가 그려놓은
붉은 홍시 몇 개 위태롭다
봄이 아득한 겨울밤
곶감처럼 쭈그러진 할머니 뱃살을 잡고
심심한 입 투정을 하면
뒤뜰 장독에서 꺼내주시던 홍시 한 개
곶감으로 팔고 남은 못생긴 감
군불이 남아 있는 아랫목에서
이불을 두르고 한 잎 베어 물면
눈 내리는 소리
살얼음 어는 소리
아, 달콤하고 봄날 같던 맛
이 맛일까
영아가 장날 사 먹은 빨간 막대기 얼음과자
그 침을 흘리던 자랑의 맛이
바로 이 맛이었을까
눈이 눈을 부르는 동산리 마을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눈은 하얗게 내리고
이제는 늙은 감나무 밑에
여전히 높은 꼭대기의 맛으로
얼어있는 홍시 몇 개
이른 아침 누군가 서성거렸을까
어린 발자국 한 컬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