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바다는 수평선이라는 테두리가 있어 출렁거리기는 해도 넘치거나 쏟아지지는 않는다. 산등성이는 떠오르고 지는 해도 오래 머물지 못하는 좁은 테두리다.
사과는 껍질이 테두리가 아니고 속의 씨앗도 아니고 꼭지가 그 테두리다. 비 오는 날의 수면을 보면 무수한 빗방울이 저희들의 테두리를 섞어 가서 물줄기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첨벙, 소리는 돌멩이들이나 개구리의 테두리이고 한 가정의 테두리는 함께 모이는 저녁이다.
나는, 한때 엄마의 한숨이 내 테두리였던 적이 있었다.
낮달이 머무르는 꿈속에서 희망을 써놓았던 노트에도 습기가 엄습했다. 분수의 바구니를 넘치지 않게 하는 흑백의 테두리에는 뒷면에 붉은 태양이 있었다. 간절한 소망 같은 것도 테두리의 경계에서 천천히 크고 있을 것이다.
각자의 테두리는 각자의 크기를 담고 있지만, 안쪽과 바깥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선 잘 모른다. 우리는 모두 지구의 중심에 서있다고 믿지만 둥근 밤을 도는 달은 밤의 둘레이고 태양은 한낮을 도는 낮의 테두리인 걸 알게 된다.
뱀이나 갑각류들은 주기적으로 자신들의 테두리를 갈아치운다.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발표지원선정작