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계단의 위아래가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듯 계단참이 있다
그곳에선 내려오는 일과
올라가는 일이 잠시
그 순서를 양보하는 일도 있다
그곳은 생각이 엇갈리는 곳
자신의 지분이 반 층 아래에 있는지
아니면 반 층 위에 있는지
늘 고민하는 곳이다
누구는 그곳에 서서 중재를 배웠다고
했고 누구는 되돌아 내려가거나
다시 올라가는 법을 배웠다고도 했다
지분이 없는 이들은 그곳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고 말하는 법을 배우기도 하며
앞날의 희망을 심어두는 곳이기도 하다
어쩔 땐 창문 사이로 들어온 빗물을 얻어서
자란 잡풀이 흰 나비를 부르기도 한다
또 어느 날엔 반음이 낮아진
전화 통화 목소리가 났고 또 어느 날엔
반음 높여진 목소리가 나기도 했다
늘 중간을 앓는 층계참
즐거움에 웃는 목소리가 윙윙거리거나
간혹 훌쩍훌쩍 우는 소리가 머무르는 곳
까만 밤에 불 꺼진 창을 기웃거리던
지고지순한 발자취도 있는 곳
웅크리고 있는 그곳에는
무수한 발자국들이 모여서
슬픔과 즐거움의 중간을
쉬고 있을 것 같다
2023년 한국 문화예술 위원회 아르코 발표지원 선정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