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끊어지고 엉킨 파도를 잇고 푸는
사람의 손에선 잔잔한 물결이 묻어있거나
말끔하게 수선된 파도 소리가 난다
파도는 물의 기분이지만 조금 더
사나워지면 물의 감정이 된다
그도 어설픈 어부의 시절엔
헐렁한 파도 속을 몇 번 빠져나온
경험이 있었지만 여태
파도를 수선하는 사람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물의 방식에는 건져 올려지는 것들이나
빠져나가야 할 간격 들이 있다
어선이나 어부들에겐 거센 파도지만
고래의 휘어진 등과 물고기들에겐
파닥이는 넓은 숨인 것처럼
밤하늘 반짝이는 은하수도 어쩌면
누군가 우주로 던져놓은 그물이 아닐까 싶다
그물의 좁은 간격으로는 햇살의 지느러미를 올리고
넓은 간격으론 물살로 뼈를 삼은
큰 물고기를 잡아들이지만, 어부는 이미
뼈마디 굳은 파도의 간격에 익숙해져 있다
잔잔한 바다에선 윤슬의 매듭을 잇는
일몰 무렵이 펼쳐지고 육지에선
어둑한 간격들이 하루를 놓치고 만다
서쪽 하늘쯤이든 동쪽 하늘쯤이든
저 촘촘한 별 무리의 그늘을 던져 놓으면
해 뜨는 아침과 해지는 저녁이
파닥거리며 걸려들 것이다
2023년 한국문화예술 위원회 아르코 발표지원선정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